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윤병임 교사가 말하는 느린 읽기의 힘한주에 한챕터씩 읽으며 맥락 이어가기책 읽다가 현장 방문 등 경험으로 연결해 책 속 호기심 탐구와 체험, 글쓰기로 확장고학년일수록 주도권은 아이에게 넘겨야강요보다 즐거운 경험과 연결하는 게 중요윤병임 교사는 한 달에 한 권, 6개월에 한 권이라도 가족이 함께 읽으며 아이들과 즐거운 경험을 쌓는 것이 샛길독서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본인 제공광고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한 권의 책을 오래 읽는 일은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부천 구일중학교 윤병임 교사는 이런 시대에 오히려 ‘천천히, 멀리 돌아가며 읽는 독서’를 제안한다. 하시모토 다케시의 ‘슬로리딩’에서 출발해 만든 ‘샛길독서’는 책 속 호기심을 탐구와 체험, 글쓰기로 확장하는 독서법이다. 아이들에게 왜 천천히 읽는 경험이 필요한지, 가정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윤 교사에게 물었다.–하시모토 다케시가 실천한 ‘슬로리딩’에서 영감을 받아 샛길독서를 만들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다른 엄마들과 책을 읽으며 아이 교육에 대해 고민하다 처음 슬로리딩을 접했다. 책에 나온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시모토 다케시의 슬로리딩은 고등학생들과 책 한 권을 3년 동안 읽으며 학생들이 각자의 호기심이나 연구 주제를 가지고 깊이 파고드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초등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아이들의 수준과 우리나라 상황에 맞고,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본 방향은 슬로리딩과 다르지 않다. 다만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체험 활동을 많이 넣었다. 책에 나온 장소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식이다.”광고교사들을 대상으로 샛길독서에 대한 연수를 하고 있는 윤병임 교사. 본인 제공–숏폼이나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이 한 권을 천천히 읽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슬로리딩은 한 권의 책을 오랜 기간 읽지만 한번에 읽어야 하는 양은 오히려 적다. 예를 들어 한 권을 한 주에 한 장씩 나눠 읽는 식이다. 한번에 처리해야 하는 양은 작지만 하나의 책, 하나의 주제를 계속 이어가면서 긴 맥락을 따라갈 수 있다. 그래서 천천히 읽는 것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광고광고–가정에서 샛길독서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떻게 시도해볼 수 있을까.“처음부터 거창한 활동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한 주에 한 챕터씩 읽기로 했다면 우선 함께 읽는 데 집중하면 된다. 홀수 페이지는 부모가 읽고 짝수 페이지는 아이가 읽는 식으로 나눠 읽어도 좋다. 한 챕터를 읽고 나서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볼 수 있고, 책에 등장하는 장소가 궁금하면 검색해볼 수도 있다. 책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보고, 주말에 실제로 가보는 식이다. 무엇을 반드시 무엇과 연결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아이와 책을 읽으면서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찾아보고, 체험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광고–한 권을 오래 읽으면 다양한 책을 많이 읽는 ‘다독’과는 멀어지는 것 아닌가.“슬로리딩을 하다 보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고 하면 책을 읽다가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질 수도 있고, 그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궁금해 같은 시대를 다룬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역사 속 인물 한 명을 읽다가 관련된 다른 인물이나 기록이 궁금해 또 다른 책을 찾아 읽는 식이다. ‘여러 권 읽어야 해’라고 숙제를 주지 않아도 호기심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여러 권을 읽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슬로리딩은 다독을 방해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다른 책으로 이어주는 통로가 된다고 생각한다.”–아이 연령에 따라 보호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가족 독서를 기준으로 보면 초등 저학년은 아무래도 부모가 이끌어주는 몫이 더 크다. 그림책 등을 골라 함께 읽되, 만들기나 그리기처럼 아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활동을 많이 넣어주면 좋다. 초등 3학년 정도부터는 짧은 글쓰기를 조금씩 시작하고, 어떤 활동을 할지도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좋다.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책 자체를 아이가 고르거나 어떤 샛길 활동을 할지 스스로 찾아보게 하는 식으로 선택권을 점점 더 많이 넘겨줄 수 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주도권은 아이에게 넘기고 어른은 뒤에서 보조하고 지원하는 방식이 좋다.”광고참출판사 제공–샛길독서에서는 독서 후 글쓰기를 강조한다. 독후감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200쪽짜리 책을 다 읽고 갑자기 ‘이제 독후감 써’라고 하는 방식은 아니다. 10쪽을 읽었다면 그 부분에서 인상적인 글귀 하나와 생각을 짧게 적고, 다시 10쪽을 읽은 뒤 또 조금 써보는 것이다. 이런 작은 글들이 계속 쌓이면 책을 다 읽었을 때 그것들을 펼쳐놓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고르거나 서로 연결하면서 훨씬 쉽게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는 단번에 빨리 늘기 어렵다. 그래서 책을 조금 읽고 조금씩 쓰는 경험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마지막으로 아이의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 보호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억지로 숙제처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경우 아이들과 어디 갈 때 책에 나온 장소만 앞세우지 않고, 주변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경험을 함께 붙였다. 책과 이미 많이 멀어진 아이라면 책을 전면에 세우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 가서 책 읽자’라고 하기보다 ‘도서관에서 책 빌리고 카페 가서 샌드위치 먹으면서 볼까?’라고 하는 거다. 아예 도서관에 가서 책은 안보고 공터에서 재미있는 놀이만 하다가 올 수도 있다. 우선은 책을 즐거운 경험과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부모도 힘들지 않을 때 했으면 좋겠다. 가족에게 부담되지 않는 방식을 찾았으면 한다. 사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내가 더 좋았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희생하면서 하는 것만이 가족 독서는 아니다. 함께 읽은 책이 있으면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아지고, 일상에서 어떤 장면을 보면 ‘우리 그때 그 책 기억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가족만의 추억과 문화가 생긴다. 한 달에 한 권, 6개월에 한 권이라도 좋은 책 한 권을 함께 읽으면서 호기심이 닿는 곳을 하나씩 찾아가보면 좋겠다.”박은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