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멕시코 한 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라쿤이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로 ‘장난감 공’을 만들고, 서로에게 만드는 법을 공유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위키미디어코먼스광고멕시코 한 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라쿤이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로 ‘장난감 공’을 만들고, 그 제작법을 공유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앞발을 잘 활용하는 라쿤이 먹이를 물에 씻는 모습은 자주 관찰됐지만, 놀이를 위해 직접 공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행동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네시 오닐 생물학과 석사과정생 등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진은 올해 초 멕시코 코주멜 섬에서 ‘관광업이 고유종인 피그미라쿤(Procyon pygmaeus)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특정 개체군에서 사회적으로 학습된 놀이 행동을 포착했다고 최근 밝혔다. 라쿤은 그동안 빠른 학습·문제 해결 능력, 행동 유연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먹이활동 목적 이외에 물건을 의도적으로 변형하는 행동은 보고된 바 없다. 이번 관찰을 담은 논문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야생’(Wild)에 실렸다.멕시코 한 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라쿤이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로 ‘장난감 공’을 만들고, 서로에게 만드는 법을 공유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네시 오닐 제공지난 1월13일 오닐 연구원은 어린 피그미라쿤이 코주멜 섬 남서부 해안의 한 비치클럽 쓰레기통에서 종이를 꺼내 물에 적신 뒤 모래에 굴려, 공을 만드는 모습을 처음 목격했다. 그는 총 8회에 걸쳐 64시간 동안 라쿤들의 행동을 기록했다. 이곳은 자매로 보이는 어린 라쿤 두 마리와 그 어미가 주로 이용했는데, 그중 새끼 한 마리가 쓰레기통에서 냅킨·영수증을 포함한 종이류를 꺼내 공을 만드는 독특한 행동을 보였다. 종이를 수집한 라쿤은 물그릇에 종이를 적신 뒤 모래 바닥에 놓고 앞발로 반복적으로 누르고 굴리면서 동그랗게 뭉쳐 공을 만들었다. 그런 뒤 자신의 자매와 어미, 그리고 주변의 다른 어린 코아티(아메리카너구리과)와 공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앞발로 공을 바닥에 굴리고, 뒤쫓고,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식이었다. 관찰 동안, 라쿤은 총 14차례 공 만들기를 시도했는데 8번은 공 만들기에 성공했지만, 나머지는 실패하거나 미완성으로 끝나 성공률은 57%에 그쳤다.광고어린 피그니라쿤 두 마리가 종이를 뭉쳐 공을 만드는 모습. 첫 라쿤이 종이 공을 만들자(a) 자매가 다가와 그 모습을 관찰(b)했다. 두 번째 라쿤도 쓰레기통에서 종이를 가져와 공을 만들려고 히도했지만 실패(c)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첫 라쿤은 종이를 빼앗아 공을 만들기 시작(d) 했고, 두 번째 라쿤이 이를 지켜봤다. 첫 번째 라쿤이 병에 걸려 격리되자, 둘째 라쿤이 햄버거 포장지를 가져와 공을 만드는 모습(e). 네시 오닐 제공흥미로운 점은 한 마리가 공을 만들기 성공하자, ‘자매 라쿤’이 다가와 유심히 관찰하고 스스로 쓰레기통에서 종이를 가져와 따라 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번째 라쿤이 종이를 물에 적시지 않아 제대로 뭉쳐지지 않자, 첫 라쿤이 둘째 라쿤의 손에서 종이를 빼앗아 직접 물에 적시고 굴려 공 만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둘째 라쿤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뒤 이후에는 스스로 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공 만들기 행동이 다른 개체군에서도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비치클럽에서 30㎞ 떨어진 다른 곳의 라쿤도 관찰했지만 이곳에서는 비슷한 행동이 관찰되지 않았다.이처럼 동물이 사회적 학습을 통해 주변 환경에서 재료를 선택해, 조작·변형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뜻하는 ‘물질문화’(Material Culture)는 지금껏 침팬지, 돼지, 돌고래 등의 동물에서만 관찰됐다. 연구진은 “코주멜 섬 사례는 한 개체의 일회성 행동으로 그치지 않고, 가족 안에서 제작 기술이 전파됐다는 점에서 이들도 물질문화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마레크 슈핀카 체코 동물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동물의 놀이 행동이 얼마나 복잡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 행동이 새로운 문화적 특성으로 자리 잡게 될지, 아니면 사라지게 될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광고광고연구진은 이번 관찰이 피그미라쿤 보전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존 피그미라쿤 보전 활동은 주로 개체 수 조사, 서식지 분포 모델링, 유전학 연구에 집중돼 있는데, 이번 사례는 행동적 다양성 또한 생물 다양성의 한 축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멸종할 경우 새로운 사회적 기술 및 문화적 행동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주멜 섬에만 서식하는 피그미라쿤은 현재 200마리도 채 남지 않았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피그미라쿤을 멸종위기 ‘위급’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라쿤이 쓰레기 종이로 공 만들어 ‘축구 놀이’...자매 라쿤도 학습
멕시코 한 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라쿤이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로 ‘장난감 공’을 만들고, 그 제작법을 공유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앞발을 잘 활용하는 라쿤이 먹이를 물에 씻는 모습은 자주 관찰됐지만, 놀이를 위해 직접 공을 만들어 가지고 노는 행동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