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 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김우찬 |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광고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침을 전제로 예외적 허용 시 적용할 상장 심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한국거래소는 비교적 상세한 심사 방안을 발표했다. 심사 대상 회사의 범위를 모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 국한하지 않고, 연결 대상 종속회사와 동일 기업집단 계열회사까지 포함했다. 유형도 물적분할 회사의 상장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을 목적으로 한 인적분할 회사의 재상장, 상장법인이 신설 또는 인수한 회사의 상장까지 아울렀다. 심사 영역은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로 구분하며, 모든 기준을 충족해야만 상장 승인이 가능하도록 했다.광고광고 그러나 투자자 보호 영역의 심사 기준에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 여부가 필수사항인지 단순 권고사항인지 명확하지 않다. 중복상장은 모회사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이다. 지배주주는 중복상장을 통해 지배권 희석 없이 외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반면, 일반주주는 이 과정에서 신주인수권을 침해받는다. 이해충돌 구조가 명확한 만큼,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는 필수사항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단, 지주회사 전환 목적의 인적분할 회사 재상장은 예외다. 둘째, 발표된 심사 방안은 정식 주주총회 없이 온라인 설문조사만으로도 일반주주 동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동의 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정식 주총을 거치도록 하고 절차적 요건도 상세히 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임시주주총회 4주 전까지 안건을 전자고지로 모든 주주에게 안내하고, 전자투표제를 시행하며, 공정한 표 대결을 위해 주주 요청 시 전자 주주 명부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중복상장이 일반주주에게 미치는 영향과 보호 방안도 안건 참고자료에 포함돼야 한다. 결의 요건은 참석 주주의 과반 찬성이 적절해 보인다.광고 셋째, 일반주주 과반의 동의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의 법적 효과가 불분명하다. 자회사 상장은 자회사 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모회사 주주총회 결의는 권고적 효력에 그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회사 일반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 희석을 고려하면, 이를 법률에 근거해 구속력 있는 결의사항으로 충분히 정할 수 있다. 재계는 일반주주들에게 회사가 휘둘릴 것이라고 반론하지만, 모회사에도 이로운 상장이라면 일반주주가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부결됐다면 그것은 설득력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넷째, 발표된 심사 방안은 거래소 상장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해외 상장을 통한 중복상장에는 무방비하다. 거래소 상장 규정은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외 상장을 통한 중복상장을 규율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내외 상장을 불문하고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발표된 심사 방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기업들이 규제 회피를 위해 해외 상장을 선택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다섯째, 발표된 심사 방안은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중복상장이 이루어지면 모회사와 자회사 일반주주 간의 이해충돌 문제도 새롭게 발생한다. 지배·종속 관계인 두 회사 간 거래는 통상 지배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자회사 일반주주의 부를 모회사로 부당하게 이전시키는 문제를 낳는다.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는 상장 동의 절차를 통해 상당 부분 확보될 수 있는 만큼, 거래소의 상장 심사는 자회사 일반주주 보호에 더욱 무게를 두어야 한다. 여섯째, 이번 심사 방안은 신규 중복상장에만 적용될 뿐, 기존 중복상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중복상장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로 인해 수많은 상장 모회사가 할인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존 중복상장 회사를 방치하는 것은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 한국거래소도 일본거래소처럼 상장 모회사가 자회사를 상장해둔 이유를 매년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올해 상반기 중 거래소 규정 개정 절차를 완료하고 이르면 7월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시행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위 사항들을 상장 규정 개정안에 반영하고 모회사 일반주주 주총 동의의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