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게티이미지뱅크 광고 홍인기 |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광고 한국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경상성장률은 10.5%였다. 50년 만의 최대치다. 재정 당국은 이 흐름을 기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산정 기준을 ‘내국세 20.79% 연동’에서 ‘경상성장률 연동’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올해 76조원이던 교부금은 내년 84조원으로 늘어난다. 겉으로만 보면 교육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는 안이다. 그러나 교부금 산식의 본질은 ‘한해의 숫자’가 아니라 ‘50년을 가는 골격’이다. 1972년 도입된 내국세 연동 산식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안정성이었다. 학생이 폭증하던 시대에도, 외환위기로 세수가 무너지던 시대에도 교육 예산의 마지노선을 지켜 주었다. 경상성장률 연동안은 바로 그 안정성을 정면으로 무너뜨린다.광고광고 경상성장률은 안정된 지표가 아니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1.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1.4%, 2020년 코로나19 직후 0%대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평년에도 4~6%를 오르내린다. 1분기 10.5%는 50년 만의 이례적 수치다. 인공지능 호황이 잠시 꺾이는 해, 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오는 해, 경상성장률이 2~3%로 주저앉으면 교부금은 단번에 수조원이 깎인다. 마이너스 성장이 한번 오면 절대액이 줄어든다. 내국세 연동 산식 50여년 역사에서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교육은 5·10년 단위 계획의 영역이다. 학교를 짓고, 교사를 양성하고, 특수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평생교육 인프라를 까는 일이다. 어느 일도 단년도 예산만으로 시작할 수 없다. 시·도교육청이 자신의 중기 재정계획을 외환 시장과 반도체 경기에 맞춰 매년 다시 짜야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교육 재정이라고 부를 수 없다.광고 더 결정적 문제가 있다. 경상성장률 연동안은 ‘호황기엔 정부안보다 커지고, 불황기엔 정부안보다 작아지는’ 구조다. 호황기에는 교육계의 반발을 잠재울 만큼 충분히 주지만, 정작 그 호황의 과실은 미래세대의 자산으로 적립되지 않고 시·도교육청 일반회계 안에서 흩어진다. 그리고 다음 불황기엔 그보다 훨씬 적은 액수가 들어오면서, 호황기에 시작된 사업들이 멈춰 선다. ‘단기 풍년·중기 흉년’의 구조다. 그래서 필자는 다른 길을 제안한다. 절대 산식은 내국세 연동을 그대로 두되, 한해 변동률에 10% 안팎의 상한을 두는 길이다. 내국세가 상한을 넘어 들어온 해에는 그 초과분을 ‘대한민국 미래세대기금’으로 적립하고, 적게 들어온 해에는 그 기금이 떠받친다. 결과적으로 교부금은 매년 예측 가능한 속도로 늘고, 그 위의 초과 세수는 학생 수가 더 줄어드는 다음 세대로 이월된다. 1분기 10.5%처럼 일회성 호황이 와도 그 행운이 한해 회계연도에 다 소진되지 않는다. 호황기엔 미래세대기금이 두툼해지고, 불황기엔 그 기금이 교육재정의 하방을 막는다. 경상성장률 연동안의 가장 큰 문제는 84조원이라는 한해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변동성이 큰 지표를 산식의 분모로 삼는 순간, 교육재정은 매년 경기 예측과 환율 전망에 종속된다. 그것은 교부금법 제3조가 50여년간 약속해 온 안정성의 실질적 파기다. 지금 교육계가 사수해야 할 것은 ‘20.79%’라는 비율 자체가 아니라, 그 비율이 지켜 주던 ‘예측 가능한 안정 성장’이라는 원칙이다. 84조원이라는 일회성 선물 뒤에 매년 출렁이는 교육재정이 따라온다면, 우리는 한해의 풍년을 받고 한 세대의 흉년을 떠안게 된다. 그 거래에 동의할 수는 없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