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내 삶을 바꾸는 기후공약, 시·도지사 준비됐나’ 토론회에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가운데)가 광역 시장·도지사가 권한으로 즉시 실행할 수 있는 8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기후정치바람 제공 광고 제정임 |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대홍수 등 재난 피해로 외신에 자주 등장하던 파키스탄이 요즘 전세계 에너지 연구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비싼 전기요금, 불안정한 전력 공급에 신물 난 이 나라 사람들이 2021년 이후 가격이 급락한 중국산 패널을 앞다퉈 설치해, 주택·상가·공장·농가 등의 태양광 발전을 폭발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영국의 비영리 에너지연구기관 엠버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전력 생산 중 태양광 비중은 2021년 약 4%에서 2025년 약 21%로 5배가 됐다. 태양광 덕에 석유·천연가스 등의 수입이 줄어 만성 외환 부족국의 걱정도 줄었다고 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불안의 충격도 그만큼 덜 받게 됐다. 화석연료를 적게 태우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준다. 태양광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경제적 실익을 함께 챙기게 된 것이다.광고 파키스탄은 지금 태양광 설치 능력이 있는 중산층이 국가 전력망에서 빠져나가고 빈곤층이 요금 폭탄을 맞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재생에너지 전환이 부유한 선진국에서만 가능한 게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덴마크·독일·스페인·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은 수십년의 일관된 노력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90%까지 끌어올렸다. 그런데 파키스탄·인도·브라질·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은 소득수준이 낮고 전력망이 취약한 나라가 값싼 태양광 패널을 만났을 때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개도국 모두 개인·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발견하고 정부가 제도로 뒷받침할 때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사례들은 다음달 3일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꼴찌인 한국도 얼마든지 도약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함께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파키스탄의 태양광 혁명은 시민이 주도했지만, 중앙정부가 넷미터링(쓰고 남은 전기를 전력망에 파는 제도)과 세제·금융 지원책을 도입하고 지방정부가 농민·저소득층 태양광 무료 공급 사업 등을 펼친 것이 촉진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현재 11% 정도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5년 3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전국에서 구체적 사업을 펼칠 지방자치단체장, 지역의원들을 잘 뽑아야 한다.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에 대응하면서, 에너지 안보도 챙기고 일자리도 늘릴 후보가 누구인지 꼼꼼하게 찾아야 한다.광고광고 로컬에너지랩·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 구성된 기후정치바람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8가지 공약을 꼼꼼히 살피자’고 제안했다.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비 의무화를 추진하는가, 주택용 태양광을 확대하는가, 학교 에너지 자립을 지원하는가, 공공교통 탄소감축 정책이 있는가 등이다. 또 건물 에너지효율 관리제도를 도입하는가, 기후재난 대비와 취약계층 보호 대책이 있는가, 햇빛소득마을을 추진하는가, 해상풍력 주민 참여와 이익 공유 방안을 내놓는가도 있다. 불행히도 이런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아직 많지 않고, 탄소배출을 늘릴 신공항 등 토목·건설 공약을 앞세운 후보는 발에 차인다. 언론과 시민이 기후정책을 묻고, 후보가 제대로 답하게 해야 한다. 기후환경운동가 빌 매키번은 지난해 낸 책 ‘여기 태양이 온다’(Here Comes the Sun)에서 “태양광은 생산량이 늘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학습곡선’이 적용되는 기술이라, 갈수록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전환을 위한 기술은 재생에너지·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지능형전력망 등 이미 다 나와 있으며, 화석연료 자본 등 ‘기득권의 저항’과 화석연료 기반 경제의 ‘관성’을 뚫고 나아갈 ‘정치적 의지’가 관건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존 에프(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2년 “10년 안에 달에 가겠다”고 선언한 뒤 1969년 달 탐사를 성공시킨 일을 환기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케네디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지역과 동네의 케네디’를 제대로 뽑는다면, 우리도 기후위기 극복, 지역균형발전, 에너지 안보를 다 이루는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