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김철민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은 예방접종을 건강이라는 곳간을 지키는 자물쇠에 비유한다. 금은보화를 가득 채운 곳간도 잠그지 않으면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듯이, 예방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건강이라는 곳간이 어느 순간 빈 헛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가정의학회 제공광고2026년 현재, 대한민국의 50살 이상 인구는 약 2400만 명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50대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에서는 독감·폐렴·대상포진 같은 감염성 질환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입원과 만성질환 악화,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흐름 속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은 지난달 ‘예방접종관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방접종의 계획 수립부터 시행, 이상반응 대응, 피해 보상까지 전 과정을 국가 책임 아래 두고 체계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감염병 중심 틀에 머물러 있다”며 보완 필요성도 제기한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자 대한가정의학회를 대표해 법안 관련 의견서 제출을 이끈 김철민 이사장을 만나 성인 예방접종의 방향과 과제를 들었다.-중장년층 인구가 늘면서 성인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50살 이후 점검이 중요하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광고“우리 몸의 세포가 나이 들듯 면역체계도 함께 노화한다. 이를 면역노화라고 하는데, 면역노화가 진행될수록 체내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상포진이 대표적이다. 50살은 건강 측면에서 중요한 변곡점이다. 여성은 이 시기를 전후로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고, 남성 역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과 암 발생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다. 스스로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건강 위험은 이 시점부터 달라진다.면역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영양 관리, 운동, 스트레스 관리,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다만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변화인 만큼 50살 이후부터는 성인 예방접종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는 습관이 특히 필요하다.”광고광고-최근 국회에서 ‘예방접종관리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예방접종관리법 제정 자체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계획 수립부터 시행, 이상반응 대응, 피해 보상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은 분명 진일보한 변화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운영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개선이 될 수 있다.광고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법안에서 ‘감염병’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법정 감염병, 즉 전염병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재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의 범위는 훨씬 넓다. 이에 학회는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대신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을 포괄하는 ‘예방접종 대상 질병’ 개념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안이 대상으로 하는 질병의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의미다.”-예방접종 범위를 ‘감염병’이 아닌 ‘질병’ 개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대상포진이 대표적이고, 비인두암 유발 위험요소인 엡스틴-바 바이러스(EBV), 반복요로감염 대장균(UPEC),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 difficile) 대장염 등 사람 간 전파와 무관하게 예방접종으로 관리 가능한 질환이 있다. 이들을 국가 체계 안에 담는다면, 국가적인 의료 부담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본다. 중증 환자를 살려내는 치료 의학도 물론 중요하지만, 애초에 그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것이 더 나은 의료라고 생각한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어렵게 다이빙 캐치를 해서 잡는 것보다 공이 떨어질 위치를 예측해 편안하게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수비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이 적절한 시기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함께 나서야 하는 이유다.”-실제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재 예방접종 제도의 한계는 무엇인가?광고“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예방접종 필요성이 높은 고령층,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는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예방접종 상담은 여전히 의사가 먼저 권하거나, 환자가 주변 경험을 듣고 문의하는 경우에 머물러 있다. 혈압이나 당뇨 관리처럼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영역이 되지 못하고 있다.심리적 장벽도 존재한다. 의사가 예방접종을 권유하면 수익 목적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환자 역시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예방접종 이야기까지 듣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예방접종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오해도 문제다. 물론 매우 드물게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환자 개인이나 의료진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예방접종을 보편화하려면 드문 이상반응에 대한 국가 책임 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재정 부담 역시 해결 과제다. 고효과 프리미엄 백신의 비용이 상당한 가운데, 주요국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를 해소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을 예로 들면, 영국·오스트레일리아는 대상 연령층에 전액 공공 지원, 프랑스는 건강보험 65% 부담, 싱가포르는 최대 75% 정부 지원에 개인 의료저축계좌 병행, 일본은 국비·지방자치단체·개인이 분담하는 구조다. 방식은 달라도 국가가 비용 부담의 주체로 나선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지난해 학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약 1.52배로 분석됐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한국에 맞는 공동부담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대상포진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는데, 왜 특히 중요한가?“대상포진은 통증이 매우 심한 질환이다. 환자 중에는 분만 통증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피부 병변이 흉터로 남을 수 있고, 안면부 신경을 침범하면 시력이나 청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수주에서 수개월간 이어지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는 수년간 고통을 겪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회복은 더디고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프고 나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접종을 통해 발병 위험 자체를 낮추는 것이다. 예방백신은 크게 생백신과 사백신(유전자 재조합 백신) 두 종류가 있다. 생백신은 만 50살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사백신은 만 50살 이상 성인뿐 아니라 만 18살 이상 면역저하자도 접종 가능하다.”-성인 예방접종에 대한 대국민 인식 수준은 어떻게 보는가?“과거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 예방접종은 일종의 곳간을 지키는 자물쇠와 같다. 금은보화를 가득 채운 곳간도 잠그지 않으면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다.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예방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건강이라는 곳간이 어느 순간 빈 헛간이 될 수 있다.대한가정의학회는 성인 예방접종을 단순한 감염병 예방이 아니라 국민 건강 안전망으로 본다.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은 건강수명 연장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 의료비 절감, 생산성 유지라는 다차원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학회가 예방접종이사를 상임이사에 포함하고, 성인 예방접종 일정표·체크리스트·상담 가이드를 공개하며, 예방접종 이력 확인 캠페인과 연수강좌를 이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식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회는 앞으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안해나갈 것이다.”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예방접종은 건강 곳간 지키는 자물쇠…전염병서 질병으로 대상 넓혀야” [건강한겨레]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의 50살 이상 인구는 약 2400만 명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 가까이가 50대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에서는 독감·폐렴·대상포진 같은 감염성 질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