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호미와 삽을 들고 마을 공동 밭에 해바라기씨를 심으러 가는 언니들. 하명희 제공광고하명희 | 소설가요즘 길에선 마늘 냄새가 난다. 겨우내 흙 속에 있던 마늘의 꽃줄기가 나오면 마늘밭에선 차양모자를 쓴 언니들이 허리를 굽히지 않는 방법으로 독특한 칼을 들고 툭툭 마늘종을 친다. 그러면 마늘종이 잘리며 알싸한 마늘 냄새가 진하게 퍼진다. 그렇게 잘린 마늘종은 다 주워 담지 못하고 밭둑에 떨어진다. 당근에선 ‘마늘종 뽑아가세요’라는 무료 나눔이 수시로 올라온다. 지금 마늘종을 뽑지 않으면 금세 꽃이 피니 아까워도 잘라 버리는 쪽을 택하는 마늘밭이 태반이다.이곳에 이사 온 첫해에 버려지는 마늘종이 아까워 뽑아다가 지인들에게 보내고, 간장과 된장, 고추장에 버무린 장아찌를 넉넉하게 했다. 남은 마늘종은 소금에 절여놓고 김장할 때 소금물로 쓰기도 했다. 그랬는데 올해는 나도 먹을 만큼만 마늘종을 뽑았다. 마늘종 뽑다가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하고 보니 언니들이 왜 다들 마늘종을 툭툭 잘라 버리는지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광고오월의 첫날 노동절에 동네 언니들이 호미와 삽을 들고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마을 공동 밭에 해바라기를 심는 날이었다. 씨앗이 바람에 날리지 않는 작물을 고르다 보니 해바라기를 심자고 의견을 모았고, 해바라기를 심는 김에 해바라기씨유를 짜서 팔기로 했다. 부녀회에선 뭔가 말만 하면 뚝딱뚝딱 일이 진행되고 “시간 있는 분들은 씨앗 심게 나오시유” 하고 방송 한번 하고 나면 다들 연장을 들고나온다. 허리와 손목이 아파서 하는 척만 하려고 갔다가 언니들의 수다에 붙들리고 말았다.이장이 트랙터로 갈아놓은 두둑에 힘센 언니 둘이 붙어 으라차차 소리를 내며 비닐을 깔면 삽을 든 언니들이 흙을 퍼서 비닐을 고정했다. 한쪽에선 비닐에 구멍을 뚫고 호미를 든 언니들이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누어 구멍에 씨앗을 넣었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다 허리를 펼 즈음엔 아래에서 올라온 분들과 만나 주고받는 수다를 엿들었다.광고광고“고추는 심었는가?” “고추는 매해 오오날(어린이날) 심어야 서리 피해가 없어서 아직 안 심었어.” “땅콩은 심었고?” “일찍 심었더니 두더지가 다 까먹어서 나올 것도 없어.”옆줄에 있던 언니가 “우리는 싹이 안 나와서 파보니께 영감이 꼭 지같이 땅콩을 거꾸로 심어서 다시 심었어” 흉을 보고, “두더지나 영감이나 도찐개찐(도긴개긴)이네” 하며 웃어댔다. 무릎 관절 수술을 해서 잔일이나 하러 나왔다는 70대 언니는 시원한 음료를 들고 와 “이거 들고 오다가 발이 푹 빠졌는데 오줌이 찔끔 새네” 하며 웃음을 주었다. 여럿이 손을 보태니 어느새 500평 밭에 씨앗을 다 심었다.광고구멍 하나에 씨앗을 두개씩 넣었는데, 나중에 싹이 나오면 비어 있는 구멍에 이어 심기를 한다고 했다. 씨앗 심는 것도 힘든데 이어 심기 하는 날은 도망가리라 마음먹었지만 언니들의 수다가 재밌어서 며칠 전에 또 공동 밭에 나가게 되었다.씨앗을 두개씩 심어 비어 있는 구멍에 이어 심기 하는 언니들. 하명희 제공“야, 여기는 새들이 출근을 안 했나벼.” “새들도 쉬어야지 맨날 출근하냐.” “야는 수면제를 얼마나 처먹었는지 아직 자네.” “똑같이 심어도 꼭 그런 애들이 있다니께. 놔도. 모자란 놈은 늦게 커.” 해바라기밭에서는 언니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내가 이어 심는 걸 본 언니가 머리 두개 나온 놈은 버리라며 모종을 하나 내게 던졌다. 왜 버리냐고 물으니 “해바라기가 그 큰 머리통 두개나 들고 있으려면 얼마나 힘들겠어” 하며 이어 심은 모종의 흙을 서너번 토닥였다. “이놈들도 이사하느라 힘들 테니 이렇게 달래는 겨”라고도 했다. 해바라기밭에 심은 건 언니들의 걸쭉한 말들과 이사하느라 힘든 모종을 달래는 마음. 그 밭을 지날 때마다 웃음이 나오겠다.
해바라기밭의 언니들 [서울 말고]
하명희 | 소설가 요즘 길에선 마늘 냄새가 난다. 겨우내 흙 속에 있던 마늘의 꽃줄기가 나오면 마늘밭에선 차양모자를 쓴 언니들이 허리를 굽히지 않는 방법으로 독특한 칼을 들고 툭툭 마늘종을 친다. 그러면 마늘종이 잘리며 알싸한 마늘 냄새가 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