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3일 일본 키오시아 공장 외벽에 회사 로고가 표시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광고“키오시아는 이미 닛케이(주가)를 대표하는 최상위 종목이잖아.”13일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인터넷 카페 ‘키오시아’에는 ‘대박의 꿈’을 가득 품은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한때 11만엔(102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키오시아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6만7100엔(62만1300원)으로 주춤했지만, 일본 시가총액 1위 경쟁을 주도하는 신흥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대가 여전했다.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발행)으로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면 키오시아 주가도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다시 상승세를 타도 10만엔 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반도체가 끝날 리가 없지 않냐”며 믿음을 접지 않았다.최근 일본 주식 시장에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 산업을 떠받치는 반도체 기업이 단연 주목받고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쌍끌이 체제’라면, 일본은 키오시아가 확실한 ‘원톱’이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달 도쿄 주식시장에서 ‘일본 경제의 기둥’으로 불리던 세계 최대 완성차 기업 도요타자동차를 끌어내리고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더 놀라운 것은 키오시아가 2024년 12월 상장한 뒤, 불과 1년 6개월여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다. 실제 상장 당시 키오시아 기업 가치는 7840억엔(7조3410억원)에 불과했는데, 13일 반도체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는데도 시가총액이 36조7200억엔(340조1520억원·3위)으로 50배 가까이 불었다.광고키오시아는 원래 1987년 세계 최초로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대용량 장치 데이터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발명한 전자회사 도시바를 뿌리로 한다. 2017년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 부문을 떼내 ‘도시바메모리’를 설립했고, 이듬해 미국 투자회사 ‘베인 캐피탈’ 주도의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현재 회사명도 ‘기억’을 뜻하는 일본어 ‘기오쿠’와 ‘가치’라는 뜻의 그리스어 ‘악시아’(axia)를 합쳐 메모리 회사로서 정체성을 강조했다.15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도시바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키오시아가 단기간에 일본 산업의 희망으로 떠오른 데는 지난해 본격화한 인공지능과 반도체 붐이 배경에 있다. 실제 키오시아는 2024년 상장 때 주가가 공모가(1455엔·1만3500원)를 밑돌 만큼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도체 시장의 초기 활황 때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이 강점을 지닌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시장을 주도했고, 낸드플래시가 주력인 키오시아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로봇 등 피지컬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에이전트 서비스 쪽에서 돌연 폭발적 수요 증가가 생겼고, 대용량 데이터 저장 장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키오시아도 급격히 성장했다.광고광고때마침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강한 일본’을 앞세우며 경제 분야에서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지원에 나섰다. 키오시아와 미국 반도체 업체 샌디스크의 공동 운영 생산시설에 2500억엔(2조3200억원) 규모 보조금을 승인하는 등 파격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과 채무보증 등으로 반도체 산업에 2030년까지 10조엔을 지원하는 데다,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일본 정부는 키오시아를 앞세워 적어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반도체 왕국’으로 불리던 옛 영광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실제 1990년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엔이시(NEC),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기업들이 상위 10위 안에 절반 넘게 포진하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000년대를 거치며 경영 악화, 구조조정 실패, 해외기업으로 인수·합병, 공장 매각 등이 잇따르며 일본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키오시아의 낸드플래시 세계점유율은 삼성전자(32.3%), SK하이닉스(19.3%)에 이어 3위(15.3%)에 오르며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오타 히로오 키오시아 사장도 지난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우리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발명하고도 현재 업계 1위를 뺏겼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 자리를 되찾겠다”고 말했다.광고아울러 일본 정부는 키오시아가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는 사이 민·관 합작 전략 회사인 라피더스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자동차·소니·소프트뱅크 등 32개 민간기업과 정부가 자본 4200억여엔을 투자해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기 위해 만든 컨소시엄 회사다. 내년 2나노 첨단 반도체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4일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히로시마 공장을 가동해 일본 내 안정적 반도체 제조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세계적 기업과 연계 틀도 마련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공장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로 최대 5360억엔(4조98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일본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총력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꾸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2018년 키오시아에 4조원가량을 투자해 6조원가량을 현금 회수하고, 현재도 50조원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일본 반도체 산업정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메모리와 양산기술, 일본은 소재·부품·장비와 후공정에 강점을 보유한 만큼 한·일간 상호 협력 기회가 있다”며 “일본 기업과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M&A), 공동출자회사(JV) 등에 나서 공급망 안정화에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도쿄/홍석재 특파원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