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종합병원의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김경태 | 성남시의사회장필수의료의 위기는 더 이상 선언이나 구호만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전공의 이탈과 기피과 지원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외과, 이식외과 등 주요 필수과는 전공의가 아니라 교수와 전임의가 직접 진료와 수술을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지금도 의료현장은 의료진의 사명감과 희생으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통계는 이미 구조적 붕괴가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2026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전기 모집 전체 충원율은 73.4%로 의정 갈등 이전인 2024년 상반기 83.2%보다 크게 하락했다. 필수의료 8개 과목의 충원율은 하반기 모집까지 포함해도 70.1%에 불과했다. 2025년도 하반기 모집에서는 소아청소년과 13.4%, 흉부외과 21.9%, 외과 36.8%, 응급의학과 42.1%, 산부인과 48.2%라는 참담한 결과를 기록했다. 2026년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역시 심장혈관흉부외과는 14명에 그쳤고, 소아청소년과,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련의 유입이 줄고 전문의 배출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광고필자는 최근 전국의 필수과 교수와 전임의들을 직접 만나 현장의 의견을 들어왔다. 이들의 진료과는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지금의 보상체계로는 필수과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특히 많은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수가 인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병원 대부분이 적자 구조인 상황에서 수가가 인상되더라도 그 재원은 병원 운영비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는 담당 교수와 전임의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광고광고실제로 선택진료비가 폐지된 이후 정부는 저평가 수가 인상과 의료질평가지원금 확대 등으로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재원은 병원 전체 재정으로 흡수됐을 뿐, 전공의 공백을 메우며 외래, 입원, 중환자실, 응급수술, 당직까지 감당하는 교수와 전임의에게 직접 돌아가는 구조는 아니었다.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전공의 기피로 교수와 전임의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필수과에 대해서는 선택진료비와 유사한 직접 보상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일본은 지역 필수의료와 취약지 근무 의사에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수당과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영국도 고난도 분야와 지역 근무 전문의에게 별도의 보상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재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환자가 일정 부분 함께 부담하는 방식으로 마련하되, 병원 일반회계와는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광고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원이 아니라 사람에게 지급되는 구조다. 이 재원을 병원 운영비가 아니라 필수과 의료진의 직접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며, 교수 80%, 전임의 20%의 원칙으로 투명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고난도 의사 결정과 최종 책임을 지는 교수의 역할을 보상하면서도, 수술과 중환자 진료, 당직을 함께 감당하는 전임의의 헌신도 제도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전공의에 대한 접근은 더욱 달라야 한다. 전공의는 병원의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미래 필수의료를 책임질 국가적 인적 자원이다. 따라서 필수과 전공의에게는 수련 지원 수당과 야간·당직 특별수당 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 병원 인건비를 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 계정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병원이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필수과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에게 국가가 확실한 지원과 미래에 대한 신뢰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수련의 공백은 결국 전문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물론 환자의 추가 부담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도 부담하지 않고 정부도 재정을 투입하지 않겠다면, 결국 의료인들의 희생만으로 필수의료를 유지하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사회가 필수의료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비용 역시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필수의료 체계를 유지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 체계는 결국 누군가의 밤샘 당직과 고난도 수술, 무거운 법적 책임 위에서 유지된다.광고이제는 의료인의 사명감만을 요구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현장을 지키는 교수와 전임의에게는 직접 보상을, 미래를 책임질 전공의에게는 국가 책임 지원을 제도화해야 한다.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과의 심폐소생은 구호가 아니라, 병원이 아닌 사람에게 돈이 직접 흐르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