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경남 거제의 돌고래 수족관 ‘거제씨월드’에서 쇼를 하는 돌고래. 동물자유연대 제공광고정진아 |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10년간 고래 15마리가 죽은 수족관이 있다. 거제씨월드 이야기다. 이 시설은 고래의 등을 밟고 서핑을 하거나 몸에 올라타 수영을 하는 등 경악할 체험 프로그램으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고래 사망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 수족관의 다른 이름은 ‘고래 무덤’이었다.올해 1월, 16번째 고래가 죽었다.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되어 2014년에 거제씨월드로 온 큰돌고래 ‘마크’다. 마크가 ‘마일로’를 출산하자 거제씨월드는 이들을 이용해 ‘새끼 돌고래와 함께하는 돌핀 투어’를 신설했다.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2024년에만 고래 3마리가 연이어 목숨을 잃었다.광고마크와 마일로를 이용한 ‘거제씨월드 돌핀투어’ 프로그램. 거제씨월드 페이스북 갈무리언젠가부터 거제씨월드에서 들리는 부고에 놀라지 않게 됐다. 애초에 그곳은 고래가 제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서식 환경이 전혀 다른 벨루가와 큰돌고래가 한 수조에 살고, 수온은 계절마다 천차만별이다. 따뜻한 지역에 사는 큰돌고래가 겨울을 견뎌야 하고, 차가운 바다에서 사는 벨루가는 한여름 태양 아래 하얀 머리가 그을렸다. 2024년에 사망한 ‘노바’와 ‘줄라이’는 아픈 몸으로 약까지 먹어가며 체험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2023년 12월 시행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은 고래류 신규 보유와 전시를 금지했다. 법은 신규 개체만을 금지 대상으로 삼았지만, 본질은 더 이상 우리 사회가 고래류 전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수족관에 남은 고래의 처우 개선 역시 당연한 수순이다.광고광고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개정안 시행 뒤 거제씨월드에서 이루어진 출산에 대해 신규 개체 보유 금지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경찰은 의도성을 단정 짓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해양수산부는 자연 증식 개체까지 신규 보유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법에 명시한 규정마저 무용지물인 가운데 16번째 고래가 죽었다.거제씨월드 프로그램 중 벨루가 등에 올라탄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수조 속 고래의 새로운 삶을 요구해 왔지만, 냉정히 말해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일은 많지 않다. 기업이 이제라도 고래의 소유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대도, 긴 시간 수족관에서 살아온 고래에게는 돌아갈 바다도, 스스로 살아갈 생존 능력도 남지 않았다. 과거 방류 실패 경험은 ‘하루라도 바다에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인간의 상상이 고래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거제씨월드 고래들이 야생의 바다로 돌아가 자력으로 살아갈 기회는 아마도 오지 않을 것이다.광고하지만 부족한 변화라도 조금 덜 나쁜 상황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중요하다. 수조에서 날마다 견뎌야 하는 고래가 조금 더 나은 하루를 경험하는 건 그만큼 더 나은 시간을 축적하는 일이다. 완벽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오히려 고래를 계속 방치할 명분이 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계속 요구하고 실현해야 한다. 비록 수조 안의 삶일지라도 수질 관리나 전문 진료처럼 당장 필요한 복지 요건을 확보하고, 관계 기관과 전문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거제씨월드 폐쇄를 요구하기 위해 방문했던 거제시는 참 아름다운 도시였다. 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흩뿌려진 보석처럼 떠 있었고, 도로 양옆으로는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 눈부신 풍경을 바라볼수록 거제씨월드라는 시설이 더 원망스러웠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두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내놓은 발상이 고작 생명을 감금하고 착취하는 수족관이었다는 사실은 거제시의 빈약한 상상력을 드러낸다.이제 거제씨월드에 남은 고래는 9마리다. 쉴 새 없이 지나가는 하루만큼 고래들에게 남은 시간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 아까운 하루하루는 우리가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이상 죽음의 숫자를 세는 일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