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며 손을 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고 최동범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광고 정부가 주최한 부동산 토론회가 끝났다. 공급과 대출, 세제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당국이 비거주 주택, 다주택, 초고가 주택의 보유에 방점을 찍으면서 세간의 관심도 “이들에게 세금을 더 물린다고 집값이 떨어질까”에 집중됐다. 그런데 정작 보유세가 왜 사회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치 않았다. 이유도 납득하지 못한 채 세금부터 더 내라고 하면 반발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 집값이 비싼 이유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우선 물건의 수가 한정돼 있다. 그런데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계속 생겨난다. 반면 이미 보유한 사람들은 그 집이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아도 좀처럼 매물로 내놓지 않는다.광고광고 가장 좋은 해법은 집을 더 짓는 것이지만, 그건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차선은 이미 있는 집이라도 거래를 통해 더 필요한 사람에게 넘어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존 보유자도 집을 팔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낮은 보유세와 높은 양도세·취득세의 조합은 정반대로 작용한다.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떤 곳은 주요 업무지구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며, 어떤 곳은 교육 여건이 좋거나 상업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이런 입지 특성은 같은 지역에서 공통되지만, 거기서 얻는 편익의 크기는 사람마다, 또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부에게는 통근 시간을 줄이는 일이 절실하고,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교육 환경을 중시하게 된다. 반면 은퇴하거나 자녀가 독립한 뒤에는 같은 입지가 주는 편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광고 이런 지역의 주택은 수가 한정돼 있지만, 사람들의 필요는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다. 사회 전체로 보면 거래를 통해 그 입지에서 더 큰 편익을 얻는 사람에게 주택이 옮겨 가는 편이 효율적이다. 그런데 생활 여건이 달라져 그 집에서 얻는 편익이 줄어도 보유 비용이 거의 없다면, 굳이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 이때 보유세가 소유의 고착을 줄일 수 있다. 희소한 입지를 배타적으로 보유하는 데 정기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보유자는 그 집이 자신에게 여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다시 따져보게 된다. 그 부담을 감수할 만큼 가치가 있다면 계속 보유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집을 팔고 자신에게 더 알맞은 주택으로 옮길 수 있다. 그렇다고 집을 파는 사람이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 그 입지를 더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가 가능하다. 매도자는 매각 대금으로 자신에게 더 알맞은 집을 찾고, 매수자는 원하는 입지에서 더 큰 편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집을 파는 순간 높은 양도세를 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양도차익도 소득인 만큼 적정한 과세는 필요하다. 다만 세부담이 징벌적인 수준에 이르면 팔 유인은 다시 사라진다. 게다가 다른 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취득세 부담까지 크다면 주거 이동의 문턱은 더욱 높아진다. 팔 때도, 다시 살 때도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굳이 움직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보유세 논의는 이런 고착을 푸는 문제보다 투기 억제나 부자 증세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런 명분은 정치적으로 설명하기 쉽다. 그러나 보유세 부담을 다주택자와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만 집중하고 실거주 주택은 폭넓게 예외로 둔다면, 희소한 입지의 보유 비용을 반영하려는 취지는 살리기 어렵다. 다주택자에게 부담을 집중할 경우 그 일부가 전월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광고 그렇다면 세제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보유세는 주택 수나 거주 여부보다 토지와 입지 가치를 기준으로 넓고 예측 가능하게 부과하는 편이 낫다. 대신 징벌적인 양도세 중과와 높은 취득세는 낮춰,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집을 옮길 수 있게 해야 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오래 보유한 주택의 매각 부담을 덜어준다. 현금흐름이 부족한 경우는 세금을 깎기보다 납부를 미뤄 보호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개편은 인기가 없을 것이다. 보유자는 세금을 더 내기 싫을 것이고, 다른 쪽에서는 차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않는 것이 못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불만을 피하려다 보면 지금의 고착은 바뀌지 않는다. 보유에는 적정한 비용을 부과하되, 이동에 따르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 정부의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