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광고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20만1096대 가운데 35%는 원산지가 중국이다. 전기차 내수 판매 1위(4만3359대) 차종인 테슬라 모델와이(Y)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돼 컨테이너선을 타고 평택항으로 들어온다. 상하이 공장에는 중국 공급업체 400여개가 붙어있다. 테슬라는 정부가 국내 공급망 기여도 등 평가 기준을 바꿔 7월부터 시행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도 포함됐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는 탈락했지만,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테슬라와 사업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판매 기간과 규모가 늘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 세계 최고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비야디는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1만1675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80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커·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추가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중남미 등 글로벌 시장은 물론, 안방에서도 국산 전기차와 동일한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전기차와 경쟁해야 한다. ‘대외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케이(K)-공급망 구축’을 주요 경제성장전략으로 내세운 정부가 핵심 제조 역량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제품에 법인세 공제를 해주는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한다.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한 특혜이자 과세 원칙을 흔드는 예외여서 제도 도입 이후에도 공제 대상과 방식, 효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일단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미국·일본 등이 중국산으로부터 배터리·전기차 등 첨단기술 제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자국 내 생산에 세제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우리도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주요 세수 기반인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 산업에까지 감세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경제 안보·녹색 전환 측면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품목에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래 성장 동력과 직결된 전략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할 경우, 그 수량에 적정 단가를 곱한 금액을 법인세에서 빼주는 국내생산촉진세제의 한 방식이다. 사실상 제품 생산 비용 일부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제도다. 재경부는 어떤 품목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효과와 형평성, 재정 여건, 제도 오남용 방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달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 구체적 지원 대상과 방식을 담을 예정이다.광고 현재 정부는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에 대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연구·인력 개발비의 30~50%를 세액공제해 주고 있다. 해당 기술 관련 사업화 시설 투자에 대해서도 30% 안팎의 통합투자세액공제를 해준다. 이런 연구·투자 단계 중심의 전통적 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시점에만 1회성으로 지원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후 국내 공장을 유지하지 않고 원산지 규제 등을 피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제조업 공동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국내 생산·판매량에 따라 세금을 줄여주는 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공장을 돌릴수록 혜택을 보는 구조다. 생산에 직접 연동하는 새로운 방식의 세제 지원이다. 국외가 아닌 국내 생산 유인이 커지기 때문에 공급망 유지와 고용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2022년 제정된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규정,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일본의 전략 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가 대표적이다. 특히 자동차의 전동화 전환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은 이 제도를 통해 자국 내 생산 전기차에 대해 대당 40만엔까지 세액공제를 해 준다.광고광고광명 테슬라 딜리버리 센터. 테슬라코리아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현대차·기아협력회, 케이지(KG)모빌리티 파트너스 등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지난달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부품사들은 “주요국은 생산 보조금과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자국 내 생산 기반 유지와 공급망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구매 보조금 중심 지원 구조에 머물러 있어 전기차 시장 확대가 국내 생산 확대와 연결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와 수많은 부품기업이 연결된 대표적 공급망 사업이다.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은 국내 생산 기반과 산업 생태계, 지역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수준과 비슷한 전기차 대당 400만원 정도 공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품·정비 등 전후방 연쇄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은 ‘산업의 산업’으로 불린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3월 발간한 ‘전환기 국내 자동차 산업 기반 강화 방향’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산업은 국내 제조업 고용의 11.3%, 출하액의 14.1%, 부가가치의 11.9%를 차지한다. 산업통상부가 이 연구원에 조사를 맡겨 4월에 펴낸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2024년 기준)를 보면, 국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사업체 수는 2만1049곳, 매출액은 207조6328억원(내수 181조원, 수출 26조원), 종사자는 45만6519명에 이른다. 특히 전기차는 자동차 부품 외에 배터리, 자율주행을 위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이 결합한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광고 23일 현재 국회에는 국내 생산·판매량에 따라 세액공제를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16건 발의돼 있다. 지원 대상은 법안에 따라 전기차,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설비, 반도체, 백신, 디스플레이, 청정 수소, 바이오의약품, 철강, 지속가능 항공유 등 다양하다. 법안별로 생산비의 10~25% 또는 판매가의 10%를 공제하되, 공제 한도는 법인세액의 10~40%, 적용 기간은 짧게는 2028년, 길게는 2035년까지 범위에서 정하고 있다. 국회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는 △미국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사례에서 보듯 국내 생산 유인을 통한 국내 고용시장 활성화 기여 △연구개발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 세제 지원을 통한 우리 기업 경쟁력 강화 등 법 개정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현행 법령에서도 국가전략기술 등에 연구개발 단계부터 시설 투자에 이르기까지 일반 분야 대비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의원 발의 국내생산촉진세제 법안들에 대해 “전략산업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찬성 의견,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비중이 높아 과세형평성이 저해될 수 있으며, 세액공제 환급은 소득이 있는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최저한세 제도를 형해화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최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조세 지원에 대해 “기업 고용 확대와 국내 투자, 협력업체와의 성과 공유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 없이 묻지마 식 지원만 확대하는 방식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지적은 전기차·배터리 산업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재경부에 신청한 상태다. 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인데 정부 내 고심이 깊다.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연구개발 및 통합투자 세액공제(법인세 기준)에 따른 조세지출은 각각 4조2964억원, 2조8571억원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세정책학회는 생산세액공제를 통해 전기차 생산 비용에서 10%를 정률 공제할 경우 3년간 4조1600억원의 국세 감소를 예상했다. 다만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따진 비용 편익은 이보다 1조원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경기도 평택항에 전기차 등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업계 요구와 국회 입법 결과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 제품 및 생산비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낮은 기술 수준의 자율주행 차량까지 생산세액공제를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개정안은 국내 판매뿐 아니라 수출 물량에 대해서도 공제 혜택을 주거나, 생산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적자 기업에 대한 현금 보조 방안도 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적자가 계속되는 배터리 업계에서는 법인세 공제가 무의미한 만큼, 미공제금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입품을 차별하는 제도이므로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도 있다.광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김빛마로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재정포럼 7월호에서 “생산과 연동된 조세 지원 제도 도입 및 설계 방향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그 이유로 “선별적 지원의 특성상 이해관계자의 지원 확대 요구로 지원 범위가 과도하게 늘어나고 재정 부담이 가중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지원 분야·효과에 대한 주기적 재평가를 통해 정책 실효성·신뢰성 확보 △중복 공제를 막기 위해 실효성이 낮은 기존 세액공제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유하영 기자 y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