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레네 아이벡스와 토레 세프사, 종이에 수채, 65x102cm, 2026년광고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 2000년 절멸토레 세프사(Torre Cepsa): 248m, 마드리드, 스페인2000년 1월6일, 스페인 피레네 산맥에서 마지막 피레네 아이벡스(산양의 일종) ‘셀리아’(Celia)가 쓰러진 나무에 깔려 죽은 채 발견됐다. 이로써 피레네 아이벡스는 공식적으로 멸종했다. 그보다 9개월 전인 1999년 4월20일, 과학자들은 유전자원 보전을 위해 셀리아를 포획하여 생체 조직을 채취한 뒤 무선 추적기를 부착하고 다시 야생에 방사했다. 셀리아는 알려진 마지막 개체였으며, 종의 존속을 위해 남아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복제 기술뿐이었다.광고연구진은 냉동 보존했던 셀리아의 세포를 이용해 체세포 핵이식 복제를 시도했고, 마침내 2003년 7월30일 복제 새끼가 태어났다. 이는 멸종한 동물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실제 출산으로 이어진 세계 최초의 사례였다.체중 2.6㎏의 암컷 피레네 아이벡스는 외형적 형태 이상 없이 태어났다. 분만 때 정상적인 심장 박동을 보였고, 눈을 뜨고 입을 벌리고 다리와 혀를 움직이는 활력 징후를 보였지만, 심각한 호흡 곤란을 겪다가 몇 분 만에 죽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복제 유제류에서 흔히 나타나는 선천적인 폐 기형이었다. 피레네 아이벡스는 세계 최초로 복제된 멸종 동물이 되었지만, 태어난 지 7분 만에 사망하며 최초로 두 번 멸종한 동물로 기록됐다.광고광고고생물학적 유해와 선사시대 동굴 벽화는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에 이베리아 아이벡스가 이베리아반도 전역에 널리 분포했음을 보여준다. 후기 구석기 시대 예술가들은 오록스, 들소, 매머드, 사슴, 말과 함께 아이벡스의 모습을 동굴 벽에 남겼다. 이베리아 아이벡스는 지난 수 세기 동안 서식지 파괴, 전염성 질병, 트로피 사냥 등의 영향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베리아 아이벡스 4종의 아종 가운데 포르투갈 아이벡스는 1892년에, 피레네 아이벡스는 2000년에 멸종했다. 현재는 아종 2종만 생존해 있다.19세기 유럽에서 아이벡스는 가장 가치 있는 ‘트로피 사냥’(오락과 과시를 목적으로 야생 동물을 사냥하여 머리나 뿔, 가죽 등을 전리품으로 수집하는 행위) 동물 가운데 하나였다. 스페인과 프랑스 국경을 따라 형성된 피레네 산맥의 험준한 지형과 혹독한 기후 환경에 적응한 피레네 아이벡스는 다른 아종보다 더 큰 체구와 65~90㎝에 이르는 큰 뿔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피레네 아이벡스를 특히 매력적인 전리품으로 만들었다. 깊은 협곡과 깎아지른 절벽에 숨어 살며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희귀한 존재인 피레네 아이벡스를 찾아 수많은 사냥꾼이 피레네 산맥으로 모여들었다.광고20세기 초에 이르러 피레네 아이벡스의 서식 범위는 스페인 피레네산맥의 고산 지대인 오르데사 계곡 일대로 축소됐다. 개체군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1913년에는 사냥이 금지됐고, 서식지 보호를 위해 1918년 오르데사 국립공원이 설립되었으나 이미 늦은 조처였다. 1990년 오르데사 지역에 남은 개체 수는 단지 6~14마리에 불과했고, 1994년 이후에는 야생 수컷이 더는 관찰되지 않았다. 결국 1999년 약 12살의 암컷 한 마리만이 살아남았다. 셀리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개체는 백만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피레네 아이벡스의 마지막 생존자였다.피레네 아이벡스가 사라진 피레네 산맥에 이베리아 아이벡스의 다른 아종이 도입됐다. 2014~2021년 총 254마리가 방사됐고, 2020년 가을, 새끼 약 70마리가 태어났다. 현재 개체 수는 540여 마리로 증가했다.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다시 피레네산맥 봉우리와 절벽, 협곡을 배경으로, 마치 절벽의 공백을 유희하듯 또는 거스르듯 움직이는 우아하고 장엄한 아이벡스의 실루엣을 볼 수 있길 바라는 희망이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피레네 국립공원 아이벡스 재도입 계획 보고서, 2012).새롭게 형성된 개체군은 이베리아 아이벡스가 따뜻한 남쪽 기후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는 통념을 깨고, 서식 환경에 잘 적응해 피레네 아이벡스가 수행했던 생태적 기능과 지위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다만 모든 개체가 동일한 개체군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유전 다양성은 낮은 수준이며, 유전적 부동(기존 종 특성이 개체군 내에서 사라지거나 고정되는 것)과 근친교배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와 연구가 요구된다.광고피레네 아이벡스 복원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연구팀은 팀이 해체된 이후 2014년 다시 새로운 자금을 확보해 복제 연구를 재개했지만, 두 번째 시도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이 때문에 피레네 지역의 생태학자들은 복제 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보다 서식지 보호와 개체군 관리 등 현장 중심의 보전 활동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제로 한 마리를 만들 수는 있어도, 종이나 개체군을 복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제된 피레네 아이벡스는 이미 대리모로 사용된 집 염소의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DNA)를 물려받으며, 이후 개체군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종과의 추가적인 교배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를 과연 진정한 피레네 아이벡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피레네 아이벡스의 멸종과 복원 시도는 단순히 멸종한 종을 되살릴 수 있느냐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복제와 같은 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실질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지, 혹은 서식지 보전과 재도입이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인지를 고민하게 한 상징적 논쟁 사례가 됐다.구석기 시대,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깊은 곳에서 흔들리는 불빛에 의지해 아이벡스를 그리던 사람을 상상해 본다. 그와 내가 아이벡스를 그리는 이유와 목적은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바라보고 기록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만큼은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피레네 아이벡스를 둘러싼 복제 기술과 재도입·보전 논쟁의 중심에도 결국 인간의 잘못으로 멸종에 이르게 된 한 아름다운 생명에 대한 애도와 희망의 감정이 있다. 그 방법과 해답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지만, 그 마음은 모두 진심일 것이다.우리가 바라는 자연 그대로의 오록스와 매머드, 그리고 피레네 아이벡스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를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는 일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것은 사라진 생명에게 보내는 사과이자 같은 상실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참고문헌Acevedo, P., & Cassinello, J. (2009). Biology, ecology and status of Iberian ibex Capra pyrenaica: A critical review and research prospectus. Mammal Review, 39(1), 17–32.Bicho, N., Carvalho, A. F., González-Sainz, C., Sanchidrián, J. L., Villaverde, V., & Straus, L. G. (2007). The upper Paleolithic rock art of Iberia. Journal of Archaeological Method and Theory, 14(1), 81–151.Burton, A. (2022). The ibex carousel.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 20(7), 444.Crampe, J. P. (2014). Plan de restauration du Bouquetin (Capra pyrenaica) dans les Pyrénées Françaises 2014–2022.Folch, J., Cocero, M. J., Chesné, P., Alabart, J. L., Domínguez, V., Cognié, Y., et al. (2009). First birth of an animal from an extinct subspecies (Capra pyrenaica pyrenaica) by cloning. Theriogenology, 71(6), 1026–1034.García-González, R., & Herrero Cortés, J. (1999). El bucardo de los Pirineos: Historia de una extinción.Kupferschmidt, K. (2014). Can cloning revive Spain's extinct mountain goat? Science, 344(6180), 137–138.Pérez, J. M., Granados, J. E., Soriguer, R. C., Fandos, P., Márquez, F. J., & Crampe, J. P. (2002). Distribution, status and conservation problems of the Spanish ibex, Capra pyrenaica (Mammalia: Artiodactyla). Mammal Review, 32(1), 26–39.Pérez, J. M., Granados, J. E., Garnier, A., Soriguer, R. C., Aleix-Mata, G., Sánchez, A., & Fandos, P. (2024). Is it time for genetic reinforcement of French Iberian ibex populations?. Journal for Nature Conservation, 77, 126516.Pina-Aguilar, R. E., Lopez-Saucedo, J., Sheffield, R., Ruiz-Galaz, L. I., de J. Barroso-Padilla, J., & Gutiérrez-Gutiérrez, A. (2009). Revival of extinct species using nuclear transfer: Hope for the mammoth, true for the Pyrenean ibex, but is it time for conservation cloning? Cloning and Stem Cells, 11(3), 341–346.Pyne, L. (2023). Techno-Wizardry and the De-extinction of Celia the Ibex. Athenaeum Review, 8, 113–119.Searle, A. (2022). Spectral ecologies: De/extinction in the Pyrenees. Transactions of the Institute of British Geographers, 47(1), 167–183.장노아 작가
세계 최초로 두 번 멸종한 동물, 피레네 아이벡스
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 2000년 절멸 토레 세프사(Torre Cepsa): 248m, 마드리드, 스페인 2000년 1월6일, 스페인 피레네 산맥에서 마지막 피레네 아이벡스(산양의 일종) ‘셀리아’(Celia)가 쓰러진 나무에 깔려 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