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작 ‘올 오브 어 서든’을 공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가운데)이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벌에서 두 주연배우 비르지니 에피라(맨 왼쪽), 오카모토 다오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제공 ⓒJean-Louise Hupe 광고“저는 캐스팅할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오디션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며 사람됨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캐스팅을 합니다.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항상 ‘이렇게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찬 현장은 처음’이라고 말하는데, 이게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두 주연배우는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를 지지할 줄 아는 사람들이고, 그것이 영화에도 잘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두 배우를 찾은 건 정말 운이 좋았죠.” 지난 23일(현지시각) 폐막한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자배우상은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올 오브 어 서든’(원제: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의 두 주인공 비르지니 에피라(49)와 오카모토 다오(41)가 공동 수상했다. 월드 프리미어 상영 직후인 19일 칸에서 한겨레와 만난 하마구치 감독은 두 배우의 수상을 예견이라도 한 듯 찬사를 보냈다. 벨기에 출신 프랑스 배우 에피라는 아나운서 출신으로 40대가 되면서 폴 버호번의 ‘엘르’ 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대기만성형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는 많은 일본어 대사를 익혀 연기로 소화해냈다. 세계적인 모델 출신으로 일본에 첫 여자배우상을 안긴 오카모토는 할리우드 영화 ‘더 울버린’으로 데뷔해 주로 미국 작품에 출연해왔다.광고영화 ‘올 오브 어 서든’. 칸국제영화제 제공 ‘올 오브 어 서든’은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도 출간된 두 일본 여성 학자의 서간집을 바탕으로 만든 극영화다. 하마구치 감독은 “많은 것에 감동받지 못하던 시기에 이 책은 저를 깊이 움직였다”며 “다만 (원작에서) 두 학자의 대화가 추상적이라서 어떻게 각색을 해야 할지 몰라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이 우정을 넘어서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그 핵심을 영화로 옮길 수 있다면 중요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각색에 애를 먹으며 프로젝트 시작 뒤 5년 가까이 공전의 시간이 흐르던 중 프랑스 제작사 시네프랑스가 프랑스에서의 촬영을 제안하면서 “무언가 딱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프랑스에는 대화 중심의 영화 전통이 있고, 에릭 로메르의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처럼 철학적 대화가 담긴 영화도 관객이 오락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무대를 프랑스로 옮기면 통할 수 있겠다 싶어 공동 제작을 추진하고, 주인공 역시 일본인과 프랑스인으로 바꿨습니다.”광고광고 암 투병을 하는 철학자와 의료인류학자라는 원작 속 두 인물은 말기 암 투병을 하는 연극 연출가 마리(오카모토 다오)와 인간적인 삶의 마지막 여정을 추구하는 파리 노인 요양시설 운영자 마리 루(비르지니 에피라)로 바뀌었다. 연극을 매개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이 죽음과 삶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사유와 고뇌를 나누는 게 영화의 뼈대다. 3시간16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공개 직후 호평이 이어졌다. 2021년 칸 각본상을 받았던 하마구치의 3시간짜리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보다 더 길다.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작 ‘올 오브 어 서든’을 공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칸/AP 연합뉴스 그는 오리지널 시나리오 수준으로 새롭게 창작된 각색과 긴 상영시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각색이란 원작을 몸에 완전히 스며들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과정입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돈코츠라멘 육수를 끓이는 것과 같습니다. 원재료가 형태를 잃고 육수가 될 때까지 오랫동안 끓이고, 그 육수를 바탕으로 국물을 만들고, 그 국물로 영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원작의 요소들이 몸에 스며들어 방향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 그 모든 과정의 결과물이 지금의 영화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버전이 가장 압축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광고 하마구치는 “암에 걸려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음이 목표가 되지 않도록, 암 환자이기 이전에 직업인이자 누군가의 가족이기도 한 자신의 개인성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인물과, 개인의 인간성을 유지하고 각자의 삶의 역사를 이해하는 돌봄을 추구하는 사람의 깊은 유대를 통해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올 오브 어 서든’은 ‘추락의 해부’ ‘슬픔의 삼각형’ 등 칸 수상작을 국내에 들여온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해 올해 개봉 예정이다. 칸/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