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고광고 지난 8일 오후, 한 자산운용사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이사회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제목은 ‘일반주주의 자리는 어디에 있습니까’였다. 이튿날 회사는 “주식운용본부장 개인 의견”이라며 철회했다. 서한은 하루를 살지 못했지만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명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내걸고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더 큰 물음으로 돌아왔다. 운용자산 40조원대의 중견 운용사인 흥국자산운용은 서한에서 하이닉스의 장래를 좌우할 대규모 반도체·인공지능 투자계획이 이사회 심의·의결 없이 발표된 것을 문제 삼았다.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지난달 29일 청와대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손잡고 4755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모습은 과거라면 익숙했을 장면이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외쳐온 정부이기에 ‘부조리극’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광고광고 두 회사 모두 입이 떡 벌어지는 투자를 약속하면서도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패싱’했다. 최 회장과 이 회장은 각각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이사도 아니어서 그런 발표를 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서한은 “이사회 내부의 충분한 심의와 결의를 거치기 전에 사외의 주체가 천문학적인 현금 흐름의 방향성을 먼저 통제하는 구조는 과거의 관행일 수는 있어도 결코 모범적인 모습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서한이 철회된 9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도 논평을 내어 “하이닉스 지분도 없고 이사회 구성원도 아닌 최 회장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이사회 승인 전에 발표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은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유능하게 일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7월 상법 개정으로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문화되자, 드디어 한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가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뒤 코스피는 공약이던 5천을 넘어 한때 9천 선까지 돌파했다. 반도체 특수에 힘입은 것이긴 하지만, 기업을 장악한 지배주주가 옛날처럼 일반 투자자를 함부로 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국내외 투자자의 기대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인공지능 반도체 투자나 지역균형 성장의 당위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하고 급해도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다. 목적지가 옳아도 이사회를 우회하는 길로 가면, 도착하는 곳은 개혁 이전의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광고 흥국자산운용은 고객의 자산을 맡아 관리하는 운용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유럽과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은 투자한 기업에 장기적 관심을 갖고 관여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경영진에 대한 서한 발송, 이사진 면담,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가 그 방법이다. 이재명 정부도 상법·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시장이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견인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유일한 목소리가 개인 의견으로 치부되며 하루 만에 철회된 사태는 무엇이 현실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흥국자산운용이 속한 태광그룹이 서한 철회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기관투자자의 기업 감시가 힘든 가장 큰 이유가 대다수 금융회사가 재벌 계열사이거나 금융그룹 산하라는 점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이곳저곳에서 압력이 들어오고, 적극적인 관여는 ‘도발’로까지 받아들여지는 환경이다. 한 금융계열 자산운용 담당자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특정 기업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 하면 본사, 지점 등에서 수시로 ‘우리 주요 고객이니 잘 좀 봐달라’는 전화가 온다”고 토로했다. 기관투자자의 관여 활동 독립성을 보호하고 계열 운용사의 이해상충을 심사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투자 규모가 훨씬 큰 국민연금과 대형 운용사가 침묵하는 속에서, 중견 운용사가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국가 프로젝트에 손을 들고 질문하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목소리가 하루를 넘겨 살아가게 하는 것, 거기에 이재명 정부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 bhlee@hani.co.kr
대통령 프로젝트에 “이사회 거쳤냐” 질의, 이런 게 개혁이다 [아침햇발]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8일 오후, 한 자산운용사가 에스케이(SK)하이닉스 이사회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제목은 ‘일반주주의 자리는 어디에 있습니까’였다. 이튿날 회사는 “주식운용본부장 개인 의견”이라며 철회했다. 서한은 하루를 살지 못했지만 질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