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기자회견을 하던 중 주먹을 쥐고 있다. 에비앙레뱅/로이터 연합뉴스 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7월23일 ‘경쟁에서 승리하기’라는 제목의 인공지능(AI)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28쪽 분량의 이 문건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우위를 확보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문건은 서론에서 “미국은 인공지능 분야의 글로벌 지배력을 둘러싼 경쟁에 이미 돌입했다”며 “가장 큰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가 전 세계 표준을 주도하고 광범위한 경제·군사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우주 경쟁에서 승리했듯, 이번 경쟁에서도 미국과 동맹의 승리는 필수적”이라고 못박았다. 이를 위해 행동계획은 혁신 가속화, 인프라 구축, 미국 인공지능 기술의 국제 확산이라는 세 축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설에서 “미국이 이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며, 어떤 나라도 우리를 앞서도록 두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AI 냉전’ 시대의 도래 이런 접근은 미-중 인공지능 경쟁을 냉전기의 기술패권 경쟁과 유사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미국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산업과 군사 양 측면에서 소련을 압도했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를 계기로 설립된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주도했고, 그 성과는 스텔스·정밀유도무기 같은 군사 기술뿐 아니라 인터넷·위치정보시스템(GPS)·자동음성인식 등 민간 기술 혁신으로 이어졌다. 다만 오늘날은 정부가 아니라 빅테크 중심의 민간 기업이 혁신을 주도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미국의 경쟁력이 민간 혁신 역량에 있다고 보고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에만 7천억달러(약 1076조원)가 넘는 자금을 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투입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할 잠재적 위험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경쟁적 투자를 사실상 방치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규제 성향, 인공지능 붐이 견인하는 경제 성장 기대, 그리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인공지능 패권을 차지하려는 야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광고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미국이 첨단 인공지능 모델과 반도체칩·데이터센터 등 핵심 컴퓨팅 자원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패권은 일부 분야의 우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 산업, 에너지, 국제적 확산 등이 얽힌 복합 경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에 집중하는 미국과 달리, 제조·의료 등 실물 경제와의 접목, 그리고 가성비 있는 오픈소스 모델의 글로벌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중국은 이런 전략을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과 지난해 ‘인공지능 플러스’ 정책을 통해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 미국의 기술 우위 vs 중국의 확산 전략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이 제시한 다섯가지 유형화는 미-중 경쟁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인공지능을 에너지-반도체칩-인프라-모델-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 ‘5층 케이크’에 비유하며, 각 층위에서 경쟁 양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가장 하단인 에너지에서는 중국이 비용과 공급 측면에서 우위를 보인다. 중국의 에너지 공급 역량은 미국의 두배이며, 반도체 기업의 경우 비용은 4~8배 싸다. 반도체칩은 미국이 확실히 수 세대 앞서 있다.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의 경우, 미국이 앞서고 있으나, 건설 역량이 뛰어난 중국이 속도전으로 추격할 수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 모델은 미국이 앞서지만 오픈소스 생태계에서는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6월 셋째 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인공지능 모델은 중국의 딥시크였다. 오픈라우터 리더보드 통계를 보면, 중국 모델이 상위 4위까지 휩쓸었고 미국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5위에 그쳤다. 마지막인 애플리케이션은 인공지능 기술이 제조·자율주행·의료·엔터테인먼트 등 실제 산업에 활용되는 부분이다. 제조업 기반이 강하고 로봇 도입률이 높은 중국이 유리하다. 황 창업자는 “인공지능은 결국 자동화이며, 어떤 기술이든 가장 먼저, 가장 널리 적용하는 쪽이 승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공지능 경쟁이 특정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와 산업 적용 능력을 겨루는 ‘종합 경기’임을 시사한다. 젠슨 황의 분류법에 따르면 ‘에이아이 5종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카일 챈 리서치펠로 역시 지난 4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미-중 경쟁은 컴퓨팅, 모델, 도입, 통합, 배포 등 다층적 구조를 갖는다”며 “미국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은 효율성과 확산 전략을 통해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분석했다.광고광고 ■ 트럼프식 자유방임주의가 몰고 올 위험 문제는 이런 경쟁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안전 규범 없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유방임적 태도는 인공지능 위험 관리 측면에서 우려를 키운다. 앤트로픽의 ‘미토스 프리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모델은 사이버 보안, 금융 시스템, 핵심 인프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간단한 코드조차 작성하지 못하던 인공지능이 이제는 주요 기업 코드의 상당 부분을 생성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러한 발전 속도가 1~2년간 지속될 경우 ‘데이터센터에 모인 천재들의 국가’와 같은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이버 위험을 넘어 생물학적 위협과 통제 불능의 인공지능 자율성 문제도 현실화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현 단계에서 최고의 인공지능 모델 개발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시해서는 안 될 경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갈지자식 정책 행보가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해 취임 직후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공지능 규제 대부분을 뒤집었다. 그러나 지난 2일 앤트로픽 모델의 위험성이 드러나자 일부 복원을 했다. 첨단 인공지능 모델 출시 30일 전에 정부가 사전 위험을 점검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처로는 인공지능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의 접속을 차단하는 조처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외국에 대한 인공지능 모델 통제는 이번이 처음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첨단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면서 다가올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앞으로 중국은 미국 인공지능 모델의 잠재적 위협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응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통제되지 않은 군비 경쟁형 인공지능 개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광고 인공지능 혁명은 19세기~20세기 초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산업혁명이 주요국의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지만, 대외적으로는 열강의 해외시장 쟁탈전, 국내적으로는 불평등 심화와 노동조건 악화에 따른 계급투쟁으로 정치적 격변을 초래했다. 신무기 개발과 군사력 증강은 전쟁을 통한 영토 확장을 유혹했다. 이는 결국 제1·2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했다. 인공지능 역시 통제 없이 강대국 경쟁에 맡겨질 경우 유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중은 기술 수출과 통제, 그리고 표준 경쟁을 둘러싸고 글로벌 시장에서 충돌할 것이며, 국내적으로는 고용 충격과 분배 악화가 정치적 불안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 또 인공지능의 무기화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강대국 통치자는 신속한 승리 가능성에 취해 군사적 모험주의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와 이란 침공이 그 징후다. 이런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과 한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캐나다 등 이해를 같이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협력 체제를 구성해 공동 대응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세계 인공지능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두나라 간의 무한 경쟁을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미-중 인공지능 패권 경쟁이 기술 혁신을 넘어 국제 질서의 불안정 요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중국을 이겨라’ AI 규제 않는 미국, 군비 확장 부추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7월23일 ‘경쟁에서 승리하기’라는 제목의 인공지능(AI)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28쪽 분량의 이 문건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우위를 확보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문건은 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