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제공광고일본의 세계적인 인기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장편 신작 ‘가호’(夏帆·The Tale of KAHO)를 3일 출간했다.이날 출판사 ‘신조사’는 공지를 통해 “오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가호’ 판매를 시작했다”며 ‘나는 이 세상의 출구를 찾아야만 한다’는 소개 글과 함께 책을 내놨다. 일본에선 이날부터 전국 3천여개 서점과 아마존재팬 등 온라인 서점을 통해 본격 판매가 시작됐다. ‘가호’는 무라카미가 앞서 문예지에 4차례에 걸쳐 냈던 단편 소설들을 가필과 수정을 거쳐 장편으로 펴낸 것이다. 원고지 650매 분량으로, 352쪽으로 구성됐다. 그가 장편소설을 낸 건 2023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후 3년 만이다.책은 ‘가호와 오토바이 탄 남자’, ‘무사시사카이의 개미’, ‘가호와 흰개미 여왕’, ‘수호천사, 코끼리 알과 스칼렛 요한슨’ 등 4개 장으로 구성됐다.광고“지금까지 여러 여성과 데이트 비슷한 일을 해왔지만” 그 남자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너처럼 못생긴 상대는 처음이야.”이렇게 시작하는 책에서 가호는 기묘한 사람과 생물들을 만난다. 사람 말을 하는 개미핥기, 알을 먹는 부부 등 비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가호가 어머니에게 달라붙은 흰개미 여왕에게 칼을 들고 맞서는 등 ‘초현실적 존재’가 등장하는 독특한 내용이 담겼다.광고광고무라카미는 출판사를 통해 “그림책 작가 가호는 지극히 평범한 젊은 여성이지만, 주변에서 정말 다양하고 기이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며 “이번 소설에서 저는 그런 그녀가 되어 글을 썼다”고 밝혔다.이미 단편 형태로 발표됐던 글들을 묶은 터라 주요 내용은 이미 소개된 상태다. 출판사도 누리집에 제1장의 원고지 20장 분량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무라카미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가 서로 얽히고 간섭하며, 서로의 관계성 사이에서 열기가 일어난다”며 “그렇게 되면 이야기로 발전해 장편이 되는 게 나의 평소 (소설의) 패턴이다. 다만 이번엔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여성이 되면서 기존과 분위기가 다른 소설이 됐다”고 말했다.광고무라카미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장편소설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가호를 주인공으로 책을 쓰면서 여성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게 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해변의 카프카를 쓸 때 15살 소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던 것처럼, 이번에는 26살 여성의 시선이 됐어요. 그래서인지 밤길을 혼자 걷다 보면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물론 실제로는 남자라서 (그 느낌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나이가 들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는 기억이 중요해집니다.”올해 76살의 작가는 인터뷰에서 여전히 글 쓰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현실적 세계를 리얼리즘적 문체와 문장으로 쓰는 걸 하고 싶다”며 “그렇다고 판타지는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리얼리틱하게 써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노르웨이의 숲에서 철저한 리얼리즘 문체에 도전했는데, 그걸 확실히 익히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쓰고 싶은 건 거의 다 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2일 일본 도쿄 대형 서점 기노쿠니야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카호’ 사전 예약자들을 위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AP 연합뉴스일본 교토 출신인 무라카미는 1979년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1987년 발간된 ‘노르웨이의 숲’이 430만부 넘게 팔리면서 ‘하루키 붐’을 일으켰다. 이후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Q84’,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등에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세계관과 독특한 문체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노벨문학상 발표 때마다 해외 예측 시장에서 수상 후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선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 수상)와 오에 겐자부로(1994년)를 이어 일본 국적 세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광고그는 대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어린 시절 책 읽기의 중요성을 거듭 당부했다. “판단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좋은 이야기를 읽어야 해요. 좋은 음악을 듣지 않으면 음악의 가치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좋은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은 이상한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는 젊은 시절 여행을 통해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의 가치도 강조했다. “역시 나이가 들면 여러 사람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중요해집니다. 그렇게 쌓인 기억들이 스스로 ‘글을 써 달라’고 다가오곤 합니다. 그때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거침없이 글을 써 내려가게 됩니다. 글을 쓰고 싶어도 막혀서 쓸 수 없게 되는 ‘라이터스 블록’(writer’s block)은 딴 세상 얘기가 되죠.”도쿄/홍석재 특파원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