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광고페니실린 등 항생제의 효능이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한국전쟁 때다. 총탄과 파편에 다친 부상병들에게 미국에서 건너온 항생제를 투여해 절단과 패혈증을 막은 게 계기다. 당시 후방 암시장에서는 이 항생제가 ‘금값’에 거래됐다. 항생제를 사용하면 폐렴 등 세균성 감염병 관련 치명률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현재 한국은 그 귀했던 항생제가 가장 흔한 나라가 됐다.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최상위권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이 쓰면, 약에 대한 내성을 가진 세균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의료의 안전성이 크게 떨어진다. 수술 뒤 감염 예방, 암 화학요법 등 현대의 의료 행위는 상당수가 항생제의 효과가 뒷받침돼야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항생제 내성에 관한 글로벌 행동계획’을 채택하면서 “현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연간 1천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두가지 해법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만 쓰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미 내성을 갖게 된 세균들을 제압할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은 첫번째 해법은 이미 2016년부터 실천하고 있다. 당시 부처 합동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수립한 뒤, 이후 5년 단위로 발전시켜왔다.광고미국과 유럽은 그동안 두번째 해법을 위해 국가가 많은 지원을 해왔다. 항생제의 낮은 가격 등 경제성 문제 탓에 민간 제약회사가 개발에 나설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두번째 해법과 관련해선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드디어 첫걸음을 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난 20일 ‘신규 항생제 개발 촉진을 위한 킥오프 모임’을 가진 것이다. 보건연구원은 “앞으로 국내에 흩어져 있는 연구 인프라와 전문 역량을 연결하는 등 항생제 개발을 지원하는 국가 기술지원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금은 뒤늦은 첫걸음이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다.질병청은 현 추세대로라면 2030년 한국에서 항생제 내성 탓에 숨지는 이가 3만2400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앞으로 ‘두 바퀴’로 항생제 내성에 대응함으로써, 그 예상 사망치가 크게 낮아지게 되기를 기대해본다.김보근 건강의료섹션팀장 tree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