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조기 발견율 높아진 대장암 치료 환경 살펴보니 유병자 34만 명, 국내 암 중 2~4위 차지 서구화한 식습관 탓에 늘어나는 추세 전체 환자 절반 이상 치료 중 전이 경험 재발 등 포함 장기 치료 환경 고민해야 “신약은 급여 제한으로 접근 쉽지 않아 다른 암 비해 치료 옵션 적은 점 개선을”건강한겨레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이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실에서 ‘이제 쓸 약이 없다’고 많이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쓸 약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급여가 적용되는 약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통합 대장암 항암치료제 접근성 개선을 주문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광고“대장암은 수술만 잘 받으면 완치되는 ‘착한 암’ 아닌가요?” 최근 국가암검진 제도와 대장내시경 검사 확산으로 대장암의 조기 발견율과 초기 수술 치료 성공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대장암이 ‘비교적 치료가 쉽고 순한 암’이라는 오해가 일부 퍼졌다. 다른 암종에 비해 환자의 전신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게 유지되는 특성 역시 대장암의 위험성을 가리기도 한다. 반면, 반복적 재발과 전이가 쉽다는 대장암의 또 다른 특성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 장기적인 추적 치료와 관리가 필수적임에도 국내 치료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건강한겨레는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함께 대장암에 대한 대중적 오해를 바로잡고 부족한 치료 환경의 실태를 점검해봤다.대장암 발생률과 요약병기별 분포. ‘현대인의 암’ 대장암은 왜 늘어날까? 국가 5대 암 중 하나인 대장암은 국가암등록통계에서도 발생률과 유병률이 꾸준히 2~4위를 오가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3만2610명의 신규 대장암 환자가 발생했으며,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58.7명 수준이다. 같은 해 대장암 투병 중인 유병자 규모도 약 34만 명(전체의 12.4%)이나 된다. 광고 과거 대장암은 지금처럼 국내에서 흔한 암이 아니었으나, 식생활의 서구화와 생활습관의 변화 등 영향으로 발병률이 급증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대장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20.7명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10만 명당 50명 선으로 높아졌다. 이명아 교수는 “대장암은 가족력이나 환경적 요인,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분명히 비만이나 식생활과 관련이 있는 암이다. 비만, 고지혈증,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대장암이 급격히 증가한 때는 우리나라의 식생활과 생활 문화가 크게 변화했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한다. 이 탓에 발병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20~30대 대장암 환자는 4년 전 대비 81.6%나 급증한 6599명에 달한다. 개별 검진이 일반화하며 일찍 발견되는 경향도 있지만, 식생활과 생활습관 변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교수는 “절대적이진 않지만, 젊은 대장암은 진행 속도나 성장 속도가 조금 더 빠른 경향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다행인 점은 식습관 및 체중·비만 관리 등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면서 2010년대 중반 이후 대장암 증가 폭이 다소 둔화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광고광고 “4기라도 절제수술 가능하고 전신 상태 양호”…대장암만의 독특한 특성 대장암은 초기 병기 환자가 많아 치료가 비교적 쉽다는 것도 오해다. 여전히 재발 및 전이성 환자가 많다. 병기별로는 국한(대체로 1기) 39%, 국소 진행(대체로 2~3기) 38.8%, 원격전이(대체로 4기) 16% 수준이다. 대장암 1, 2기는 주변 림프샘이나 먼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이며, 3기는 주변 림프샘까지 전이된 상태다. 간이나 폐 등 원격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4기로 분류한다. 또한, 초기 진단에서 전이 암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전체 환자의 50~60%에서 치료 도중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도 한다. 광고 다행인 점은 대장암은 다른 고형암과 달리 4기 전이성 환자라도 치료 계획을 잘 세운다면 완치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액순환 구조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장기라는 특성상 전이되더라도 간, 폐, 복막 등에 국한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4기 전이성 암으로 분류되더라도 눈에 보이는 병변이 대장과 간 또는 폐에만 국한돼 수술적 절제가 가능하다면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5년 생존율도 약 20% 수준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대장암은 적절한 치료·관리만 뒷받침된다면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전신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경우도 많다. 대장암은 전이성 암이더라도 수년 이상 1~3차가량 치료제를 교체해가며 장기간 항암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자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이전엔 어려웠던 절제수술이 가능해지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결국 대장암 치료 전략은 조기 발견에 따라 완치를 목표로 하는 초기 치료뿐 아니라, 재발과 전이 환자에 대해서도 삶의 질을 유지하고 치료 기회를 남겨두는 장기 치료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교수는 “재발·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은 1, 2차 치료를 마친 후에도 항암제 독성으로 인한 피로감은 있을지언정 곧바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말기 상태나 호스피스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발병 연령이 비교적 젊고 전신 건강상태도 양호하기에 치료를 통해 질환만 잘 조절한다면 직장 생활이나 가정 내 역할, 사회적 역할을 여전히 수행할 수 있는 환자가 대다수다. 대장암은 3차 치료 시점도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논하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장암에 대한 항암치료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장암에 쓸 수 있는 항암제는 거의 없었으나, 2000년대 들어 옥살리플라틴과 이리노테칸 기반의 항암화학요법이 도입되고 1, 2차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세툭시맙, 베바시주맙 등의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대장암 치료 성적은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다. 절제가 가능한 전이성 대장암의 평균 생존 기간은 과거 6개월 남짓에서 2~3년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다. 광고 그 이후는 여전히 난제다. 그간 새로운 표적치료제 등 여러 신약 후보가 개발됐지만 충분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치료제 가뭄이 장기화했다. 다른 암종에 효과가 좋은 면역항암제 역시 대장암에선 전체 환자의 약 3%에서만 효과를 봐 사용이 제한적이다. 다행히 최근엔 프루퀸티닙, 레고라페닙, 트리플루리딘·티피라실염산염, 카페시타빈 등의 3차 이상 치료제가 등장하는 등 신약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특히, 가장 최근에 개발된 프루퀸티닙 등의 대장암 표적치료제 신약은 새로운 치료 원리를 사용해 이상반응(부작용)은 크게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국내에선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제한적이라 실제 환자들이 접근하기엔 문턱이 높다. 이명아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실에서 ‘이제 쓸 약이 없다’고 많이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쓸 약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급여가 적용되는 약이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나 대장암은 기존 1, 2차 표적치료제조차 글로벌 임상시험이 시작된 뒤 국내에서 급여가 인정되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됐을 정도로 다른 암종에 비해 급여가 인정된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