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인천시 옹진군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부대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고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광고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해병대 연평부대를 찾아 “징집병을 최소화하고 모병을 통해 군을 자신의 직장으로 선택할 수 있게 바꾸겠다”며 선택적 모병제를 재차 강조했다. 이튿날 국방부는 첨단과학기술 중심의 군 구조 개편에 맞춰 ‘기술집약형 부사관’ 직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선택적 모병제’안은 2022년 대선 공약에서 출발했고 2025년 대선 공약에도 담겼던 만큼 제안의 역사가 짧지 않다. 이제는 타당성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안의 설계를 논의할 때다. 정부안의 골격은 국민개병제는 그대로 두되, 입대 전에 단기 의무징집병과 장기(4~5년) 기술부사관 가운데 복무 방식을 고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배경엔 두개의 불가항력이 있다. 하나는 인구절벽에 따른 현역 입대 청년 수의 급감, 다른 하나는 첨단 장비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장 환경에 따른 우리 군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이다. 국방부는 2040년까지 병력 50만을 유지하되 간부 비율을 40%에서 63%로 끌어올리는 개혁안을 이미 내놨다. 정부안은 변화하는 인구 상황에 대비하고 첨단기술 기반 국방 개혁 필요를 충족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청년의 선택에 따른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질 좋은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다목적 계획으로 보인다.광고광고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산업구조 재편이 청년 일자리 급감을 낳고 있다는 보고가 국내외에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기회 확대는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다. ‘케이(K)-뉴딜 아카데미’ 사업 등이 민간 주도 직업훈련 기회 제공에 초점이 있다면, 국방부의 ‘기술집약형 부사관’제 도입은 공공형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 내용에 따라, 의도한 효과를 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제도 설계가 중요한 시점이다. 국방 계획의 관점, 청년의 권리 관점, 산업 전환기 민간 일자리 연계 관점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선택적 모병제’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의 비판은 경청할 지점이 있다. 그는 이 제도가 사회적 정의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본다. 선택적 모병제의 ‘선택’은 가난 때문에 사실상 강요받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업이 어려운 청년이 보수를 좇아 장기 복무를 택하면, 결국 경제적 형편이 모병과 징병을 가르고, 그들은 20대의 몇년을 더 군에서 보내며 또래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논리다. 유 전 의원의 주장은 미국식 전면 모병제에 대한 ‘경제적 징집’ 비판 논리의 연장에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안은 오히려 그 반대 효과를 제어할 수 있는 방향에서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광고 모병제에 대한 미국 데이터를 보면, 지원 청년의 계층 편향은 가난한 청년이 아니라 중산층 청년에게서 발견된다. 미 국방부 데이터에 의하면 2020년 기준 17~24살 미국 청년의 77%가 학력, 건강, 약물 같은 자격 기준에 걸려 입대하고 싶어도 입대할 수 없다고 한다. 경제적 하층일수록 고등학교 중퇴자가 많고 건강 상태가 나쁠 가능성이 높고 약물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가난이 아니라 자격이 입대를 가른다는 것이다. 한국은 고등학교 중퇴자의 비중이나 약물 노출 정도 등이 미국과 크게 다르지만, 자격을 기준으로 한 편향은 정부가 ‘기술집약형 부사관’제를 디자인할 때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미 대학과 자격증을 갖춘 ‘준비된’ 청년들의 일자리가 아니라, ‘자격을 갖추고 싶은’ 청년들의 일자리로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청년들이라면 입대 이후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군에서 익힌 기술을 민간 자격증과 학점으로 인증하는 제도를 뒷받침해 제대 뒤 직업과 연결될 수 있는 제도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짧게 복무하는 징집병을 홀대해선 안 된다. ‘선택’이 선택이려면 고르지 않은 쪽도 견딜 만해야 한다. 예산을 한쪽에만 몰아주는 순간, 다른 쪽 청년에게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가 될 수 있다. 선택적 모병제는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줄어드는 청년에게 괜찮은 첫 일자리와 배움을 열어주는 따뜻한 사다리가 될 수도, 가난을 병역으로 나누고 좋은 자리를 가진 자에게 몰아주는 차가운 칸막이가 될 수도 있다. 둘을 가르는 것은,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는 설계의 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