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26년 5월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한 어린이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을 배경으로 서 있다. AFP 연합뉴스 광고 정지상 | 메트릭출판사 대표광고 우리는 전쟁의 마침표를 기다린다. 개전에는 날짜가 찍히고, 종전에는 서명이 붙는다. 파괴에는 윤곽이 있다. 누가 죽었고, 무엇이 무너졌고, 어느 도시가 폐허가 되었는지가 기록된다. 그래서 전쟁은 역설적으로 서술하기 쉬운 폭력이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그다음이다. 총성이 멎는다고 해서 삶이 곧바로 돌아오지는 않는다.광고광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무너진 집을 치우는 시간, 죽은 이를 묻고 애도하는 시간, 끊긴 물과 전기를 잇는 시간, 아이를 다시 재우고 학교에 보내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뉴스에 잡히지 않는다. 폭발의 순간은 영상이 되지만, 그 뒤의 불면과 무기력은 카메라 밖에 남는다. 전쟁이 사람을 한순간에 부순다면, 평화는 그 파괴를 떠안은 사람을 오래도록 마모시킨다. 우리는 전쟁과 평화를 서로 반대되는 두 상태처럼 말한다. 전쟁이 끝나면 평화가 시작된다고, 폭력이 사라지면 안식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의 평화는 그렇게 도착하지 않는다. 그것은 충돌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충돌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포성 대신 침묵이 남고, 공습 대신 결핍이 남고, 사망 통계 대신 생존의 비용이 남는다. 사건은 끝나도 생활은 끝나지 않는다.광고 2026년 봄의 가자는 그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10월10일 휴전이 발효된 뒤에도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의 이달 중순 집계를 보면, 휴전 이후 856명이 숨지고 2463명이 다쳤다. 보건 체계도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발전기와 부품 부족으로 인한 시스템 장애가 누적되면서, 병원 중환자실을 포함한 의료 기능이 계속 저하되고 있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 건물의 97% 이상이 피해를 입거나 파괴됐고, 63만7000명이 넘는 아동이 학교 밖에 남아 있다. 배움은 임시 공간과 중단된 시간 속으로 밀려났다. 배급 줄에 선 사람들은 빈 물통을 쥔 채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평화는 협정문의 문장이 아니라, 오늘 마실 물이 도착하는지의 문제다. 휴전은 폭격을 멈추는 절차일 수는 있어도, 삶을 되돌리는 힘은 아니다. 총성의 중단과 일상의 복구 사이에는 여전히 아무도 메우지 않은 거리가 있다. 가자만의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면 침공이 4년을 넘기면서도 370만명이 국내에서, 590만명이 해외에서 여전히 집 밖의 삶을 살고 있다. 수단에서는 내전 이후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0만명 이상이 국내외로 실향 됐다. 이란을 둘러싼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보여주듯, 전쟁의 충격은 전장 밖 도시의 물가와 식탁까지 흔든다. 전쟁은 특정 지역에서 시작되지만, 그 비용은 결국 생활의 언어로 번역된다. 숫자는 끊임없이 내려온다. 사망자 수, 실향민 수, 파괴된 건물 수, 영양실조 비율, 원조 트럭 대수. 그러나 숫자가 많아질수록 삶은 오히려 더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휴전과 종전과 협상 같은 단어를 평화의 동의어처럼 쓰지만, 그 말들은 폭력을 멈추기 위한 조건일 수는 있어도 삶이 다시 제 리듬을 되찾았다는 증거는 아니다. 평화는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평화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음 날의 식탁을 마련하고, 깨진 관계와 제도를 다시 잇고, 상실을 견딜 언어를 찾아갈 때 비로소 조금씩 만들어진다. 평화를 안식이라고 부르는 순간, 평화 속의 폭력은 이름을 잃고, 이름 없는 고통은 방치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평화를 더 정확히 부르는 일이다. 파괴의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이 매일 감당해야 하는 일상을, 평화의 실제 내용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복구되지 않은 일상을 ‘정상’이라 부르지 않는 것, 거기서부터 평화는 다시 시작된다.광고 살아남은 이후가 더 길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고, 바로 그 시간 위에서 평화의 내용을 다시 써야 한다. 누군가는 오늘도 무너진 벽 옆에 빨래를 널고, 끊긴 도로 위를 아이의 손을 잡고 걸을 것이다. 그 일상이 평화의 첫 문장이다. 개전에는 날짜가 찍히고, 종전에는 서명이 붙는다. 그러나 삶은 그 날짜와 서명보다 늦게, 혹은 끝내 끝나지 않은 채 그 뒤를 살아낸다.
휴전이 발효된 뒤에도,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왜냐면]
정지상 | 메트릭출판사 대표 우리는 전쟁의 마침표를 기다린다. 개전에는 날짜가 찍히고, 종전에는 서명이 붙는다. 파괴에는 윤곽이 있다. 누가 죽었고, 무엇이 무너졌고, 어느 도시가 폐허가 되었는지가 기록된다. 그래서 전쟁은 역설적으로 서술하기 쉬운 폭력이다. 그러나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