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박현 논설위원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한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에스케이의 투자 계획을 밝힌 뒤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에이아이의 미래는 대한민국에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필자에겐 최근 일본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최 회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반도체 생산능력을 더 늘릴 경우 한국 이외 지역에서 공장 신설을 검토할 수 있으며, 일본도 후보지라고 했다. 적잖은 파장을 낳았던 그 발언을 의식해, 한국 투자 의지를 분명히 하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읽혔다.광고 사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 통합 필요성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세계가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한국은 유럽이 경제공동체를 만들었듯이 더 큰 경제권을 상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 차에 일본 반도체 공장 가능성까지 언급하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술은 한번 밖으로 나가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에스케이가 일본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게 되면, 일본이 메모리 산업을 다시 키워 경쟁국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최 회장이 호남권 반도체 팹 건설 의지를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한복판에 있다. 일본은 대만 티에스엠시(TSMC) 공장 유치와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옛 영광을 되찾으려 절치부침하고 있다. 미국은 원조 반도체 제조국의 자존심을 되찾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자립도를 현재 10%에서 5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90%를 장악한 티에스엠시를 압박해 생산역량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옮기게 한 전례를 떠올리면, 메모리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광고광고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삼전·닉스는 신규 팹 건설이 시급하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여전히 전력과 용수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기업들이 반도체 공장을 외국에 짓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 시장을 외국 경쟁사에 빼앗길 수도 있는 탓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번에 기업들의 과감한 대규모 지방 투자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균형발전엔 천재일우의 기회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 불평등이 심화돼왔다. 박정희 정권은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면서 산업단지의 대부분을 영남권에 배치했고, 그 결과 지역 간 경제와 인구 격차가 커졌다. 1990년대 이후 중심축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노무현 정부가 균형발전을 추진했지만 성과는 세종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그쳤고,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로 일극 체제를 더 굳히고 말았다. 수도권 인구가 1960년 21%에서 지금 51%를 넘어선 배경이다. 수도권 과밀화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심화시키고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켰다. 최근 삼전·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 결정이 수도권 집값을 자극한 점에서 보듯, 반도체 초호황은 역설적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를 임계점을 넘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반면에 지역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겹치며 소멸 단계까지 와 있다. 과거에도 수많은 균형발전 공약이 있었지만, 재원과 민간 투자 유치의 한계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인공지능발 반도체 특수가 마침내 그 막힌 길을 뚫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노무현 정부에 이은 제2의 균형발전 전략이라 부를 만하다.광고 일각에서 ‘반도체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며 어깃장을 놓고 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전력과 용수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기보다, 이미 갖춰진 기반을 어떻게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호남권은 그간 산업단지 등 인프라를 구축해왔으나 입주 기업이 적은 탓에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호남권은 풍부한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장기 소외가 오히려 입지 선정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싼 땅값을 선정 이유 중 하나로 꼽은 게 이를 말해준다. 인공지능과 저개발 지역의 절묘한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프로젝트를 한국의 미래 산업과 지역 균형을 함께 여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