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게티이미지뱅크광고허위영상물(딥페이크)과 불법촬영 제작·유포, 위치추적 앱을 이용한 스토킹,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한 성적 괴롭힘 등 기술을 매개로 한 젠더폭력이 확산하는 환경에서 ‘범죄 행위’ 중심의 처벌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딥페이크를 제작하고 유포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피해자가 협박당하고 온·오프라인 성착취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폭력을 단일한 행위로만 다루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는 26일 ‘AI 시대 젠더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정책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연구소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젠더폭력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기술은 폭력을 손쉽게 대량으로 양산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그 기저에는 여전히 불평등한 젠더 권력 구조가 바탕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젠더폭력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는 젠더 권력 구조, 디지털 기술 환경, 법적 책임 체계라는 다층적 맥락 속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발표에 나선 정혜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기술매개 젠더폭력은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폭력이 아니라 기술, 젠더규범, 사회적 권력이 결합된 복합적 폭력”이라며 “국내에선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를 행위 중심 개념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기술매개 젠더폭력이 가진 구조적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n)번방 사건, 딥페이크 성범죄 등 기술매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행위 중심으로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여겨 대책을 마련하지만, 사실상 새로운 범죄 유형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젠더 권력 불평등이 새 기술로 재현됐을 뿐이란 뜻이다. 정 연구위원은 과거 2000년대 초반 메신저 플랫폼 ‘버디버디’에서도 지금처럼 영상이 불법촬영되고 유포되는 일이 발생해 왔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광고기술매개 젠더폭력은 집단성과 확산(증폭)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정 연구위원은 짚었다. 그는 “기술매개 젠더폭력은 다수의 가해자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집단적 폭력의 형태로 나타난다”며 “피해자는 이러한 연결망 속에서 끊임없이 제2의 제3의 피해를 당하고, 그 피해는 사회적 차원으로 증폭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속된다”고 말했다.현행법은 기술매개 젠더폭력이 진화하면 이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개정돼왔다. “이런 사후적인 개정의 한계에 따라 처벌의 공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2024년 10월31일 대법원 판결을 예시로 들었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피해자의 신체 영상을 녹화기능으로 녹화·저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녹화·저장 행위가 법에서 규정하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영상통화를 녹화한건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정 연구위원은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와 화상 통화에 송출된 사람의 신체 영상을 녹화한 행위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피해는 있지만, 처벌되지 않는 사례다.광고광고정 연구위원은 “기술매개 젠더폭력 규정은 구체적인 행위들을 나열함으로써 처벌의 공백이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규정돼 있어 포괄적인 규정 개념으로 변화가 필요한 상태”라면서 “현재는 사이버스토킹, 딥페이크, 명예훼손, 혐오표현 등이 다양한 법률 영역에 걸쳐 있어 현행 법 체계는 이를 개별 범죄로 파편화하여 다루고 있다”고 짚었다.젠더폭력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에게 일어나는 연속적인 피해를 예방·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연구위원은 “기술매개 젠더폭력의 규정을 포괄적인 규정 개념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술매개 젠더폭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로지르는 복합적·연속적 폭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분절된 수사·지원체계를 넘어선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