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호르무즈해협. AFP 연합뉴스광고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뼈대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면서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0여척 등 500여척의 선박이 본격적인 출항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협 통항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 되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제 유가도 전쟁 이전 1배럴당 60~70달러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걸프 지역을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으로 나누는 호르무즈해협은 2월28일 전쟁 직후 이란에 의해 봉쇄됐고, 4월13일 미국에 의해 맞봉쇄됐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해상길이 막히자 원유값은 전쟁 전보다 70~80% 오른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해협 봉쇄의 주도권을 쥔 이란은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우호국 중심으로 일부 선박을 제한적으로 통과시켰고, 미국도 동맹국 선박을 중심으로 통과시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으로 해협 완전 개방이 선언된 4월18일 36척이 통과한 것을 제외하면, 개전 이후 석 달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평균 10척 이내에 그친다.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각) 기준 호르무즈해협 주변에 발이 묶인 선박은 500여척으로 보고 있다. 이중 한국 선박은 24척이 있다.광고전쟁 이전 하루 130~140척이 해협을 오갔던 것을 감안하면, 모든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는 데 닷새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래 정박해 있던 선박을 손봐야 하고, 기뢰 위험도 남아있다. 적재 화물과 목적지, 국적 등에 따라 통과 기준도 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한국 선박은 에이치엠엠(HMM), 팬오션, 장금상선 등 24척이 묶여 있다. 에이치엠엠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는 전쟁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0일 해협을 통과해 지난 10일 울산항에 도착했다. 해협을 빠져나온 지 3주 만이다. 11일에는 액화천연가스(LNG) 한국 운반선이 두 번째로 해협을 통과했다.광고광고5월4일 이란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에 파손돼 수리 중인 에이치엠엠 나무호도 해협 내 머무는 한국 선박 중 하나다.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까지 항해에 약 20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선박들이 즉시 해협을 빠져나와도 국내 원유 물동량을 회복하기까지 약 한 달 정도 걸릴 수 있다.실제 기뢰가 설치됐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설치 가능성만으로도 선박 운항은 크게 제약된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약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제거 작업이 시작되더라도 올해 내내 기뢰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광고이 때문에 선박들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대안 경로’로 제시한 라라크섬 인근 대체 항로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항로는 기뢰 위험이 없는 대신 항로 폭이 좁아 통과 가능한 선박 수가 제한적이다.휴전과 해협 재개방 소식에 유가는 다소 하락했다. 15일(한국시각) 브렌트유 8월 선물은 전장 대비 3.9% 하락해 배럴당 83.92달러에 거래됐다. 7월 인도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80.96달러에 거래돼 전장 대비 4.62% 하락했다.그러나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낮아지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해협에 갇힌 선박이 풀려나더라도 물류 체계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전쟁 이전 배럴당 60~70달러 선이었던 국제유가는 대이란 공습 직후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3월 말 브렌트유는 전쟁 발발 한 달여 만에 약 53% 급등해 112달러를 넘어섰고, WTI는 45% 뛰어 100달러에 근접했다. 이란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월23일 ‘최후통첩’이 연기되면서 한때 브렌트유가 80~90달러 선으로 급락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유가는 100달러대를 유지했다. 4월 들어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 협상이 열린 뒤에도 주변 공격이 이어지면서 유가 하락은 지속하지 않았다. 최근 종전 양해각서 체결 가능성 보도가 잇따르며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광고다니엘 에번스 S&P 글로벌 에너지 연구원은 에이피(AP) 통신에 “그간 중단했던 원유 생산 설비를 재가동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박들도 원유를 적재하고 다시 (해협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니엘 스턴오프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선임연구원은 “아직 ‘개방’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다”며 “해협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원유 생산 재개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사울 카보닉 엠에스티(MST) 파이낸셜의 에너지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석유 시장은 2027년까지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해협은 천천히 부분적으로만 개방될 수 있고 언제든 다시 폐쇄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반면, 해협이 재개방된 직후 생산 능력이 곧바로 회복돼 유가가 빠르게 정상화 할 수도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일 한 에너지 업계 고위 임원은 “(해협에) 평화가 찾아오면 며칠 내에 중동 전체 생산 능력의 50%가 재가동될 수 있고 몇 달 안이면 최대 생산 능력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