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1799년 출간된 고야의 동판화 작품집 ‘카프리초스’(변덕)에 실린 43번째 작품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의 도판. 노형석 기자광고이 판화는 귀신 들린 화가가 그리고 찍어낸 망령들의 그림이다. 그는 인간 내면에 떠도는 비루한 욕망과 불안, 공포 같은 음습한 상념들을 사상 처음 망령과 괴물의 형상으로 화폭에 풀어냈다. 책상 위에 머리를 파묻은 채 잠든 남자 주위로 부엉이, 박쥐, 스라소니를 닮은 어둠 속 괴물들이 모여들어 야릇한 눈길을 쏟는 판화 이미지를 이전 화가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이성이 잠들면 괴물은 깨어난다’는 유명한 글귀가 바로 이 판화의 제목이다. 18~19세기 스페인 낭만주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가 1799년 발표한 판화 시리즈 ‘카프리초스’(변덕)의 43번째 수록작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와 사상가, 시민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안겨온 절세의 명작이다. 20세기 1·2차 세계대전 같은 대전란을 앞서 예언한 작품으로 회자됐고, 최근 내란 사태와 부정선거 공방 같은 한국의 분란에도 이 작품 제목과 내용이 언급되곤 한다. 작품 속 잠든 사람이 엎드린 책상 옆면에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은 깨어난다’는 뜻의 스페인어 문장 ‘엘 수에뇨 데 라 라손 프로두세 몬스트루오스’(El sueño de la razón produce monstruos)가 적혔는데, 그대로 작품 제목이 되었다.‘카프리초스’의 36번째 수록 판화인 ‘악몽 같은 밤’. 캄캄한 밤에 바깥 들녘에서 거센 바람에 치마가 뒤집혀 올라간 두 여인의 곤혹스런 상황을 묘사한 그림이다. 유곽의 접대부 등 당대 스페인 하층민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척박한 삶의 현실을 은유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노형석 기자‘카프리초스’는 고야의 몸을 엄습한 병고의 산물이기도 하다. 스페인 왕실 궁정화가로 전성기를 누리던 고야는 1793년 여행 중 뇌졸중이 엄습하면서 청력을 잃었고 시력도 떨어졌다. 그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칩거하면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파헤치는 회화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카프리초스’는 이런 고야 화풍의 결정적 변모를 일러주는 시발점에 해당한다. 계몽주의자였던 고야는 왕실의 녹을 먹었지만, 부패한 성직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종교재판, 마녀사냥, 경제적 착취로 민중들을 옥죄던 스페인 왕정의 전제정치에 대한 환멸감이 컸다. 80점의 판화를 실은 ‘카프리초스’에서 고야는 낡은 스페인 체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인간 내면의 탐욕과 야수성에 대한 성찰과 버무렸다. 사진을 방불케 하는 아쿼틴트 동판화 기법의 정교한 세부 묘사에 매혹된 그는 당대 성직자, 귀족, 민중에 대한 통렬한 우의적 풍자를 예민한 선과 명암의 묘사를 통한 도상으로 표출했다. 인간 내면에 숨은 악마성과 이기적 심성을 어둠의 심연을 배회하는 괴물과 악귀들의 이미지로 드러냈다. 20세기 모더니즘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를 앞서 내보였던 것이다. 고야의 작품세계 탐구에 천착했던 일본 작가 홋타 요시에(1918~1998)는 필생의 역작인 고야 평전(전 4권)에서 ‘카프리초스’를 ‘시대의 증언자’이자 ‘저항적 지성’인 예술가가 야만의 시대에 맞선 기록이라고 평가했다.광고이 ‘카프리초스’ 판본의 실물 전작을 처음 한국에 소개하는 특별전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은 깨어난다’가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7전시실에 차려졌다. 국내 상업화랑 유엔시갤러리가 미국 뉴욕 리볼로 컬렉션의 소장품을 대여해 꾸린 고야 단독 기획전이다. 19세기 초 고야가 타계한 뒤 다섯번째로 찍은 ‘카프리초스’의 판본 실물로, 전작 80점을 온전하게 찍은 몇 안 되는 초기본이다. 전시는 6개 섹션으로 구성되는데, 고갱이는 판화 80점을 13개 기둥을 세운 100㎡(약 30평)의 전시 공간에서 소개하는 4섹션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요요마가 연주하는 올리비에 메시앙의 현대음악 ‘시간의 끝에 있는 콰르텟’의 불온한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인간 내면의 음습한 욕망과 이기심을 풍자한 판화들을 볼 수 있다.특별전 4섹션 ‘변덕’(카프리초스)의 전시장 일부 모습. 3면의 벽과 그 사이 공간에 세운 15개의 각면 기둥에 고야의 판화집 ‘카프리초스’의 수록 작품 80여점을 나눠 내건 얼개다. 맨 오른쪽에 43번째 수록 작품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가 내걸려 있다. 노형석 기자‘이성이 잠들면…’을 비롯해 실크햇 모자를 쓴 고야가 음울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첫번째 수록작 자화상, 교수형을 당한 죄인의 주검에서 치아를 빼 부적으로 쓰려는 미신을 풍자한 12번째 수록작 ‘이빨 사냥’, 밤에 부는 강풍에 치마가 뒤집힌 여성들 모습을 통해 당시 하층민 여성의 엄혹한 현실을 은유한 34번째 수록작 ‘악몽 같은 밤’, 아둔한 당나귀 등 짐승이나 괴물로 묘사된 성직자·귀족들의 풍자 그림(37, 38, 42, 63, 80번째) 등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 고야를 당대 정치사회적 현실에 대한 저항을 표출한 리얼리스트로 거론하지만, 이 판화들을 살펴보면 그가 저항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속성과 내면 의식에 깊숙이 촉수를 들이댄 휴머니스트였음을 짐작하게 된다. 제작 배경, 사회적 맥락, 고야의 의도와 사용 기법 등을 담은 패널 설명문이 감상에 도움이 된다.광고광고‘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등 고야의 주요 대표작을 미디어아트로 재구성하며 화풍 변천 과정을 소개한 1~3관과 작가가 말년에 칩거하며 ‘검은 그림’ 연작을 그렸던 ‘귀머거리의 집’ 내부를 연출한 5관 등도 볼거리다. 관람료는 성인 2만원, 어린이·청소년 1만6000원. 9월30일까지.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이성이 잠들면 괴물은 깨어난다…고야 판화 ‘카프리초스’ 실물 첫 한국행
이 판화는 귀신 들린 화가가 그리고 찍어낸 망령들의 그림이다. 그는 인간 내면에 떠도는 비루한 욕망과 불안, 공포 같은 음습한 상념들을 사상 처음 망령과 괴물의 형상으로 화폭에 풀어냈다. 책상 위에 머리를 파묻은 채 잠든 남자 주위로 부엉이, 박쥐, 스라소니를 닮은 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