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광고양희은 | 가수드디어 스무번의 방사선 치료가 끝났다. 매번 같은 순서가 반복됨에도 “조심하세요, 네, 바로 누우시고요, 위치 잡으려 애쓰지 마셔요, 제가 합니다, 어깨에 힘 빼시고요, 양쪽 손잡이 느슨하게 잡으세요.” 15분여 치료 끝에는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조심히 가세요.” 똑같은 말인데도 마음이 실리면 힘도 얻고 그 덕에 기운이 난다.암 수술 후 5주가 지나야 방사선 치료가 가능했다. 6월 내내 주 닷새씩 치료 중에 각막 이식 수술까지 해서 엿새간의 병가를 얻고 그사이 배우 한혜진씨 도움을 받아 여성시대가 진행되었다.광고드디어 양성자치료센터 출입을 마치게 된 날 그간 치료해주신 두분 선생님과 사진을 찍었다. ‘치료를 마치신 오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벽에는 축하 인사와 더불어 예쁜 무지개 사진이 보였다. 드디어 홀가분해지는 동시에, 그간의 친절과 배려가 큰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각막 이식 역시 쉬운 수술이 아니라는데, 일주일 뒤 외래 진료에서 담당의 선생님은 “수술 때도 그랬지만 너무 좋고요. 지금 뭐 거의 완벽하달 수 있겠습니다” 하셔서 마음이 가뿐해졌다.나는 자축할 겸, 남편과 나의 시계 배터리를 바꾸려고 낯선 강남으로 갔다. 유명 브랜드는 아닌데 제일 좋아하는 시계다. 간단히 뒤뚜껑을 열 수 없고 돌리는 기계로 열어야 하는 구조여서, 에스엔에스(SNS)로 장인을 찾으니 황학동 풍물시장에 수리점이 있었다. 지난 5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3일’에서 동묘시장 편의 내레이션을 했던 터라 그 동네가 궁금하던 차에, 언제 갈까? 주차는 어디다 하지? 게으른 궁리만 하는 내게 매니저가 현대백화점 본점의 시계 수리 장인의 주소를 찾아주었다. 이런저런 힘든 치료, 힘든 수술을 다 마치고 하고 싶은 걸 벼르다 해내는 자축이 뜻깊었다. 꼭 뭐 특별한 이벤트일 필요가 있을까?광고광고백화점 지하 세계도 별천지였다. 화려하고 없는 것 빼고는 죄다 있는 놀라운 세상에서 장인이 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다. 손끝의 움직임이 차분하고 느린 듯하지만 또한 민첩했다. 그가 쏟아내는 집중된 에너지에 덩달아 긴장했다. 말도 하면 안 될 듯…. 보는 나도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집중과 고요를 유지해야 했다. 개당 2만원씩에 멈췄던 시계는 가기 시작했다.기분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데 아뿔싸! 남편은 집에 있고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네. 지하 식품부를 제대로 둘러볼 시간도 없어 바로 앞 김밥집에서(아보카도게살달걀김밥 한줄, 불고기김밥 두줄, 충무김밥 한세트, 건나물이 들어간 조랭이떡 간장떡볶이 하나) 필요한 대로 집어 드니 8만1천원. 이런 이 동네 못 올 데네. 내가 사 먹는 음식을 잘 모르는 걸까? 여기 조미료 쓰냐고 물으니 우리 김밥 장인 쌤은 그런 것 일체 안 쓰신다며 손사래를 쳐댄다. 웬 장인이 이리도 많을까. 집에 와서 점심으로 먹고도 남아 앞집 희경이 몫을 어디에다 둘까? 고민하다 지하 노래연습실에 두었더니 저녁 6시까지 깔끔하니 첫맛 그대로였다. 그 돈이면 중국집 짜장 둘에 볶음밥 하나, 탕수육 한접시를 먹을 만한지라 비싸다고 놀랐던 마음을 그냥 다독이기로 했다.나이 들면 조용하고 평온한 삶을 기대했던 게 착각이었나? 늙어 가며 겪는 모든 여정이 다 처음인 만큼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이집 저집 이일 저일 겪으며 가는 게 노년의 삶이려니…. 며칠 전 방송쟁이 친구들과 점심 모임을 가졌다. 송승환 옆에서 각막 이식 수술 얘길 했더니 “아유, 망막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망막은 뒤에 있으니 뒤쪽을 열 수도 없고…. 이식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지요” 한다. 세상 둘도 없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우린 둘 다 옛 속어로 ‘앵벌이 출신’이다. 어린 날부터 집안의 경제, 즉 화폐를 조달해왔다. 그래선지 주변 비슷한 처지의 후배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송승환은 나와 함께 여성시대를 진행할 때도 속이 상하고 코 박고 죽고 싶다는 사연을 소개할 때면,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때쯤이면 하나도 기억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할 거라며 위로를 했다. 그간 함께 진행해온 남자들을 보면 일을 엄청 많이 하고 잘 견디는 비결은 ‘숙면’이다(3초 후 즉사). 여름밤 천둥 번개 벼락이 치는 소리도 들은 적 없는 깊은 잠을 자는 이들이다. 출근해서 “아유, 어젯밤 대단했지? 어쩌면 그러냐?” 하면,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해 한다. 잘 자는 편인 나도 잠결에 놀랄 정도였는데 세상 들은 적 없다는 표정으로 “그랬어요? 하나도 몰랐어요” 한다. 복이다. 복 중에 큰 복이다. 방송쟁이들은 나더러 일을 놓지 말라고 만날 때마다 거든다. 덥다. 차 안은 후텁지근하고, 둘러보면 쌩쌩 달리는 길 양 옆엔 꼭 능소화가 흐드러지더라. 이 여름, 맛난 것 찾아 잡숫고 잠도 잘 주무시며 지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