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게티이미지뱅크 광고 육상효 | 영화감독 일요일이면 엄마 집에 간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엄마 밥을 차려주신다. 상추겉절이, 가지무침, 고등어구이, 시래깃국. 무김치, 배추김치, 열무김치, 김치만 세 종류다. 엄마의 밥은 엄마의 젖처럼 편하고 맛있다. 먹다 보면 엄마가 수영 가방을 들고나오신다. 몇달 전부터 시립 수영장에서 노인들을 위해서 운영하는 ‘아쿠아 반’에 등록해 열심히 다니신다. 밥을 먹던 내가 “태워 드려?” 하고 묻는다. “냅둬라. 너도 피곤한데, 어여 밥이나 먹어” 그러신다. 그래서 나는 기왕에 젓가락에 들린 가지무침을 다시 입에 넣는데, 현관으로 걸어가는 엄마가 혼잣말처럼 한마디하신다. “하긴, 일요일이라 셔틀버스도 없어서 가는 시간이 배로 들긴 햐.” 엄마는 충청도 분이시다.광고 엄마를 태우고 차로 십분 거리 체육관에 간다. 엄마는 언제나 내 옆자리가 아니라 뒷자리, 즉 사장님들이 타는 자리에 타신다. 왜 그러시냐고 한번 물으니, 운전자와 당신의 체중이 자동차에 대각선으로 무게중심을 만들어서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 하신다. 자동차 회사의 휠얼라인먼트 전문가로 일해도 충분한 전문성이다. 차는 체육관에 도착한다. 엄마가 운동하고 갈 테니 집에 가서 먹던 밥을 계속 먹으라 하신다. 그러겠다 하는데, 차에서 내리면서 한마디 또 하신다. “하긴, 오늘은 휴일이라 40분이면 끝나기는 햐.” 엄마를 따라 내려서 같이 체육관으로 들어간다. 읽을 책을 한권 가져온 건 엄마와 오래 산 아들의 본능이다. 리셉션 데스크에서 여직원이 옷장 열쇠를 주면서 엄마에게 말한다. “할머니 오늘 다음달 등록하는 날인데요.” 신기한 일이다. 내가 갈 때마다 꼭 다음달 등록하는 날이다. “3만5천원인데요.” 회원은 엄마인데 날 보며 말한다. 엄마는 애매할 때는 아무 말씀이 없다. 지갑에서 5만원짜리를 한장 꺼내서 직원에게 건넨다. 돈은 내가 냈는데, 거스름돈은 엄마에게 준다. 엄마가 받아서 주머니에 넣으신다. 모든 행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엄마가 시간이 좀 남았다며 로비 벤치에 앉는다. 나도 따라 앉는다. 엄마가 벤치 앞으로 보이는 수영복 가게의 쇼윈도를 본다. 새로 나온 수영복들이 전시돼 있다. “엄마 수영복 필요하세요?” 내가 묻는다. “아니, 니 누나가 작년에 사준 거 아직 한참 더 써”라고 하신다. 나는 가져온 책을 펼치려는데, 엄마가 한마디 더 하신다. “하기야, 고무줄이 늘어나서 속이 다 보일 것 같다고 젊은것들이 흉보기는 햐.”광고광고 가게에 들어와서 엄마의 수영복을 산다. 비싼 신상품을 가게 주인이 권하고 엄마는 못 이기는 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가게 주인도 계산할 때는 나를 바라본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 한다. “할머니 수영모도 바꾸셔야겠던데?” 엄마가 못 들을 말을 들은 사람처럼 벌컥 화를 내신다. “이 예핀네가 우리 아들 돈 뺏어 먹을라고 환장을 했구만, 멀쩡한 수영모를 왜 바꾸랴?” 머쓱해하는 가게 주인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엄마가 또 한마디하신다. “하긴, 우리 반은 노란색 모자 통일인디, 나만 파란색이긴 햐.” 1시간도 훨씬 넘어서 얼굴이 뽀얗게 된 엄마가 나온다. 점심을 놓친 나를 위해 무려 만오천원이나 하는 도가니탕을 사주신다. 두툼한 도가니 뼈 하나를 내 그릇 속에 넣어주려고 숟가락으로 건져 올린다. 짜증 내며 만류하는 내 손짓에 도가니 뼈가 식당 바닥으로 떨어진다. 엄마가 번개같이 그 뼈를 다시 손으로 집어서 컵의 물로 부어 씻고는, 당신 입안으로 넣는다. 아쿠아를 해서 동작이 많이 빨라지셨다. 오물오물 씹으며 나를 보고 빙긋 웃는다. 그리움이란 말이 발명되기 전에 그리움은 슬픔의 한 종류였다. 그러다 누군가가 절실히 보고 싶어 눈앞에 자꾸 그려보는 감정을 따로 떼 내어 그리움이라고 했다. 그리움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같이 있던 사람이 사라진 후 생긴 정서적 진공을 메우려는 복원 동작이다. 아직도 나는 자주 엄마와의 시간을 혼자 복원한다. 여전히 엄마의 말을 듣고, 운전을 하면서도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그럼 엄마는 초등학교 미술대회 날, 왜 새 크레용을 안 사주고, 형, 누나가 쓰던 몽당 크레용들을 모아놓은 자루를 주셨나요?” 역시 애매할 땐 말이 없으시다. 저 하늘 위 어느 푸른색 수영장에서 오늘도 노란색으로 통일된 모자를 쓰고 아쿠아 체조를 하고 계실 내 엄마는.
그리움에 대하여 [육상효의 점프컷]
육상효 | 영화감독 일요일이면 엄마 집에 간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엄마 밥을 차려주신다. 상추겉절이, 가지무침, 고등어구이, 시래깃국. 무김치, 배추김치, 열무김치, 김치만 세 종류다. 엄마의 밥은 엄마의 젖처럼 편하고 맛있다. 먹다 보면 엄마가 수영 가방을 들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