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근시 공화국을 벗어나자’ 3 인터뷰 신선영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 19살 남성 근시 유병률 90% 넘은 상태 고도근시, 녹내장 등 실명 가능성 커 한국 아이들은 치료받아도 근시 진행 학습량과 근거리 작업량 매우 많은 탓 외국선 ‘야외활동 확대’ 등 제도로 운영 한국도 학교 기반 눈 검진 등 정책 필요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 총괄이사를 맡고 있는 신선영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이미 심각한 상황인 어린이와 청소년의 근시 대책 마련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최승식 기획위원 광고한국은 ‘근시 팬데믹’의 중심에 서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야외활동 부족 속에 빠르게 늘어나는 근시는 마치 감염병처럼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근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수년 전부터 근시를 주요 공중보건 문제로 지목했다. 한국은 가장 상황이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병무청 자료를 보면 만 19살 남성의 근시 유병률이 수도권에서 90%를 넘는다. 안경 쓰지 않은 학생을 찾기가 오히려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신선영 교수는 이 현상을 단순한 생활습관 변화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 정도 규모면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세대 전체의 눈이 동시에 나빠지고 있다면, 그 사회가 만들어낸 환경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교육 경쟁, 과도한 학습 시간, 줄어든 야외활동, 스마트폰·태블릿의 일상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안경 도수 문제가 아니다… 50년 뒤 찾아올 ‘실명 재앙'광고 근시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인 이유는 질병의 대가가 수십 년 뒤 노년기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불편 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니기에 사회는 그 위험을 체감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교정되지 못한 고도근시는 녹내장, 망막박리, 근시성 황반변성 등 노년기 시력 상실을 유발하는 주요 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 이미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등 동아시아에서는 고도근시 증가가 미래 실명 환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신 교수가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대부분의 전망보다 암울하다. 그는 올해 들어서도 중학생 녹내장 환자를 5명 진단했다. 녹내장 하면 노인성 질환을 떠올리지만, 고도근시로 진행되면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될 수 있다. 신 교수는 “녹내장은 증상을 못 느낍니다. 우연히 발견되죠. 발견했을 때 이미 중증도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도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광고광고 근시 진행의 본질은 ‘시력 저하’가 아니라 ‘안구의 구조적 변형’에 있다. 풍선을 세게 불면 벽이 얇아지고 꼭지 주변이 당겨지듯, 안구가 길어질수록 망막은 얇아지고 시신경 주변 조직은 잡아당겨진다. 라식·라섹은 각막을 깎아 시력을 교정할 뿐, 이미 길어지고 변형된 안구 자체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만 3살 이후 발생한 근시는 자연적으로 좋아지지 않으며, 진행을 늦추는 개입은 어린 시기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신 교수는 근시를 흡연 정책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흡연이 폐암을 만드는 데 수십 년이 걸리듯, 어린 시절 진행된 근시도 수십 년 뒤 실명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광고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60살이 되는 건 50년 뒤의 일이지만, 그 아이의 안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약을 써도 나빠지는 한국의 아이들…“환경이 치료 효과 잠식” 다행히 근시 진행을 늦출 치료 무기는 존재한다. 2015년 전후로 싱가포르·대만에서 저농도 아트로핀(근시 진행을 늦추는 안약)의 근시 억제 효과가 입증됐고, 드림렌즈, 근시 억제용 소프트렌즈, 근시 억제용 안경렌즈 등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신 교수는 2015년부터 병원 약사들을 설득해 서울성모병원 원내에서 저농도 아트로핀을 직접 조제·처방하면서 효과를 관찰해왔다. 신 교수 연구팀이 저농도 아트로핀을 40개월 이상 사용한 소아 환자 144명을 분석한 결과, 치료받지 않은 경우에 비해 근시 진행이 유의미하게 억제됐다. 그러나 데이터에는 불편한 사실도 담겨 있었다. 부모가 모두 고도근시인 아이는 치료 중 아트로핀 농도를 높여야 하는 비율이 100%였다. 이는 부모 중 한 명만 고도근시인 경우(76.8%)나 부모 모두 근시가 아닌 경우(73.3%)를 크게 웃돌았다. 8살 이전에 근시가 시작된 아이들도 8살 이후 근시가 시작된 아이들보다 진행이 빠르고 농도 상향 비율이 높았다(90.5% 대 63.3%). 유전적으로 취약하거나 발병이 이른 아이일수록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광고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신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아트로핀 치료를 받으면 근시 진행이 거의 멈추지만, 한국 아이들은 학습량과 근거리 작업량이 너무 많아 치료를 해도 시력이 계속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약효가 부족한 게 아니라, 약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눈을 혹사하는 환경이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으로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내사시 빈도까지 젊은층에서 급증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던 시대에는 없던 현상이다. 주변국은 법제화·규제 나서는데…한국은 정책 ‘전무' 근시를 유발하는 환경은 개인이 바꿀 수 없다. 학교는 국가가 운영하고, 그 학교에서 보급한 태블릿은 교육 정책의 산물이다. 신 교수는 “디지털 기기를 지급하고 온라인 학습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 정책이라면, 그로 인한 눈 건강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근시 관리는 시력이 떨어지면 그제야 치료를 시작하는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 반면 주변국들은 이미 국가적 예방 체계를 가동 중이다. 싱가포르는 정기 시력검사 후 생활습관 개선을 국가가 직접 모니터링하고, 대만은 야외활동 시간 확대를 법제화하고 교과 과정에 눈 체조 시간을 넣었다. 중국은 초등 저학년 숙제를 제한하고 근거리 작업 시간을 규제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은 공공 차원의 예방 정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신 교수가 가장 시급하다고 꼽는 것은 국가 소아 근시 코호트 구축이다. 소아과에서 키와 몸무게를 성장곡선으로 관리하듯, 안구 길이도 또래 평균과 비교해 위험 수위를 예측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개별 아동 맞춤형 치료 예측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지역 기반 코호트 연구를 하려 해도 학회 단독으로는 학교의 협조를 얻기 어렵습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복지부와 교육부의 공조 시급…“학교가 바뀌어야” 신 교수는 근시 대책이 보건복지부만의 과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일과를 결정하는 교육부의 역할이 더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학교 기반 안과 검진 체계 구축이다. 시력표 중심의 현행 검사는 한계가 명확하다. 치과 구강검진처럼 특정 학년을 지정해 국가 비용으로 안과에서 정밀 검진을 받게 해야 한다. 어린이는 눈의 조절력이 강해 조절마비 안약 없이는 정확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눈 건강 교육 의무화다. 디지털 기기를 지급할 때 ‘40분 근거리 작업 후 20분 휴식’ ‘30㎝ 거리 유지’ 같은 수칙을 어릴 때부터 습관화하도록 의무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셋째, 야외활동 시간 확보다. 자연광 노출이 안구 길이 증가를 억제한다는 것은 현재까지 가장 근거가 확실한 근시 예방법이다. 전문가들은 하루 2시간 이상을 권고하지만, 입시 중심 환경에서 아이들이 운동장에 머무는 시간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신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안경을 쓰면 그만이라는 안일함 속에서 아이들의 눈을 너무 오래 방치해왔습니다. 50년 뒤 다가올 실명 팬데믹을 막으려면, 이제는 국가가 데이터를 쌓고, 검진 체계를 만들고, 학교 운동장의 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어린이 근시 팬데믹’의 중심 한국…“정부가 더는 방치해선 안 돼” [건강한겨레]
한국은 ‘근시 팬데믹’의 중심에 서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야외활동 부족 속에 빠르게 늘어나는 근시는 마치 감염병처럼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근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수년 전부터 근시를 주요 공중보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