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제5기 저널리즘책무위원회 다섯번째 회의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리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광고사설과 칼럼 등이 실리는 오피니언면은 일간지 지면 구성에 있어서 흔히 ‘의견 영역’으로 불린다. 사실을 전하는 뉴스 지면과 달리 오피니언면에서는 각 언론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낸다. 미디어 다변화로 사실을 전하는 뉴스가 넘치는 시대, 언론사의 차별화 전략에 꼭 필요한 것이 오피니언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뉴스 지면은 죽 훑어만 보고 오피니언면을 더 꼼꼼하게 본다는 독자도 적지 않다.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한겨레만의 시각을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5기 한겨레저널리즘책무위원회 다섯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오피니언 지면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선희 조선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위원장), 이종혁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김회승 논설위원, 황보연 편집국 기획·영상부국장이 함께했다. 박선희 오늘은 오피니언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자. 먼저, 외부 칼럼 필진 선정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황보연 편집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필진위원회에서 사내외 추천 등을 거쳐 선정한다. 성별·연령별·분야별 다양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한다.광고 박선희 ‘왜냐면’은 다양한 시민이 참여하는 열린 지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필자들을 보면 교수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 전문가들이 많은 것 같다. 왜냐면 원고 선정 기준이 있나. 황보연 말씀하신대로 왜냐면은 일반 독자에게 열려 있는 지면이다. 최소한의 논리 구조와 설득력을 갖춘 글이라면 누구의 글이든 싣는다. 그러나 아무래도 활동가 등 전문가들이 글을 많이 보내오다 보니 그들의 글이 많게 느껴질 수 있다.광고광고 (왜냐면 상단에는 ‘한겨레에서 시민사회 토론 공간으로 제공한 지면입니다. 한국 사회 구성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기본을 갖추고 인신공격을 멀리하며 합리적인 논거를 담은 제의, 주장, 비판, 반론 글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알림이 실려 있다.) 이종혁 외부 필자들을 보면 분야에 좀 편중이 있는 것 같다. 사회 쪽은 많은데 경제나 국제, 기술 쪽이 부족해 보인다. 광고 박선희 한겨레의 색깔은 오피니언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노동, 장애, 소수자, 젠더 등 한겨레의 정체성이 기사뿐만 아니라 오피니언면에서도 잘 드러나서 좋다. 필진 구성할 때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채영길 기획으로 지속해서 다뤄야 할 사안을 외부 고정 칼럼으로 소화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다. 칼럼이라는 게 개인의 경험이나 사고를 기반으로 풀어내는 거 아닌가. 칼럼을 읽다 보면, 어떤 것은 너무 사소하게 느껴지고 어떤 것은 좀 진부하다는 느낌이 든다. 박선희 외부 필자가 보내온 글이 한겨레가 지향하는 바와 다르면 어떻게 하나. 황보연 논조가 한겨레랑 안 맞는다고 글을 못 실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엔 필자와 상의하고 보완을 요청하기도 한다.광고 채영길 검찰의 조작기소·공소취소 이슈와 관련해 방향이 다른 칼럼들이 실린 적이 있다. 한겨레 내부 필진의 글인데도 입장이 달랐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선 조율된 입장이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독자 처지에선 이 사안에 대한 한겨레의 입장이 뭔지 의아해할 것 같다. 박선희 외부 필자가 쓴 칼럼과 내부 칼럼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내부 필진이 상반된 칼럼을 쓰면 독자들이 좀 혼란스럽지 않을까 싶다. 김회승 논란이 큰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사내 필자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칼럼의 경우, 한겨레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상궤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방향이 다르다고 문제 삼거나 억지로 논조를 조정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설은 다르다. 특정 사안에 대한 한겨레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논설위원들이 토론을 거쳐 방향과 톤을 정한다. 한겨레의 공식 입장은 칼럼이 아니라 사설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박선희 사설을 논설위원이 쓰는데, 그 논설위원들이 칼럼에서는 사설과 상반된 논지를 펴면 독자 입장에선 좀 의아할 것 같다. 이종혁 오피니언면의 기능은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기사로 다룬 사안에 대한 한겨레의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어떤 이슈에 대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경우엔 한겨레 논조와 다른 의견을 가진 필진도 섭외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댓글 등을 통해 독자들의 토론을 촉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첫번째 기능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꼭 두번째나 세번째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피니언면의 존재 이유를 좀 더 폭넓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채영길 ‘6411의 목소리’ 연재를 보면서, 지금 시대에는 이슈나 필진의 직업 다양성보다는 이슈에 대한 태도나 관계를 드러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411의 목소리’는 당사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가니까 어떤 전문가 칼럼보다 큰 울림을 준다. 그동안 놓쳤던 것들을 성찰하게 해준다. 이종혁 독자 중에는 한겨레 논조에 동의하지만 반대 의견이 뭐가 있고 그 의견에 내가 제대로 반박하려면 어떤 논리가 더 필요한지 알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보수 필진을 고정적으로 두기는 어렵겠지만, 기자가 특정 이슈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의견 지형을 한번씩 정리해 주는 콘텐츠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댓글도 좀 활성화하지 않을까 싶다. 채영길 한겨레 기사에 대해 외부의 시각에서 성찰적으로 평가하는 칼럼이 없는 것도 좀 아쉽다. 이종혁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 한겨레는 주로 인문학적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시대 흐름에 약간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 최신 기술 트렌드에 밝은 전문가를 필자로 섭외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 김회승 한겨레는 오피니언 쪽에 상대적인 강점이 있으니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 이종혁 언론이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은 결국 해설과 오피니언에 있다고 생각한다. 해설과 칼럼이 좀 더 풍부해지면 좋을 것 같다. 남들 다 쓰는 단순 스트레이트는 줄여도 된다. 채영길 한겨레는 주로 전문가 의견을 통해서 비판적인 주제를 다루는데, 그분들의 글이 굉장히 관념적이고 진부하게 느껴질 때가 더러 있다. 물론 글의 주제와 내용은 진보적일 수 있지만. 뭔가 가르치려고 하는 듯한 뻔한 글보다는, 어떤 이슈와 나의 관계를 보여주는 생생한 글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2인 1조 노동의 필요성을 노동자가 자신의 실제 노동 환경에서 출발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나가면 훨씬 ‘진보적인 글쓰기’가 될 수 있다. 필진 구성할 때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선희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화적 프레임으로 이슈에 접근할 필요도 있는데, 한겨레 오피니언면에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글이 너무 많다는 지적인 것 같다. 이종혁 사설과 해설 기사에서는 주로 어떤 사안의 제도적·구조적 문제를 짚고 개선을 촉구한다. 칼럼은 좀 달라도 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삶을 기반으로 이슈에 접근하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채영길 오피니언면을 읽다 보면 주제와 톤이 비슷한 글들이 반복해서 나올 때가 더러 있다. 다양한 고정 칼럼 꼭지를 만들었을 때는 그 이유가 있을 텐데, 그 기획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꼭지만 만들어 놓고 내용은 그냥 필자한테 맡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애초 기획 취지에 맞는 글이 실릴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박선희 간혹 지나치게 한가해 보이고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글이 눈에 띄더라. 이런 글까지 오피니언면에 싣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김회승 한겨레 칼럼들이 대체로 무겁고 진지하니까, 좀 쉬어 가라는 취지로 그런 글을 싣지 않았을까 싶다. 박선희 그런 의도라면, 차라리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고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정보성 칼럼을 늘리는 게 맞다. 그러면 오피니언면이 좀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채영길 한겨레 오피니언면은 좀 엘리트주의적인 인상을 준다. 필진 구성이나 서술 방식이 좀 더 민중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회승 자유롭고 톡톡 튀는 글쓰기를 하는 분을 섭외해서 지면을 내드려도 막상 한겨레에 글을 쓸 때는 자기 스타일을 버리고 한겨레 방식으로 쓰곤 한다. ‘한겨레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랄까 중압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이종혁 브런치나 티스토리 같은 데 가보면 학위는 없지만 전문성도 있고 글도 술술 읽히게 쓰는 사람들이 많다. 새로운 필자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좀 더 기울여 줬으면 한다. 기사든 오피니언이든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유능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한겨레의 분위기를 바꿔 나갔으면 좋겠다. 요즘 시대의 진보는 유능하고 미래를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박선희 오늘 회의가 더 나은 한겨레 오피니언면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한겨레, ‘~해야’ 처방형 논설 많아…AI 이슈는 타사 비해 소홀 28일 열린 한겨레저널리즘책무위원회 다섯번째 회의에서 이종혁 위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해 한겨레를 포함한 주요 일간지의 오피니언 지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 위원이 18개 일간지의 최근 한달치 오피니언 지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겨레 오피니언면에는 한미관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이슈를 다룬 콘텐츠 비율이 11.4%로 가장 높았다. 반면, 조선일보는 선거·정치 비율(24.6%)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란·중동 이슈를 다룬 비율은 중앙일보(10.9%)가 가장 높았고, 한겨레는 그 비율이 6.7%였다. 중앙일보가 중동 에너지 위기를 경제·지정학적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반면, 한겨레는 평화·외교·에너지 전환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공지능·반도체 이슈는 한겨레(7.4%)가 상대적으로 적게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그 비율이 13.6%였고, 경제지 전체 평균은 17.9%에 이르렀다. 보수·중도 언론이 주로 국가 경쟁력과 기업 활력 관점에서 이 이슈를 다룬 반면, 한겨레는 인공지능 이익 분배 및 노동 대체 관점을 더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분석됐다. 젠더·인권 이슈는 한겨레(5.7%)가 조선일보(2.1%)와 중앙일보(0.7%) 등 보수 언론보다 훨씬 빈번하게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관련 콘텐츠는 대부분 역차별 프레임이거나 역사·문화 에세이로 직접적인 성평등 의제를 다룬 비율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오피니언 콘텐츠의 논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촉구·주장 어조 비율은 조선일보(17.3%)가 가장 높았고, 한겨레가 14.4%로 뒤를 이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에 ‘~해야’, ‘~나서야’ 등 ‘처방형 논설’이 많았다는 얘기다. 비판·규탄 어조도 조선일보(11.5%)가 가장 높았다. 한겨레(9.4%)도 높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비판 대상은 확연하게 달랐다. 조선일보가 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부, 노조를 비판한 반면, 한겨레의 주된 비판 대상은 국민의힘, 검찰, 대기업이었다.
“외부 필진, 전문가에 쏠린 느낌…내부 칼럼은 의견차 조율을”
사설과 칼럼 등이 실리는 오피니언면은 일간지 지면 구성에 있어서 흔히 ‘의견 영역’으로 불린다. 사실을 전하는 뉴스 지면과 달리 오피니언면에서는 각 언론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낸다. 미디어 다변화로 사실을 전하는 뉴스가 넘치는 시대, 언론사의 차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