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1979넌에 준공된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광고2035년까지 9년간 서울에서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에 들어서는 아파트 52만9천가구 중 81%가 최고 16층 이상 고층 단지인 것으로 한겨레 분석 결과 확인됐다. 올해까지 준공 30년을 넘기는 물량 53만4천가구는 이 비중이 15.8%에 그치는 것과 차이가 확연하다. 저층을 고층으로 만들어 소유자의 새집 마련과 자산 증식, 주택 공급 확대까지 노리는 기존 공식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좋다는 강남권과 한강변은 이미 재건축이 상당히 이뤄졌거나 이뤄지고 있는 점도 ‘재건축의 위기’를 현실적 문제로 만들고 있다. 한겨레는 다가오는 ‘위기’에 대해 전문가 4명에게 해법을 들어봤다.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정 규모의 정비사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대수선이나 리모델링만으로는 도로·공원·주차장·주민공동시설까지 바꾸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재건축·재개발은 사업지 전체를 정비해 주택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소유 면적이 작은 주민에게는 비용을 들여 내부만 고쳐서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광고 앞으로 집중적으로 쏟아질 연한 도래 아파트들이 앞다퉈 재건축을 추진한다면 이주 문제가 발생하고, 인근 전월세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 송 대표는 “지금은 이주 수요를 받아줄 버퍼(완충 역할을 할 주택 물량)가 좁아졌다”며 3기 새도시 등에 이주 주택을 확보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막는 규제는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비 상승에 대응하는 금융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기존 재건축 방식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마 교수는 그동안 재건축은 민간 조합이 주도해 적은 비용으로 새 아파트를 마련하고, 개발이익은 공공이 환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사업성이) 좋은 지역에서도 분담금을 많이 낸다”며 “앞으로 분담금 수준은 더 높아질 것이고, 그게 사실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광고광고마강래 중앙대 교수 마 교수는 따라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철거하는 대신 내부를 수선해 활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아파트 증가에 대비해 “재정을 투입하고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청년이나 주거 약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현수 단국대 교수 김현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부)는 모든 단지에 높은 용적률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는 도로·교통·학교 등 기반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밀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용적률의 총량이 있으며, 전부 용적률을 300% 이상 주고 나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광고 김 교수는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는 리모델링과 도시재생으로 관리하고, 건물이 더 낡기 전에 수선비를 미리 적립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치적으로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겠지만 “고층 아파트가 한꺼번에 노후화하기 전에” 전환을 준비하자고 했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을 확충해 외곽 역세권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등 서울·경기·인천을 하나의 주택시장으로 보는 광역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안에서 모든 주택 수요를 해결하려고 하면 밀도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사업성이 충분한 곳에는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지 말고, 개발이익은 제대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성이 되는 곳에는 원칙만 정해놓고 사업을 하게 하면 된다”며 “거기에서 생기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자력으로 정비할 수 없는 곳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위원장은 “커뮤니티 시설을 줄이고 주차장 규제를 풀어 사업성을 만들어주면 새 아파트를 짓고도 주거 환경은 나빠진다”며, 공급 가구를 늘려 사업성을 높이려고 공동시설 설치 기준을 낮추면 안 된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관리처분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주민에게 동의를 재촉하는 관행도 고쳐야 한다며 “사는 사람들이 어디로 갈지에 대한 대책도 없이 진행하는 방식은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방식은 저렴한 집에 사는 세입자일수록 주거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저층·노후 주거지에 공공이 투자해 굳이 아파트가 아니어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가성비 좋은 투자”라고 말했다. 네 전문가의 해법은 차이가 있지만 모든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해 새 아파트로 바꿀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재건축의 위기’ 속에 재정 투자 등 공공의 역할 강화, 리모델링 활성화, 서울 밖으로 수요 분산 등 여러 해법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