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북디자이너의 세계 l 박진범 공중정원 대표 강렬하고 선명한 시각 언어로 주목받아 “점 하나로도 감성 전할 수 있다면 충분” 장르소설 애독자…“70살까지 일하고 싶다” 지금까지 1500권이 넘는 책을 디자인한 박진범 북디자이너는 경력 9~10년 차에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잇달아 수상했으며, 특히 장르소설 표지 디자인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본인 제공 광고광고 “너는 경력에 비해 너무 아는 게 없는 것 같아.” “발상 자체가 너무 일차원적인 것 아냐?” “그렇게 손이 너무 느려서 언제 이 많은 걸 다 할래?” 초년병 시절 이런 말까지 들었던 박진범 북디자이너는 지금 출판계에서 ‘편집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북디자이너’ 중 한명으로 꼽힌다. 작품의 주제와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 강렬하고 선명한 시각 언어로 구현해 내는 그의 디자인은 북디자인 경력 9∼10년차에 한국출판인회의 ‘올해의 디자이너상’과 시사인 선정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광고광고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가 처음부터 북디자이너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입사한 출판 전문 디자인 기획사에서 북디자인을 시작했지만 ‘이 일에 애정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회사를 그만뒀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서 ‘외도’를 하는 동안 북디자인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출판계로 돌아와 문이당을 거쳐 문학동네에 입사했고,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하며 7년을 보냈다. 업계 실력자들이 모인 문학동네에는 배울 사람들이 많았고, 매일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제가 문학동네 스타일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독립 후 디자인 스튜디오 ‘공중정원’을 세워 운영하며 지금까지 1500∼2000권의 책을 디자인했다. 박진범 디자이너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책은 정유정 작가의 소설 ‘28’이다. 독립 초기 은행나무에서 의뢰받은 작품이었다. 여러 시안을 제출했지만 출판사는 그가 미는 ‘원픽’ 대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시안을 선택했다. 당시 그는 의문이 들었다. ‘왜 하필 이 시안일까?’ 하지만 책이 출간된 뒤 생각이 바뀌었다. 매대의 수많은 신간 사이에서 ‘28’은 유독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독자와 출판계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 경험을 통해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내가 디자이너라고 해서 항상 100% 옳은 건 아니더라고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북디자인은 무엇일까? 그는 디자인 과정을 “채우는 작업이 아니라 덜어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읽고, 주제를 분석하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상징들을 네모난 표지 안에 모두 올려놓는다. 그리고 하나씩 걷어낸다.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요소만 남긴다. “더 넣을 것도 없고 더 뺄 것도 없는 상태가 가장 좋은 디자인 아닐까요? 표지에서 줄거리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디자인이 있는데, 표지는 원고의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지 줄거리를 풀어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책을 설명하는 데 점 하나만 있어도 된다면 굳이 더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광고 서울북인스티튜트(SBI)에서 오랫동안 후배 디자이너를 가르쳤던 그는 학생들에게 늘 강조했다. “기성 디자인을 따라 하지 마라. 조금 서툴고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하라.” 한 스타일의 표지가 성공하면 줄줄이 비슷한 표지들이 매대를 채우는 게 출판계의 현실이다. “타이포그래피를 잘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지를 다루는 데 강한 사람도 있어요. 색을 감각적으로 쓰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처음부터 유행하는 기성 디자인만 따라 하다 보면 자기만의 강점을 발견할 기회를 잃게 되거든요.” 그는 장르소설 애독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 집에서 60권짜리 셜록 홈스 전집을 읽은 이후 지금까지도 퇴근한 뒤에 범죄 수사물을 보는 게 중요한 일과다. 그래서인지 그는 ‘레이코 형사 시리즈’ 등 장르물 표지 디자인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고, 한동안 장르물만 압도적으로 맡겨졌다. 현재는 인문, 경제경영, 자기계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폭넓게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책과 함께 살아온 세월은 그를 장르소설 독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역사책을 만들면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우주 관련 책을 디자인하면서 천문학을 공부하게 됐죠. 인문서와 경제경영서를 작업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어요. 세상에는 내가 알아야 할 게 정말 많다는 걸 계속 느끼게 되죠.” 그는 70살까지 일하고 은퇴하는 게 목표다. 외국과 달리 한국 출판계에는 70살 넘어서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북디자이너가 거의 없다. 그는 자신이 그 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후배들이 저 사람도 저 나이까지 일하는데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오늘도 그는 합정의 작은 사무실로 출근한다. 2011년부터 한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은 그 공간에서 여전히 새로운 책을 읽고, 고민하고, 덜어내고 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 이런 책을 디자인했어요 28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로, 정체불명의 전염병으로 봉쇄된 도시에서 28일간 펼쳐지는 생존을 향한 치열한 갈망과 구원의 드라마를 그린다. 내용만큼이나 표지 디자인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으로 유명하다. 제목 외에는 불필요한 시각 요소를 과감히 배제해 색채와 숫자 하나만으로 장르적 분위기를 즉각 전달하며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정유정 지음, 은행나무(2013) 깃털 ‘자연의 걸작’이라고 할 만한 새의 깃털의 진화와 기능, 관련된 인류 역사까지 살펴보는 교양 과학서다. 표지 디자인은 여백을 활용해 공기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깃털이란 소재와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박 북디자이너는 “절제된 자연의 아름다움을 먹선과 먹이 부드럽게 번지는 효과로 표현했으며,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주제인 만큼 타이포는 이미지와 경쟁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소어 핸슨 지음, 하윤숙 옮김, 에이도스(2013) 세뇌의 역사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중세 시대 종교재판부터 파블로프의 실험, 한국전쟁 포로수용소, 스톡홀름 증후군, 사이비 종교의 집단자살 사건까지 세뇌의 역사를 추적한다. 박 북디자이너는 “화려함이나 장식성보다 개념과 주제의 분위기를 우선시했고, ‘세뇌’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심리적 불안으로 해석해 시각화했다”며 “특히 책을 읽고 난 뒤 다시 봤을 때 더 깊은 의미가 느껴지는 데 목표를 뒀다”고 귀띔했다. 조엘 딤스데일 지음, 임종기 옮김, 에이도스(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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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디자이너의 세계 l 박진범 공중정원 대표 강렬하고 선명한 시각 언어로 주목받아 “점 하나로도 감성 전할 수 있다면 충분” 장르소설 애독자…“70살까지 일하고 싶다” “너는 경력에 비해 너무 아는 게 없는 것 같아.” “발상 자체가 너무 일차원적인 것 아냐?” “그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