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성’을 비롯해 붉은 지붕들이 한눈에 보이는 카를교. 카를교는 세계적인 문호들이 작품의 배경지로 차용한 프라하 관광 명소다. 박미향 선임기자 광고프란츠 카프카가 평생 지낸 도시 소설가들에게 영감 주는 화수분 댄 브라운 ‘비밀 속의 비밀’ 배경광고 소설 속 장소 찾아가는 북 투어도 세계대전에도 안 부서진 옛 건물들광고광고 시대별 건축양식 한 도시에 응축 가운데 찌그러진 ‘댄싱 하우스’ 백미광고 유려한 건축물 끼고 러닝하는 재미 머리가 없다. 오른쪽 다리는 왼쪽 다리보다 반보 앞서 있다. 손도 없다. 발도 보이지 않는다. 단단한 몸통이 규격화된 양복 안에 똬리를 틀고 있다. 어깨엔 중절모를 쓴 남자가 올라가 있다. 목말 탄 남자는 손과 발이 있다. 한일자로 앙다문 입술은 단호하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있는 프란츠 카프카(1883~1924) 동상은 그의 소설처럼 기기묘묘하다. 2003년 예술가 야로슬라프 로나가 카프카 탄생 120돌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카프카를 기리는 조형물은 또 있다. 크바드리오 쇼핑몰 앞에 설치된 ‘프란츠 카프카의 머리’다. 높이가 10.6m에 이른다. 무게는 24t으로, 42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로 구성돼 있다. 정교하게 구조화된 이 조형물은 시시각각 패널이 움직이며 ‘변신’한다. 벌레로 변한 자신의 실존을 혐오하며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주인공을 상징한 것인가. 다만 소설과 다르게 이 조형물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빛이 닿으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인다. 구름이 해를 가리면 도시의 회색빛 우울이 드리워진다. 내면을 어둠 속에 빠뜨리는 우울이 아니다. 발랄한 우울이다. 추앙하게 된다.2003년 예술가 야로슬라프 로나가 프란츠 카프카 탄생 120돌을 맞아 만든 카프카의 동상. 박미향 선임기자 프라하 시내엔 프란츠 카프카를 기리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머리’란 이 조형물은 시시각각 패널이 움직이며 모양이 바뀐다. 박미향 선임기자 태어나서 마흔살에 사망할 때까지 프라하를 떠난 적 없는 카프카다. 이런 이유로 프라하는 ‘카프카의 도시’로 불린다. 2차 세계대전 때도 프라하는 거의 파괴되지 않았다. 중세 유럽이 응축된 언덕 위의 성 ‘프라하성’, 로마네스크 건축과 고딕·바로크 양식 등이 교차하는 성채 비셰흐라트, 놀 질 때 낭만 가득한 카를교 등은 온전히 제 모습을 지켰다. 한국인이 유독 프라하를 사랑하는 이유다. 체코관광청 자료를 보면, 아시아권 국가 중에 체코를 가장 많이 찾는 나라 1위가 한국이다. 지난달 프라하를 ‘경험’했다.광고다양한 형태의 건축이 여행객을 맞는 프라하. 박미향 선임기자 문학으로 곱씹는 프라하 프라하는 소설가들에겐 화수분 같은 도시다. 도시를 관통하는 블타바강과 붉은 지붕, 고색창연한 성과 다리는 카프카뿐만 아니라 체코 문학을 떠받치는 세계적 작가들의 글감으로 활용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 ‘프라하의 시인’으로 칭송받는 얀 네루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처럼 프라하의 명소를 소설에 차용한 현대 작가가 있다. 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은 지난해 출간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린 ‘비밀 속의 비밀’의 배경지로 프라하를 선택했다. 우리에겐 ‘다빈치 코드’로 익히 알려진 작가다. 이 소설의 주인공도 ‘다빈치 코드’에서 파리 루브르박물관장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친 로버트 랭던 교수다. 랭던은 강연 때문에 프라하를 방문하는 연인이자 과학자인 캐서린 솔로몬을 따라나선다. 연인이 강연 직전 사라지자 랭던은 솔로몬의 연구를 노리는 조직의 음모를 파헤치며 도시의 비밀을 캔다. 작가 스스로 “지금까지 쓴 소설 중 플롯이 가장 정교하다”고 한 작품이다.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엔 여행객이 늘 몰린다. 박미향 선임기자 지난달 17일 아침 8시30분(현지시각) 옛 시가지 천문시계 앞에서 관광해설사 밀로슬라바 네볼로나를 만났다. 댄 브라운의 ‘비밀 속의 비밀’ 발자취를 따라가는 북 투어의 안내자다. “‘악마의 성경’은 댄 브라운 작품을 언급할 때 반드시 거론하는 중요한 책이다. 댄 브라운은 종교와 연결된 과학, 그것을 바탕에 둔 음모에 관심이 컸다. 천문시계 탑이야말로 이 북 투어 출발지로 환상적인 장소다.” ‘악마의 성경’은 현존하는 가장 방대한 중세 필사본 ‘코덱스 기가스’의 다른 이름이다. 책의 한 페이지에 거대한 악마가 그려져 있어서 붙은 별칭이다. 13세기 초 보헤미아(지금의 체코)의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언급한 천문시계 탑엔 두개의 시계가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정각이 되면 탑 안에 있는 인형이 움직이며 소리 내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여행객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장소다.프라하를 상징하는 천문시계. 시곗바늘이 있는 시계와 없는 시계 두개로 구성돼 있다. 시계 자체가 예술품인 볼거리다. 박미향 선임기자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선 고풍스러운 옛 건물을 만난다. 박미향 선임기자 퍼포먼스보다 위아래로 붙은 시계 자체가 감탄을 자아내는 예술품이다. 위쪽 시계는 온통 기호투성이다. 바늘이 가리키는 게 숫자인지 기호인지 물음표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댄 브라운은 이 시계 속 기호를 차용했을까. 아름답지만 선뜻 정의 내리기 어려워 고민하게 하는 기호다. 인간은 자신의 무지를 혐오한다. 귀족과 왕, 지식인용 시계다. 밤낮의 길이와 태양과 달의 움직임 등을 간파하도록 만들었다. 시계에 적힌 아우로라(AURORA), 오르투스(ORTUS), 오카수스(OCCASUS), 크레푸스쿨룸(CREPUSCULUM) 등은 라틴어로 각각 새벽, 일출, 일몰, 황혼 등을 뜻한다. 시계의 가장자리, 그러니까 로마 숫자 밖 기호는 옛 체코의 시간을 말한다. 농민용 시계는 아래 시계다. 이 시계엔 시곗바늘이 없다. 농사 풍경을 월별로 표시했다. 그림판은 추수 시기 등을 잘 묘사했다. 하루에 조금씩 움직이는 이 시계는 1년이면 한바퀴를 돈다고 한다. 제작과 관련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네볼로나가 ‘악마의 성경’을 거론한 이유를 유추하게 한다. 15세기 시계공 미쿨라시와 하누시, 수학자 얀 신델은 프라하시의 의뢰로 시계를 제작한다. 완성된 시계의 아름다움이 동유럽 전체로 퍼졌다. 여러 나라에서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프라하시는 이를 불쾌하게 여겼다. 시계를 독점하고 싶었다. 시계공들의 눈을 인두로 지지는 등 악마 같은 행동을 저지르고 만다. 고통에 무너진 하누시가 시계에 손을 대자 작동을 멈췄다. 그로부터 400년 후인 1860년에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저 전해지는 이야기다. 시계공 미쿨라시와 천문학자 얀 신델이 복잡한 구조를 완성하고 수리공 하누시가 설치했다는 게 사실이라고 한다.날씨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프라하. 박미향 선임기자 날씨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프라하. 박미향 선임기자 네볼로나는 에곤 에르빈 키시(1885~1948, 언론인)의 주택, 옛 시가지 광장 등으로 안내했다. 길에선 뜻밖에 만난 반가운 글자에 웃음이 났다. 애국심이 끓어올랐다. 한식의 진격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한글 ‘맛집’과 영문 ‘MATZIP’이 함께 적힌 식당을 만났다. 영문으로 ‘코리안 레스토랑’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울의 평범한 식당처럼 ‘자리 안내를 받을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란 한글 안내판도 보였다. 비빔밥, 짜장면, 김치전, 짬뽕, 라면 등을 파는 식당이었다. 한글 지읒과 비읍이 적힌 식당 ‘zubang’도 발견했다. 야로슬라프 로나의 카프카 동상을 거쳐 파르지슈스카 거리의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본 뒤 카프로바 거리에 도착했다. 이 거리의 아르누보형 건물까지 눈에 넣었다. 네볼로나가 설명할 때마다 청명한 프라하의 공기와 볕이 몸에 스몄다. 댄 브라운이 된 듯했다. 그가 프라하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도시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은 작품의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했다.프라하 시내에 있는 한국 식당, '맛집'의 외관. 박미향 선임기자 ‘성 클레멘트 성당’과 ‘클레멘티눔 도서관’을 지나 카를교에 당도했다. 카를교는 프라하 여행의 백미다. 우리로 치면 한강인 블타바강 위에 있다. 길이 621m, 폭 약 10m의 이 다리는 16개의 아치가 지탱하고 있다. 네볼로나가 다리를 세운 카를 4세의 ‘팰린드롬(거꾸로 읽어도 같은 글자) 숫자’에 대한 집착을 설명했다. “‘1357/9/7/5/31’을 알아야 한다. 1357년 7월9일(서양은 월과 일을 바꿔 표기한다) 오전 5시31분에 카를 4세가 다리의 기초석을 놓았다. 거꾸로 읽어도 같다. 그는 수비학(숫자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인간의 운명을 해석하는 신비주의 학문)에 집착한 이였다. 이런 숫자들이 댄 브라운에게 영감을 줬다.” 아침 햇살이 떠나지 않은 카를교는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다리엔 인간과 신의 교감과 부정, 대결 등이 오롯이 새겨진 성인 동상 30개가 세워져 있었다. 짙푸른 하늘과 맞닿은 ‘프라하성’이 다리 위에서 보였다. 그 아래 지붕들은 모두 붉은색이다. 사랑과 열정의 아이콘 붉은색은 금지, 경고, 위험 등도 상징한다. 카프카가 강조한 부조리가 프라하 곳곳에 새겨져 있다.프라하의 명물 카를교의 들머리. 박미향 선임기자 카를교에서 성인 동상을 찍고 있는 한 여행객. 박미향 선임기자 성인 얀 네포무츠키가 강에 던져졌다는 지점에 설치된 십자가 조형물을 만지며 소원을 비는 여행객. 박미향 선임기자 “여가! 쁠랑(빨리) 하자!” 반가운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다. 한 무리의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성인 얀 네포무츠키가 강에 던져졌다는 지점에 설치된 십자가 조형물 앞에 모이는 게 보였다. 그들뿐만 아니었다. 다른 나라 여행객들도 줄을 섰다. 이 조형물과 얀 네포무츠키 성인 동상 받침대 역할을 하는 청동 부조를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전해진다. 덤으로 프라하를 다시 찾게 된다는 얘기도 있다. 일명 ‘소원 동상’이다. 사연은 비극적이다. 보헤미아 왕 바츨라프 4세는 왕비의 사생활을 의심했다. 다른 남자가 있다고 여겼다. 왕은 네포무츠키 신부를 불러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물었다. 신부는 전하기를 거절했다. 굳이 고해성사 내용을 말해야 한다면 왕 옆에 있는 개에게만 하겠다고 했다. 분노한 왕은 신부를 블타바강에 던졌다. 다음날 강 위엔 빛나는 별 같은 게 떠올랐다. 받침대 부조엔 개가 조각돼 있다. 반들반들 닳은 데만 만져야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과하게 소원에 집착하지 말자는 취지의 전설이다. 네볼로나는 다리 위에서 ‘비밀 속의 비밀’ 줄거리 일부를 언급했다. “랭던과 솔로몬이 머물렀던 곳이 다리에서 보이는 박공지붕 건물 뒤쪽 호텔이다. 솔로몬의 강연 장소도 ‘프라하성’의 블라디슬라프 홀이다. 랭던이 러닝하는 장면이 소설에 주요하게 등장하는데, 카를교를 건너 언덕 전망대 탑까지가 코스다.” 그는 얀 네포무츠키 성인도 거론했다. “랭던은 시체 냄새가 날 정도로 섬뜩한, 검은 정장을 입고 육각 별 모양의 브로치를 단 괴이한 여인을 성인 동상 앞에서 마주친다.”카를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거리의 화가. 박미향 선임기자 프라하시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후 카를교에서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들. 박미향 선임기자 카를교와의 작별 인사는 음악가들과 했다. 중장년 음악가 5명이 재즈를 연주했다. 카를교에서 연주하려면 프라하시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북 투어는 프라하시 관광청 누리집(prague.eu)에서 ‘Prague of Dan Brown tour in english’를 검색해 신청하면 된다. 영어로 진행된다. 비용은 체코 돈으로 999코루나(한화 약 7만2천원)다. 하지만 ‘비밀 속의 비밀’이나 카프카의 작품 하나를 완독한 후 ‘나홀로’ 문학여행 해도 좋다.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르 폴라크에게 전한 내용을 새기면서 말이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한권의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프라하는 ‘유럽 건축 박물관’ ‘건축 교과서’ ‘건축 백화점’ 등으로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건축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건축으로 만나는 프라하 프라하를 색다르게 여행하는 방법은 또 있다. 건축은 프라하의 또 다른 얼굴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의 다른 국가에 견줘 거의 파괴되지 않은 프라하는 지금도 수백년 전 건축물이 도시를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 건축까지 어우러져 ‘유럽 건축 박물관’ ‘건축 교과서’ ‘건축 백화점’으로 불린다. 로마네스크(11~12세기 전후), 고딕(12~15세기), 르네상스(15~16세기), 바로크(17세기), 로코코(18세기), 아르누보(19세기 말~20세기 초), 모더니즘(1920~1960년대), 브루탈리즘(1950~1970년대) 등 시대별 다른 건축 양식이 한 도시에 응축돼 있다. 지금도 수백년 된 건축물이 시청, 갤러리, 레스토랑,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지난달 20일 바츨라프 광장에 있는 ‘더블유(W) 프라하’ 호텔 앞에 섰다. 외관엔 ‘그랜드 호텔 유로파’(Grand Hotel Europa)라고 적혀 있었다. 고풍스러운 글자다. ‘더블유 프라하’로 다시 열기 전 이름이다. 아르누보 양식의 대표 격인 호텔이다. 아르누보는 철이나 유리 같은, 19세기 이전엔 잘 사용하지 않던 재료를 사용하며 세련된 곡선 등을 연출하는 건축 양식이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연상됐다. 실제 건축가들은 영화 속 호텔과 가장 근접한 현실 속 건축이 ‘그랜드 호텔 유로파’라고 한다.‘팔라츠 루체르나’에 있는 다비트 체르니의 작품 ‘거꾸로 매달린 말’. ‘팔라츠 루체르나’는 현재 극장,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박미향 선임기자 ‘팔라츠 루체르나’는 아르누보와 모더니즘 양식을 동시에 파악하기 좋은 건축물이다. 2017년 체코 국가문화기념물로 지정된 이 건물은 현재 영화관, 바, 카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달린 희한한 조형물을 발견했다. 말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 위에 남자가 위풍도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체코 현대미술가 다비트 체르니가 1999년 설치한 작품 ‘거꾸로 매달린 말’이다. 권력자를 죽은 말의 배에 올라타게 해 권위주의적인 정치 지도자들을 풍자한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쇼핑센터 미슬베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모더니즘에 반발해 등장한 사조다. 미슬베크는 마름모꼴, 삼각형 등 기하학적 문양의 창문이 외관을 장식하고 있다.프라하는 ‘유럽 건축 박물관’ ‘건축 교과서’ ‘건축 백화점’ 등으로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건축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프라하는 ‘유럽 건축 박물관’ ‘건축 교과서’ ‘건축 백화점’ 등으로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건축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프라하는 ‘유럽 건축 박물관’ ‘건축 교과서’ ‘건축 백화점’ 등으로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건축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쇼핑센터 미슬베크. 박미향 선임기자 프라하 건축 여행의 최고봉은 일명 ‘댄싱 하우스’다. 오전에 도시를 점령했던 궂은 날씨가 오후엔 걷혔다. 프라하는 희한하게도 잿빛 하늘조차 다정하게 느끼게 하는 재주가 있다. 회색이 걷히고 선명한 푸른색이 몰려든 하늘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아래 ‘댄싱 하우스’가 있었다. 거인이 한손으로 가운데를 움켜잡았다가 놓은 듯 가운데가 찌그러져 보였다. 벽면을 흐르는 선은 유려하게 휘었다. 무대에서 머리를 바닥으로 향한 채 춤추는 무희의 뒤태 같았다. 건물은 반듯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카프카의 문학이 그랬듯이 부순 건축이다. 이 건물의 진짜 이름은 ‘나티오날러네데를란던’이다. 체코 건축가 블라도 밀루니치와 캐나다와 미국에서 활동한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협업으로 탄생했다.체코 건축가 블라도 밀루니치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협업해 만든, 일명 ‘댄싱 하우스’로 불리는 ‘나티오날러네데를란던’. 독특한 외관 때문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건축물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이 건물엔 비밀이 몇가지 있다. 게리가 자신의 책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건물 부지는 강과 다리 옆 네모 모양의 작은 땅이었다. 한 유명 건축가는 너무 좁다는 이유로 협업을 거절했던 땅이다. 협업 건축가인 밀루니치는 “시청은 이곳에 멋진 건물을 지어 거리와 인근 다리 풍경을 살리고 싶다”고 했다. 처음 건물의 모형은 여자 드레스 같았다. 밀루니치와 그의 동지인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도 드레스 모양은 포스트모더니즘 같다며 반대했다. 두 사람은 포스트모더니즘을 싫어했다. 게리는 고민이 하나 더 있었다. 주변 건물 대부분이 5층이었다. 이 건물은 2층 더 올려 설계했는데 왠지 마음에 걸렸다. 게리는 그 누구에게도 7층 건물(필로티 부분과 지하를 합쳐 9층으로 소개되기도 한다)로 보이지 않게 했다. 요술을 부렸다. 파도 모양의 선을 장착하고 창문들을 불규칙하게 설계했다. 스스로 생각했다. ‘그래, 내 본능이 옳았어.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누가 봐도 새 건물인지 모르게 지었다고도 했다. 이 건물은 투표에 부쳐졌다. 당시 체코인들 눈엔 기괴했기 때문이다. 게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범하고 멍청한 건물’에 투표 따위는 안 한다고 했다. 결국 58 대 42로 게리가 이겼다.‘나티오날러네데를란던’의 루프톱에서 프라하 일대를 보고 있는 이들. 박미향 선임기자 ‘나티오날러네데를란던’ 루프톱에 설치된 조형물. 박미향 선임기자 7층 카페 이름은 ‘진저 앤 프레드’다. 게리가 처음 지으려고 했던 건물 이름이다. 진저와 프레드라는 댄서 한쌍을 표현하려고 했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하면 루프톱에 올라갈 수 있다. 프라하 전역이 보인다. 도시의 우울도, 찬란한 과거 영광도, 지금의 매력도 한눈에 들어온다.‘런트립’ 장소로도 프라하는 최고의 도시다. 특히 중세 요새인 비셰흐라트에서의 러닝은 특별한 추억을 만든다. 박미향 선임기자 중세 요새인 비셰흐라트에서 ‘런트립’을 한 후 기념사진을 찍은 기자. 박미향 선임기자 중세 요새인 비셰흐라트에서 ‘런트립’을 한 후 잠시 쉬고 있는 러너들. 박미향 선임기자 유려한 건축물을 옆에 끼고 달리는 맛도 최고다. 런트립(러닝+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시다. 그중에서 비셰흐라트에서의 러닝은 잊히지 않는 추억을 선사한다. 지난달 21일 아침 8시 비셰흐라트를 뛰었다. 체코 말로 ‘높은 성’이란 뜻의 비셰흐라트는 체코인이 추앙하는 신화 속 프르제미슬 왕자의 거주지였다고 한다. 블타바강이 한눈에 보이는 성채다. 이 요새의 들머리에 들어서자 아치형 건축물이 붉은색을 자랑했다. 가파르지 않은 언덕을 뛰어오르자 원통형 건물이 나타났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둘러본 요새에선 새소리가 들렸다. 숲은 러너의 호기심을 당겼다. 잠시 러닝을 멈췄다. 요새 밖에서 도시의 아침이 러너에게 속삭였다. ‘햇살 가득한 요새 러닝의 참맛이 이런 것’이라고 말이다. 게리는 가는 곳마다 그곳의 일부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러닝은 프라하의 일부가 되는 가장 가슴 벅찬 경험이다. 얀 네포무츠키 십자가에서 한 간절한 기도가 이뤄진다면 다시 러닝할 기회가 올 터이다. 프라하(체코)/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 도서 ‘게리: 프랭크 게리가 털어놓는 자신의 건축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