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학교에서 진행되는 마음이음 체육 활동은 단순히 신체적·공간적 지능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내 움직임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는 시작점이다. 박재준 교사 제공광고학교는 어쩌면 꽤 불편한 공간이다. 한 교실 안에 내향적인 학생과 외향적인 학생,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 수학을 즐기는 학생, 예술적 활동에 푹 빠진 학생 등 수많은 자아가 뒤섞여 온종일 각자의 색채를 뽐낸다. 여기에 교사의 색깔까지 더해지면, 3월의 교실은 매일이 긴장과 조율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 ‘3월의 불편함’을 기꺼이 마주할 때, 비로소 교실은 서로의 숨결이 이어지는 공존의 공간으로 거듭난다.필자는 이 불편한 공존을 배움으로 전환하기 위해 신체 활동을 통한 연결을 강조한다. 초등학생에게 체육 수업은 단순한 기능 습득의 시간이 아니다. 스포츠는 규칙이라는 약속 위에서 움직임과 멈춤이 교차하며 완성되는 고도의 사회적 행위다. 공 하나를 주고받는 찰나의 순간, 학생들은 서로를 응시하고 위치를 살피며 보이지 않는 호흡을 맞춘다. 스마트폰 화면에 갇혀 파편화되던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서로 부딪히고 땀 흘리며 타인과 나를 잇는 ‘관계의 감각’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올해는 배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의 호흡과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팀을 꾸리고 역할을 나누었다. 누군가는 심판이 되어 공정함을 배우고, 누군가는 기록관이 되어 경기 흐름을 담아낸다. 기자가 된 학생은 친구들의 땀방울을 사진과 인터뷰로 서로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른바 ‘마음이음 배구’를 통해 학생들의 ‘우리’라는 근육이 성장하는 과정은 경이로웠다.광고첫째, ‘나와 타인의 관계’를 읽어내는 사고력이 성장했다. 배구는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공의 궤적, 우리 팀과 상대 팀의 위치를 동시에 파악해야 한다. 학생들은 “마이(my)!” 혹은 친구 이름을 목청껏 외치며 찰나의 판단을 내린다. 이는 단순히 신체적·공간적 지능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내 움직임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사회정서적 역량의 시작점이다.둘째, ‘타인과 연결’하는 수행력이 성장했다. 배구는 세 번의 터치로 완성된다.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도 동료가 받아준 공(리시브)과 띄워준 공(토스) 없이는 네트 너머로 공을 넘길 수 없다. 학생들은 서툰 실력이지만 서로의 실수를 메워주며 공을 살려내는 과정을 통해, 혼자 빛나는 ‘영웅’보다 ‘연결하는 힘’이 더 강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인다.광고광고마지막으로, 코트 위의 경험을 ‘삶으로 확장’하는 전이력이 성장했다. 코트 위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미안해”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는 말들은 교실 안의 갈등 상황 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스포츠를 통해 체득한 공존의 문법이 학생들의 일상적인 관계 맺기로 전이될 때, 교실은 비로소 하나의 단단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이제 곧 중학생이 될 학생들은 내년 3월, 더 큰 어색함과 불편함을 마주할 것이다. 어쩌면 스마트폰이 안내하는 온라인 세계가 더 편안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구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호흡을 확인하며 땀 흘렸던 ‘공존의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을 잇는 단단한 다리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박재준 서울 묵동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