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의 한 매장 모습. 박아무개(32)씨 제공광고지난 5일 오후 4시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완구거리는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인파로 북적였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보다, 20·30대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완구거리 상점들은 바깥 매대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말랑이’와 ‘왁뿌볼’을 종류별로 진열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최근 20·30이 열광하는 ‘말랑이’는 손으로 쥐거나 눌렀을 때 천천히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말랑한 촉감 완구다. 스펀지, 폼, 젤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며, 늘리거나 눌러도 복원되는 감각 자체가 핵심 재미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대세로 떠오른 ‘왁뿌볼’은 왁스로 코팅된 겉면을 손으로 눌렀을 때 바삭하게 깨지는 듯한 촉감과 소리를 즐기는 감각형 완구다. 코팅을 다 부순 다음에는 말랑이처럼 활용할 수 있다.창신동 현장에서 목격한 촉감 완구의 인기는 뜨거웠다. 주로 친구들과 온 손님들은 삼삼오오 모여 제품을 하나씩 만져보며 “신기하다” “만져봐” 같은 말을 나누며 촉감과 모양을 비교했다. 가격은 개당 4천~6천원 선으로, 일부 상점에서는 손님이 찾는 인기 있는 색상은 모두 동났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골목 들머리에서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폰에 설치하면 말랑이를 증정하는 한 시중은행 이벤트에 10대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광고박아무개씨가 말랑이를 만지고 있다. 박씨 제공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쇼트폼 콘텐츠를 타고 확산한 이 열풍은 문구점과 완구 도매시장은 물론 유통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주요 패션·뷰티 플랫폼을 중심으로 관련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집계한 결과, 최근 한달간(6월9일~7월9일) ‘말랑이’ 검색량은 지난 한달(5월9일~6월8일) 대비 32%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슬라임(점성과 탄성을 지닌 하이드로겔 형태의 장난감)과 말랑이를 결합한 ‘슬랑이’ 검색량과 소리와 질감이 강조된 ‘크런치 슬랑이’ 검색량은 각각 66% 증가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청사과 왁뿌볼’ 검색량은 140% 늘었고, ‘버터 말랑이' 검색량은 109% 증가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에서도 지난 6월 ‘말랑이’ ‘슬랑이’ ‘왁뿌볼’ 거래액이 지난 1월 대비 각각 14.7배, 58.5배, 51.2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수치적인 성장세 외에 플랫폼 내 영향력도 압도적이다. 10일 기준 에이블리 내 취미·여행 카테고리 인기 상품 상위 10개 가운데 8개가 관련 상품일 정도다. 이렇다 보니 말랑이 열풍은 단순 판매를 넘어 콘텐츠 마케팅 경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에이블리는 공식 에스엔에스 채널을 통해 자체적으로 말랑이 리뷰와 영상을 제작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광고광고완제품뿐 아니라 재료 판매도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다이소 재료로 말랑이·왁뿌볼 만들기’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이소몰에서는 왁뿌볼을 직접 만들기 위한 재료로 활용되는 양초 제품 판매량이 느는 추세다. 촉감을 구현하는 데 쓰이는 천사점토, 글리터, 비즈 등도 인기다. 말랑이 내부 공기를 빼서 원하는 촉감을 만들기 위한 주사기도 다이소에서 살 수 있다. 김아무개(22)씨는 “만드는 과정이 재미도 있고, 약 1만원으로 여러 개를 제작할 수 있어 가성비도 좋다”고 말했다.편의점 업계도 상품화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9일 왁뿌볼의 깨트리는 재미를 디저트로 구현한 ‘제주감귤왁뿌볼’을 출시했다. 초콜릿 코팅 안에 제주감귤 필링을 넣어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지난 1일 편의점 씨유(CU)가 출시한 왁뿌볼 콘셉트의 볼케이크 ‘깨먹는 와그작 볼티라’와 ‘깨먹는 와그작 볼 딸기'는 출시 9일 만에 약 5만개가 팔리기도 했다. ‘와그작딸기크림떡’ 등을 출시했던 편의점 지에스(GS)25는 오는 17일 화이트초콜릿으로 소금빵을 코팅한 ‘망고크림초뿌소금빵’을 출시할 예정이다.광고각종 말랑이와 왁뿌볼. 윤채원(23)씨 제공이런 촉감완구 신드롬에 대해 업계에서는 취업난과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30세대가 촉감완구를 ‘자기 보상 소비’로 구매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손으로 직접 만지고 느끼는 아날로그적 경험을 찾는 흐름과 맞물린다는 것이다. 직장인 박아무개(32)씨는 “왁뿌볼을 누르면 ‘콰사삭 파사삭’ 소리를 내며 깨지는데, 그 순간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 든다. 회사에 왁뿌볼과 말랑이를 놔두고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채원(23)씨는 “원래부터 말랑한 촉감을 좋아하는데 요즘 유행이어서 감자말랑이, 청사과왁뿌볼 등을 써봤다. 어린아이와 다르게 성인은 보호자가 촉각 놀이를 시켜주지 않으니까 스스로 촉각놀이를 하는 셈”이라며 “말랑이와 왁뿌볼을 만지면 긴장이 완화되는데 심지어 생긴 것도 귀여우니까 열광하게 된다”고 했다.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