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5월28일 뉴스타파 보도에 나온 오세훈 캠프의 김선동 총괄본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광고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광고 “14일 동안 … ‘손가락 전투’ 좀 하면서 분위기를 으쌰으쌰 해서 뒷받침될 수 있도록 이렇게 좀 띄워주세요.” 5월28일 뉴스타파 보도에 나온 오세훈 캠프의 김선동 총괄본부장의 발언이다. 해당 보도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상임의장은 이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일반 사람들은 … 기사 댓글에 엄청 예민하게 반응을 합니다. 그래서 그 반응들을 우리가 중시 여겨야 돼. 그런 부분들을 한번 잘 만들어 보자는 의미다.” 이들이 말하는 활동은 민주주의에서 꼭 필요한 여론 형성 활동일까? 아니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드는 여론 조작 활동일까? “정당은 …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 우리 헌법 제8조 2항이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민주주의에서는 정당 말고도 여론 형성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을 상정하고 이들의 활동을 보장한다. 언론은 정보와 의견을 내놓고 여론 형성에 참여한다. 노동조합이나 기업단체 등 이익집단이나 인권·환경 등 공익단체들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여론 형성에 참여한다. 당연히 개인들도 주체다. 소셜미디어에 스스로 글을 쓰고 이미지와 동영상을 게시하거나 누군가의 게시물을 재게시하고 의견을 표명하면서 여론 형성에 참여한다.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여론 형성 과정으로 집단화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에서 꼭 필요한 여론 형성 활동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여론 조작 활동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광고광고5월28일 뉴스타파 보도에 나온 김기현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상임의장이 발언하는 모습. 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두 행위는 목적에서 구분되는 게 아니다. 다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행위의 경계는 과정과 수단에 있다. 첫번째 기준은 활동과 주체의 투명성이다. 화자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활동이 이루어지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지, 아니면 정체를 숨기고 은밀히 진행되는지 여부다. 기명의 칼럼, 현실 정치인의 연설, 생산자를 밝히는 광고, 얼굴을 드러낸 화자의 방송이나 게시물은 우리에게 그가 나를 설득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동의든 반대든 의견 형성을 돕는다. 반면 기사 형식을 띤 광고, 주체를 확인할 수 없는 ‘일동’ 명의의 성명서,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 계정으로 확산되는 정보, 여성의 사진을 건 남성 계정이나 그 반대 계정의 게시물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기준은 나의 판단을 우회하거나 기망하도록 고안된 것인가 여부다. 정당한 설득은 근거와 논증을 제시하고 나의 판단을 물음으로써 작동한다. 반면 여론 조작 행위는 나의 판단을 우회하도록 고안된다. 딥페이크, 소수 의견을 다수 의견인 것처럼 꾸며낸 여론조사 결과, 친숙함이라는 착각을 만들어내어 나도 모르게 동의하게끔 유도된 정보, 집단적 공포를 끌어올려 믿게 만드는 정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얼굴을 합성해서 전달되는 정보는, 실제 그 정보를 만든 사람에 대한 나의 판단을 우회하고 누군가에 대한 나의 신뢰를 기망해야 전달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에 그렇게 생산되는 것이다. ‘저 사람은 빨갱이다’라는 낙인은, 전쟁이라는 한국 사회의 집단적 트라우마로부터 공포를 끌어내, 다른 목적에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광고 세번째 기준은 민주주의 사회의 건강한 정보 생태계를 훼손하는지 여부다. 조작은 사회의 공유 자산을 갉아먹는다. 딥페이크나 인공지능을 통해 생산되는 허위정보가 대표적이다. ‘내 눈으로 본 것도 거짓일 수 있다’는 경험이 일반화되면, 사실조차 의심하게 되고 더 나아가 명백한 범죄의 증거조차 ‘조작된 것’이라는 뻔뻔한 주장들이 설 자리를 넓히게 된다. 과거의 여론 조작이 거짓을 사실로 믿게 만들려고 이루어졌다면, 지금의 여론 조작은 거기에 더해 사실을 거짓으로 믿게 만드는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조작과 설득을 가르는 것은 근거나 주장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 정보를 전달받는 상대를 판단할 능력을 가진 시민으로 대하느냐, 내가 마음먹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대상으로 대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여론 조작과 설득을 통한 여론 형성 사이에는 이분법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상당한 회색지대가 존재하지만, 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함께 논의해가면서 사안마다 기준을 세우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