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달 13일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예하 제8146부대 발사반 요원들이 천궁-Ⅱ 가상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광고 이원영 | 국토미래연구소장·전 수원대 교수광고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당선되자마자 서울로 전화를 걸었다. 해군 함정 수리를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단순한 요청 같지만, 미-중 경쟁의 압박 속에서 한국의 기술 역량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2월 말, 방공무기 천궁-Ⅱ는 한국이 세계 방공망의 패러다임을 재구성하는 주체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지구촌 차원의 더 근본적인 질문을 생각한다. 지금 ‘지구 경찰’을 자처해오던 미국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제공하던 안보 체계는 비싼 가격, 비효율적인 공정,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납기 지연 등으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공급자가 아니라 그 구조 자체다. 이런 안보 체계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바뀌는 순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광고광고 천궁-Ⅱ가 구현한 ‘직격 요격’(Hit-to-Kill) 기술은,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정밀하게 예측한다. 센서·알고리즘 융합 기술이다. 한국이 개발 중인 방어 무기들은 더 빠르고 더 기동성 높은 탄도·극초음속 위협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하고 있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이 기술의 구조적 성격이다. 직격 요격 체계는 그 설계 원리상 선제공격에 전용될 수 없다. 공격자가 먼저 행동하지 않으면 작동 자체가 시작하지 않는다. 이 ‘방어적 불가역성’을 주목해야 한다.광고 방어 무기 수출은 가격이 있고 계약을 통해 특정 국가에만 제공된다는 점에서, 경제학적 의미의 공공재는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외부 효과’다. 방어자가 지켜내는 힘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면, 공격자는 스스로 공세를 포기하게 된다. 이 패턴이야말로 전쟁을 멈추게 하는 평화의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방어 체계 공급은 ‘준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비슷한 선례가 있다. 스웨덴은 그리펜 전투기를,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의 파생 기술을 동맹 강화의 자산으로 운용하며, 무기 수출을 전략적 관계망 구축의 언어로 삼았다. 그런데, 한국이 지향할 모델은 이들과 유사해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그들이 때로 공격 능력까지 포함한 반면, 한국의 방공망 역량은 구조적으로 ‘억제와 보호’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방패의 정체성’을 ‘공공재적 안보’로 칭할 만하다. 한국의 기술이 이 메커니즘을 지구촌 규모에서 작동시킬 수 있다면, 이 메커니즘은 민주 국가들이 안보 주권을 확립하는 것을 돕는 ‘평화 유지 기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에 공급한다는 미국의 기준은, 판단 주체와 적용 범위가 불분명하다. 대신 ‘방어적 용도로 설계되고 그 전용이 기술적으로 제한된 무기 체계’를 공급한다는 조건이 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기준이 된다. 무기 자체의 물리적 성격에 도덕적 정당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구상은 대외 평화 기여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의 ‘안보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는 길과 직결된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근간이지만, 미국 중심의 독점적 안보 공급망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주권의 제약을 수반한다. 협상력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이 지구촌 방어망의 필수 공급원이 되면, 동맹 관계의 구조가 달라진다. 일방적 의존에서 ‘상호 필요성에 기반한 관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이것이 주권 공간을 넓히는 현실적 경로다.광고 이 구상은 담대하지만, 세가지 함정을 의식해야 한다. 첫째, ‘군비 경쟁의 역설’이다. 방어 무기의 확산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많은, 더 빠른, 더 우회적인 공격 수단을 개발하게 만들 수 있다. 방어 기술의 보급이 억제 균형을 낳는가, 새로운 군비 경쟁의 나선을 낳는가, 이 질문을 공급 전략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함께 다루어야 한다. 둘째, ‘공급의 정치화 위험’이다. 한국이 방어 무기를 공급하면서 수혜국에 전략적 복종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공공재적 안보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패권 행사가 된다. 공급 원칙의 투명성과 조건의 최소화가 필수적이다. 셋째, ‘내부 역량의 지속가능성’이다. 신뢰받는 공급원이 되려면, 기술력 유지와 함께 정치적 안정성, 계약 이행 능력, 일관된 외교 원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내 정치의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 전략의 수준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천궁-Ⅱ가 찰나의 순간에 탄도미사일을 격파하는 순간, 그것은 단지 방공 기술의 승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방패를 나누는 나라’로서의 대한민국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가능성을 전략으로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