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26년 5월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한 어린이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을 배경으로 서 있다. AFP 연합뉴스광고슬라보이 지제크 |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경희대 ES 교수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차기 국장으로 로만 고프만을 내정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잔혹하게 탄압한 것으로 악명 높은 군인 출신으로, 이스라엘방위군 대령으로 복무하던 시절 승인되지도 않은 비밀 작전을 독자적으로 수행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 정치권력의 암묵적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지휘관은 공식 권한을 넘어서는 행동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고프만은 이스라엘 국가와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억압을 위해 이스라엘 법을 스스로 위반하는 상황을 정당화한다. 그의 입장은 이스라엘 정착민 정치가 수십년 동안 수행해온 논리의 노골적 표현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일을 대신 수행한다. 팔레스타인 토지를 점령하고 정착촌을 확장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협하여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로 만든다. 그러면 이스라엘 국가가 이를 사후적으로 받아들인다. 이스라엘 정착민이 정부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을 대리하는 비공식적 전위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합법적 국가 정책과 불법적 정착민 폭력 사이 구분은 사라진다.광고네타냐후가 모사드를 장악하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들 내부에는 아직 그나마 절제된 정치적 비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 모사드 국장 에프라임 할레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공존해야 하며, 한쪽만 우위에 서고 다른 쪽의 열망은 무시하는 방식으로는 함께 살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고프만을 모사드의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이런 다른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친정 체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합법과 불법이 전도되었다는 사실은 법을 지키고자 하는 인물에 대한 처우에서도 드러난다. 이스라엘군 최고법무관 이파트 토메르예루샬미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학대에 대한 조사를 시도하다 체포되었고, 엄청난 압박 속에서 자살 시도에까지 내몰렸다. 반면 인종주의 극단주의자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타마르 벤그비르 같은 인물은 국가권력의 중심을 차지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범죄 자체가 국가 정책으로 정상화되고 있다.광고광고충격적이게도 고프만은 정책 결정자를 위해 불법적 폭력을 대신 저지를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한 지적 근거로 나를 꼽았다. 물론 비판 이론이 반동 세력에 의해 전유되는 현상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오랫동안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포스트구조주의 개념을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도시전 수행의 작전 이론에 활용해왔다. 디지털 신봉건주의의 설계자라고 할 수 있는 피터 틸은 르네 지라르를 왜곡하여 전유한다. 우파 포퓰리스트들 역시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을 좌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사용한다.혹시 내 이론 안에 고프만이 전유할 만한 요소가 있을까? 단호하게 말해 없다. 나의 작업은 현대 국가권력이 자신의 법질서를 위반해가며 불법적 폭력을 동원해 권력을 재생산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일이었다. 고프만은 이를 국가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뒤집어 권력이 법을 위반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전략으로 사용한다. 억압자가 자신과 같은 이들을 비판하는 이론을 왜곡하여 오히려 자신들의 범죄적 활동을 정교화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아이러니다.광고이런 상황에서 “법과 질서”를 억압의 도구로만 볼 필요는 없다. 법과 질서는 피억압자를 보호하는 마지막 장치가 될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부과한 불의한 법질서 아래 놓여 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법까지 위반하며 행사하는 무법적 폭력에도 노출되어 있다. 국가권력이 폭력을 묵인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그것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은 불법 폭력으로부터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다. 법과 질서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전복이 되는 때다.번역 김박수연
법질서 따르는 것이 ‘진정한 전복’일 때 [세계의 창]
슬라보이 지제크 |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경희대 ES 교수 베냐민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차기 국장으로 로만 고프만을 내정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잔혹하게 탄압한 것으로 악명 높은 군인 출신으로, 이스라엘방위군 대령으로 복무하던 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