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한겨레 자료사진광고2022년 인천의 한 태권도 관장 ㄱ씨는 5년간 태권도장에 다니던 ㄴ(11)양을 상대로 약 5개월 동안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ㄱ씨는 태권도 차 안이나 도장 사무실 등에서 간식이나 현금을 주면서 ㄴ양의 몸을 끌어안거나 가슴을 만지고 입맞춤을 시도하는 등 17차례에 걸쳐 추행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재판장 장우영)는 ㄱ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8조에 규정된 ‘신고의무자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하면서도, 동종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반영해 징역 3년9개월을 선고했다. 장기간에 걸친 그루밍과 반복 추행이 인정된 사안에서도 최저형을 선택한 것이다.헌법재판소가 지난 21일 초·중학교 교사 등 ‘아동 성범죄 신고의무자’의 가중처벌(형량의 2분의 1 가중)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제 ㄱ씨 같은 피고인에게는 징역 3년9개월보다 낮은 형량의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 징역 3년 이하의 경우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헌재의 표현대로 ‘가벼운’ 아동 성범죄에도 4년에 가까운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 가중처벌 규정이 사라지면서, 피해 심각성이 큰 ‘신고의무자의 아동 성범죄’에 대해 일선 재판에서 자칫 형량 완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헌 소지를 없앤 대체 입법으로 아동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헌재는 범죄의 형태가 다양한데도 신고의무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중형을 부과하는 건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같은 범죄라도 행위의 경중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형량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13살 미만 아동 강제추행은 최소 징역 5년인데, 신고의무자가 범행을 저지르면 형량이 2분의1 가중돼 법정 하한이 ‘7년6개월’로 높아진다. 정상참작 감경을 해도 최소 형량이 징역 3년9개월이어서, 법원으로서는 집행유예(3년 이하 징역형에 가능) 선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최소 형량이 징역 2년6개월까지 낮아져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졌다.광고아동 대상 성범죄를 다루는 법조인들은 헌재 결정이 재판 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영 한국여성변호사회 아동·청소년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 대다수는 형이 터무니없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향후 일선 재판에서 형량 완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며 “헌재가 위헌 판단을 하더라도 아동 성범죄 양형 현실이나 왜곡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형두·김복형 재판관의 반대의견 역시 이런 지점과 결을 같이한다. 두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초·중등 교사나 시설 종사자 등 신고의무자의 강제추행은 아동을 보호해야 할 고도의 의무와 책임이 중첩된 행위”라며 “엄정한 최저형을 설정한 것은 일반예방 효과를 분명히 하려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한관계의 비대칭성과 공간의 폐쇄성, 생활 전반에 대한 영향력으로 인해 범행이 반복·장기화하거나 은폐될 위험이 구조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며 “동일한 ‘접촉 강도’라도 관계와 맥락이 다르면 위험과 비난 가능성이 현저히 증대할 수 있으며 최저형의 상향은 이런 구조적 위험을 반영한 합리적 입법 형성”이라고 밝혔다. 신고의무자의 지위와 아동 대상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가중처벌은 정당하다는 취지다.광고광고성범죄 피해자 사건을 주로 다뤄온 서혜진 변호사(더라이트하우스)는 “이번 헌재 결정이 처벌을 약하게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로 남거나 입법 공백이 장기간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행위의 경중에 따라 어떻게 가중처벌할 것인지, 위헌 소지를 제거한 새로운 입법이 신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