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중증질환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 진단 당시 의사에게 들은 말 중 가장 힘이 되고 신뢰를 준 표현은 "최근 좋은 치료제가 많아졌습니다. 충분히 관리하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광고"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라던데." 주변 사람들이 위로의 뜻으로 건넨 이 한마디가 암이나 희귀질환을 겪는 중증질환자들에게는 오히려 큰 상처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병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거나 경험을 축소하는 말에 거부감을 느꼈다. 대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현실적인 공감'을 원하고 있었다. 환자 전문 리서치 서비스 채널 리슨투페이션츠는 최근 ‘중증질환자와 공감언어'를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암·희귀질환 등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와 가족 166명이 참여했다. 유형별로는 본인이 직접 진단받은 응답자가 108명, 배우자 및 직계가족이 진단받은 경우가 42명, 본인과 가족 모두 해당하는 경우가 16명이었다.광고 "관리하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환자가 가장 힘을 얻은 말 암과 같은 중증질환 진단은 환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경험이다. 진단 순간 환자들은 질병 자체에 대한 공포뿐 아니라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극심한 불안과 마주하게 된다.광고광고 조사 결과, 진단 당시 의사에게 들은 말 중 가장 힘이 되고 신뢰를 준 표현은 "최근 좋은 치료제가 많아졌습니다. 충분히 관리하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였다. 응답자의 56.0%(93명)가 이 표현을 선택했다. 이어 ▲"치료 계획대로 잘 따라오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46.4%, 77명)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하나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21.7%, 36명) ▲"저와 의료진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같이 가봅시다"(18.1%, 30명) 순으로 나타났다.광고 환자들이 힘을 얻은 표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막연한 낙관이나 위로가 아니라 치료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환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특별히 힘이 되거나 신뢰를 준 말이 없었다"는 응답도 24.7%(41명)에 달했다. 진단 초기 의료진과의 소통이 환자의 치료 경험과 심리 상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유은승 고려사이버대 상담심리학부 교수는 "의료진이 암 진단이나 호스피스·완화의료 전환과 같은 나쁜 소식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심리적 충격과 치료 순응도에 큰 차이가 생긴다"며 "기존 연구를 보면 질병 상태와 예후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학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는 한국 암환자들에게서 서구권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실은 데이터라는 ‘과학의 언어'를 사용하는 의사와 고통과 불안이라는 ‘삶의 언어'를 사용하는 환자가 만나는 공간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간극이 존재한다"며 "의료진이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충분히 설명하고 정교한 공감으로 공명할 때 환자는 긴 치료 여정을 두려움 없이 버틸 수 있으며, 이는 의료진의 번아웃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광고 조진희 암환우 비영리단체 ‘아미다해' 이사장은 국내 의료 환경의 구조적 한계도 함께 짚었다. 조 이사장은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궁금한 것을 충분히 묻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권위적이고 딱딱한 말투는 환자를 위축시키고, 짧은 진료시간과 맞물리면서 환자가 필요한 정보를 얻을 기회를 더욱 줄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주변의 응원만큼이나 의료진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며 "정확한 치료 설명은 기본이지만, 이를 환자의 언어로 전달하고 공감을 더할 때 환자들은 더 큰 용기와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벼운 위로가 도리어 독으로…"암은 감기" 표현에 거부감 가장 커 주변 사람들의 언어 역시 의료진의 설명만큼이나 환자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선의로 건넨 위로가 항상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친구·지인에게 들은 말 가운데 가장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이 컸던 표현으로는 응답자의 55.4%가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래"를 꼽았다. 의학의 발전으로 암 생존율이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수술과 항암치료, 재발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부담, 일상생활의 변화와 같은 수많은 어려움을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질병의 무게를 지나치게 가볍게 표현하는 말은 환자에게 자신의 고통이 충분히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중증질환자들이 원한 것은 거창한 위로나 섣부른 낙관이 아니었다. 환자들은 치료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설명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의 메시지에서 힘을 얻었다. 반면 질병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거나 경험을 단순화하는 표현에는 상처를 받았다. 명성옥 리슨투페이션츠 대표는 "의료 현장과 일상에서 환자와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번 설문조사는 중증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좋은 말'이 단순한 위로를 넘어 치료 여정을 버티게 하는 중요한 지지 자원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요즘 암은 감기"…중증질환자 절반 "가장 상처받은 말"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라던데." 주변 사람들이 위로의 뜻으로 건넨 이 한마디가 암이나 희귀질환을 겪는 중증질환자들에게는 오히려 큰 상처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병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거나 경험을 축소하는 말에 거부감을 느꼈다. 대신 자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