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북한·중국·러시아 3국의 국경이 교차하는 두만강 하류. 멀리 보이는 철교가 ‘조-로 우정의 다리’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광고최필수 |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압록강과 두만강. 우리에게 친숙한 두 강이지만 그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압록강은 일제강점기에 기초 개발이 이뤄져서 물동량과 인구가 많다. 상류에는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였던 수풍댐이 있고, 준설 작업이 잘돼서 큰 배도 운항할 수 있다. 당시 건설된 압록강대교는 회전형 개폐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교량이었고, 그 위를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대륙을 향해 달렸다. 오늘날에도 평양발 열차가 신의주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단둥을 만난다.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강주원)에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듯이, 단둥은 연 70억달러(2014년)에 육박하던 북-중 교역의 현장이자, 두 민족(조선·중국) 세 나라(남·북·중)의 민초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는 문화인류학의 현장 교과서이다.압록강에 비해 두만강은 많이 한적하다. 1860년 베이징 조약으로 청나라가 연해주를 러시아에 양도하면서 동해로 나가는 길도 막혔기 때문이다. 불과 15㎞를 두고 육지에 갇힌 중국 대신 두만강 하구를 차지한 러시아는 지역개발에 별 관심이 없었다. 훗날 이 지역을 차지한 일본은 군사적 목적으로 강바닥에 말뚝을 박아 고의로 항행을 막았다. 게다가 1959년 건설된 조-러 우의교는 압록강대교와 같은, 선박을 위한 배려 장치가 없었고, 2025년에 건설된 또 다른 다리 역시 마찬가지여서 육상 인프라가 수상 인프라를 봉쇄한 형국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북한이나 러시아가 이 지역의 개발을 진지하게 도모하지도 않았기에 두만강 하구의 모습은 그 옛날 노 젓는 뱃사공 시절 그대로에 가깝다.광고두만강의 이러한 상태는 출해를 염원하는 중국뿐 아니라 유엔개발계획(UNDP)의 관심을 끌었고, 그 결과 1991년에 두만강개발계획이 수립됐다. 이 계획은 2005년에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으로 업그레이드됐지만,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2009년 최대 당사자인 북한이 탈퇴하는 바람에 최근까지 답보 상태에 있었다.답답한 두만강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비친 건 아주 최근이다. 2025년 5월 중-러 정상회담에서 “지티아이를 독립적 국제기구로 전환”하리라는 공동선언문이 채택된 것이다. 올해 6월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두만강 문제에 대해 북·중·러 3자 협상을 추진한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바로 이어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변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이란 말이 등장했다.광고광고러시아와 북한이 두만강 개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러시아는 전쟁을 마무리하고, 경제개발로 정책 어젠다를 전환하고자 한다. 지티아이 활성화는 종전에 기여할 중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극동 경제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북한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향후 10년간 매년 20개 시군을 현대화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중국이 내미는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 특히 야심 차게 개발한 원산 갈마지구 국제관광단지가 활성화되려면 중국 관광객이 매우 필요하다. 두만강 개발이 함경도의 나진·선봉 개발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종합하면 현재 국면은 두만강의 변화를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북·중·러가 합을 맞춰나가면 두만강이 압록강처럼 변모할 것이다.한편 압록강도 또 다른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 봉쇄가 마침내 풀려서 압록강대교의 통행이 재개된 데 이어, 6월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로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압록강대교는 기존 압록강대교에서 남쪽으로 14㎞ 떨어진 곳에 새로 건설된, 왕복 4차로 자동차 교량이다. 거대한 교각과 산뜻한 디자인이 번화한 중국 남방의 교량을 연상케 한다. 이 다리가 완성된 것은 2015년이었으나 그 뒤 본격화된 유엔 제재와 코로나 봉쇄 때문에 개통이 미뤄졌다. 그 신압록강대교가 마침내 북한 쪽 세관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조만간 개통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것이다.광고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 2014년 완공되었지만 아직까지 개통되지 않고 있다. 단둥/이제훈 선임기자이 다리가 제대로 쓰이려면 지금보다 훨씬 활발한 북-중 교역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성장세에서 나타나는 북한의 수요와 그것을 채울 중국의 공급 능력은 신압록강대교의 경제적 하부구조가 성숙됐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제도적 보완이 더해진다면 압록강 하구의 모습은 홍콩과 마카오를 휘감고 발전한 주장강 하구의 축소판이 될 것이다. 두만강은 압록강처럼, 압록강은 주장강처럼 변모해나갈 것이다. 새롭게 열리는 두 강을 향한 우리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