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걸어가다가 손짓하고 있다. 모리스타운/AFP 연합뉴스 광고 박기용 | 지구환경부장광고 최근 기후변화 이슈 중 ‘핫’한 건 기후 시나리오다. 기후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달라질 인류의 미래를 말하는데, 최근 이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가 폐기되는 것과 관련해 여러 말이 오간다. 어처구니없는 해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7일 “유엔 최고 기후위원회가 자신들의 예측이 틀렸다! 틀렸다! 틀렸다!는 것을 방금 인정했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국내 한 보수 매체도 ‘세계의 전문가 집단과 미디어, 환경 운동가들이 (폐기될) 극단 시나리오를 분석적 검토 없이 상당히 그럴듯한 미래로 받아들이고 급진적 대책을 주장해왔다’고 썼다. 과연 그럴까.광고광고 새로운 기후 시나리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정부 간 협의체)가 내후년 발간하는 7차 보고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 협의체는 기후변화 과학에 관해 최고 권위를 갖는 유엔 산하 기구다. 트럼프 등은 5차(2013년), 6차(2021년) 보고서에도 있던 최악 시나리오가 빠진 것을 마치 예측의 잘못처럼 말하지만, 사실 시나리오는 보고서 발간 때마다 변해왔다. 5·6차 보고서의 시나리오도 서로 달라서, 5차는 알시피(RCP·대표농도경로), 6차는 에스에스피(SSP·공통사회경제경로)가 약칭이다. 5차 땐 주로 ‘2100년까지 지구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얼마나 늘까’로 미래를 예상했다가, 6차 때부터 ‘사회·경제적 맥락까지 함께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을 시나리오의 주요 변수로 고려한 것이다. 경로의 가짓수도 4개에서 5개로 늘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인 ‘SSP1-1.9’가 추가됐는데, 이는 파리협정의 ‘1.5도 보고서’(2018년) 채택으로 이 목표 경로에 대한 과학적 검토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광고 이번에 최악 시나리오(SSP5-8.5)가 빠진 것도 이 시나리오가 처음 등장했던 2010년대 초반 이후 변화된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2013년 당시엔 그 이전 10년 동안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30%나 급증하고 있었다. 재생에너지 단가는 매우 비쌌고(태양광은 화석연료의 4배 이상), 전기차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엔 인류가 세기말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계속 늘려갈 것이란 관측이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러다 재생에너지 단가가 화석연료보다 싸지고, 화석연료 사용도 확연하게 줄면서 자연스레 최악 시나리오가 불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나왔다. 실제 최악 시나리오를 폐기한 해당 논문에선 “시나리오들은 높은 수준부터 낮은 수준까지 실현 가능한 결과를 포괄해야 한다. 이 범위는 과거에 평가됐던 것보다 더 좁아질 것”으로 ‘변화’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비용의 하락 추세, 기후 정책의 출현, 그리고 최근의 배출 추세를 고려할 때 고배출 수준(SSP5-8.5)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했다. 이와 함께 논문은 또 “하한선의 경우, 많은 저배출 궤적들이 2020~2030년 동안 관측된 실제 트렌드와 일치하지 않게 됐다”며 ‘최선’ 시나리오의 수정 필요성도 함께 언급한다. 말하자면 예측이 틀린 걸 인정했다기보다, 그동안의 정책과 기술 변화 등을 시나리오에 반영해 수정·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 부분이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비용이 왜 하락했고, 각국의 기후 정책은 왜 출현했으며, 최근의 배출량은 왜 지금과 같은 추이를 보이는가 하는 것. 2100년까지 무려 5~7배 증가할 것으로 보였던 석탄 소비는 파리협정이 체결된 2015년 이후 10년 동안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시나리오가 틀린 게 아니라 국제 협정을 통한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나. 보수 매체와 트럼프가 비아냥대는 ‘그레타 툰베리류의 지구 종말 메시지’가 없었다면 과연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국제기후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은 파리협정이 없었을 경우 2100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5도 높아지지만, 파리협정 덕분에 2.6도로 낮춘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만약 각국이 ‘2050 탄소중립’을 모두 이행하면 2100년 1.9도가 되지만, 이 경우도 파리협정의 목표인 1.5도와 격차가 있다. 아직 ‘차분한 대응’을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