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클립아트코리아 광고 양미 | 작가·‘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저자광고 아침 7시30분. 복분자밭에 알바를 하러 왔다. 초록 잎 끝에 달린 빨간색, 자주색, 까만색 복분자 열매가 눈부시게 예쁘다. 잘 익은 복분자 열매는 까만색으로 반짝이며 통통하다. 손끝을 대면 쏙 빠지는 열매만 따야 한다. 가장 당도가 높고 맛있는 상태다. 복분자도 비를 맞으면 당도가 떨어지고 수확할 때 뭉개지기 때문에 장마가 오기 전에 모두 수확해야 한다. 해를 잘 받는 맨 윗가지에서 딴 열매가 가장 달고 맛있다. 발끝을 세우고 고개를 치켜들고 빠진 건 없는지 꼼꼼히 살피며 수확한다. 무신경한 발에 열매가 뭉개지지 않도록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열매 하나하나는 농부가 일년을 쏟아부은 피땀이고 눈물이다. 수확한 열매가 햇볕에 마르지 않도록 바구니는 그늘에 둔다. 오전, 점심과 오후 휴식시간. 농장주는 다른 사람이 수확한 열매들을 모아 갈무리를 한 뒤 가장 마지막에 일손을 놓는다. 돗자리 위에 식혜와 직접 낸 사과즙, 떡, 빵, 수박 등 간식이, 점심시간에는 갓 지은 밥과 국, 농장의 작물들로 만든 제철 반찬이 놓인다. 농장주와 배우자는 열매를 수확하고 일꾼들의 간식과 밥도 챙긴다. 그는 한쪽으로 살짝 휘어진 깡마른 몸에 잘 걸어지지 않는 걸음을 하고도 일을 놓지 못한다. 장마가 오기 전 수확을 마쳐야 하므로 마음이 바쁘다. 허나 일손은 없고,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일할 사람의 일정과 이동 거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하다 비라도 오면 그날은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다. 복분자는 수확 후 가장 좋은 상태일 때 농협에 넘기러 가야 한다. 그 때문에 농부는 쉼과 점심시간 일부를 포기한다. “상태가 나쁘면 소비자에게 갔다가도 반품으로 돌아와요. 그런데 아무리 조심히 수확해도 어쩔 수 없는 게 있죠. 특히 비가 온 직후에는 당도도 떨어지고 모양도 안 좋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 농부의 마음에 공감하게 된 나도 덩달아 손끝이 바빠진다.광고광고 저녁 6시30분. 마침내 작업이 끝났다. 각자의 라인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한다. 주로 농장주와 배우자의 친척들, 그의 지인, 나처럼 우연히 알게 되어 일하러 온 당일 알바 두세명. 오늘도 농장주는 나를 붙들고 당부의 말을 남긴다. “시간 될 때는 꼭 좀 와서 도와주세요. 힘들어도 부탁합니다.” 일할 사람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문제는 도시나 시골이나 어렵긴 마찬가지다. 시골은 사람이 없어서 더 힘들다고들 한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도입 확대’,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 ‘농기계 임대 사업’을 지원한다. 또한 농협 등 유관기관과 연계한 농촌 일손 돕기와 도농상생형 일자리(도시농부)를 통해 단기 인력을 연결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농촌 일손 돕기 봉사”가 단골 뉴스에 오른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가끔 일이 필요할 때조차 일을 구하기 힘들었다. 로컬잡(Job)센터나 관내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구하는 농가 일은 마감인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신청이 가능할 때는 경험도 있고 차도 있어야 했다. 또는 알아서 출퇴근이 가능하거나. 이럴 경우엔 차로는 10~15분이면 될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30분에서 2시간을 허비해 이동해야 하는 곳이 많았다. 사실 이번 복분자 수확 알바도 차로 9분 거리인 농장에서 돌아올 대중교통이 없어 일을 포기하려 했었다. 일자리를 연결하는 시골형 대중교통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농업인에게 ‘농기계 임대 사업’의 아쉬운 점을 물어온 적이 있었다. 기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줬으면 좋겠고 여성이 다룰 수 있을 만큼 작은 기계도 임대했으면 한다고 했다. 정책 실효성이 있으려면 이용자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있어야 한다.
복분자 수확의 풍경 [서울 말고]
양미 | 작가·‘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저자 아침 7시30분. 복분자밭에 알바를 하러 왔다. 초록 잎 끝에 달린 빨간색, 자주색, 까만색 복분자 열매가 눈부시게 예쁘다. 잘 익은 복분자 열매는 까만색으로 반짝이며 통통하다. 손끝을 대면 쏙 빠지는 열매만 따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