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선정된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 군 공항에서 여객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광고김회승 | 논설위원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호남에 들어설 반도체 공장 부지를 낙점했다. 유력하게 거론됐던 광주 광산구 군 공항 터 826만㎡다. 여러 면에서 경쟁력 있는 입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간 토지가 아닌 국유지여서 수용 논란 없이 부지 조성이 가능하고, 공항 특성상 이미 평탄화가 완료돼 토목공사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주변 수계로부터 용수 확보가 유리하고, 광주 도심과 케이티엑스(KTX) 송정역에 붙어 있어 물류와 정주 여건이 좋다.호남 반도체의 성패는 ‘인·수·전’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인력과 물, 전기 인프라가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호남 반도체의 거대한 인·수·전 인프라를 건설하는 과정은 공학적, 경제적 접근만으로는 풀기 힘든 여러 문제들을 맞닥뜨릴 것이다.광고우선 전력 문제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다 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공개적으로 원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호남 반도체 팹 투자의 사실상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정부도 적극 화답하는 분위기다.김용범 정책실장은 8일 한 언론사 포럼에 나와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전과 이후의 판도가 달라졌다. 신규 원전도 지역이 원한다면 다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는데, 기조전력(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전력)을 이유로 원전 불가피론으로 방향을 튼 듯하다.광고광고현재 호남엔 한빛 원전(전남 영광) 6기가 가동 중이다. 아직 원전 2기를 더 지을 유휴 부지가 남아 있지만, 호남은 지난해 정부의 신규 원전 공모에 나서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특구라는 정체성과 배치되고 주민들이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공장 유치 이후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졌을까.추가 원전을 주민들이 수용하면 송전탑이 남는다. 한빛 원전이나 해안가 발전소에서 광주까지 43㎞에 초고압 송전탑을 새로 세워야 한다. 지중화하려면 송전탑보다 7~10배 돈이 더 든다. 2008년 신고리 원전에서 대도시로 가는 송전탑은 경남 밀양시 일대를 거치면서 극심한 주민 반발에 부닥쳤다. 정부의 강제 집행(행정대집행)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6년이 걸렸다. 호남 송전탑은 다를까.광고물은 어떤가. 정부는 하루 65만t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전남 화순 동복댐 둑을 15m 높여(증고) 용량을 2배로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수위가 올라가는 만큼 댐 상류인 화순 일대는 추가적인 수몰 구역이 발생한다. 동복댐 상류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화순적벽은 1985년 댐이 처음 만들어질 때도 적벽 하단 일부가 물에 잠긴 역사가 있다. 수위를 더 높이면 남아 있는 적벽의 상당 부분은 또다시 물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일부 마을 주민들은 벌써부터 수몰 대상이 될까 걱정이 크다. 광주 공장 때문에 화순 주민들이 기꺼이 피해를 감수할까.인·수·전 인프라는 대규모 규제 완화를 동반한다. 정부는 반도체 팹 건설에 세제와 금융 규제를 줄줄이 풀어줄 참이다. 반도체 팹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제 예외도 검토 중이다. 2018년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는 한편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일자리를 나누자는 사회적 합의였다.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걸림돌이 된다며 반대했지만, 노동자들이 오랜 투쟁으로 획득한 권리이기도 하다. 특정 산업을 위해 보편적인 노동자 권리를 유보하는 게 합당한 일일까.대형 인프라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건 기술이나 돈이 없어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인프라 금융의 전문가인 마이클 베넌(스탠퍼드대 국제학연구소)은 “인프라는 공학이 아니라 사회적 계약”이라고 규정한다. 메가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원인의 90%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기술도 금융도 제도도 아닌 거버넌스라고 강조한다.원전 증설은 지역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탈원전 정책 기조를 공식적으로 전환한 적이 없다. 논란이 불가피하다. 환경과 노동의 가치는 진보개혁 정권을 뒷받침하는 뼈대와 같다. 어쩌면 과거의 자신과 싸워야 될지 모를 일이다. 이 과정에서 지지층 신뢰는 흔들리고 반대 세력은 갈등을 증폭시켜 정치적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실용주의에 입각한 정책 전환이라면 속도전이 아닌 숙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