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장동혁 대표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김미나 | 정치팀장 2017년 11월3일, 자유한국당은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고 강제 출당 조처했다. 홍준표 당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한국 보수우파 세력들이 허물어진 것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깨끗하고 유능하고 책임지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해,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7개월여 만에 나온 결단이었다. 자유한국당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한달 전인 그해 2월 단절 의지를 보이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았던 ‘새누리당’이란 당명마저 버렸다.광고 자유한국당의 뒤를 이은 국민의힘은 당에서 내쫓았던 박 전 대통령을 지난 27일 의원 연찬회에 모셔왔다. 탄핵소추와 파면 결정을 거쳐 징역 22년형을 받았던, 당적을 회복하지 못한 전직 대통령이 20분 가까이 강연하면서 의원들에게 “내부 분열만큼 무서운 적은 없다”며 “서로를 증오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발버둥의 시간’을 언급하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국민 신뢰를 얻어 다수당이 될 수 있고,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린 사람이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면서 국민을 위해 실현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 실천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자유 우파의 정의 실현 방식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선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연설 끝자락에 “제가 여러분을 믿고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화답했다.광고광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10년 가까이 보수 진영의 주도권 다툼은 늘 ‘탄핵의 강’이라는 화두로 귀결됐다. 분당과 이합집산, 대통합이 이어지는 동안 반복됐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메시지는 보수 정당의 치욕적인 과거와 결별하고 혁신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뜻으로 활용됐다.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당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는 약속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다. 그러나 지금 이들의 모습은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니라 그 강을 거슬러 올라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은 구심점을 잃은 국민의힘이 부추긴 측면이 있다. 지난 1월22일 9년 만에 국회를 찾은 박 전 대통령은 8일째에 접어든 장동혁 대표의 통일교·민주당 공천헌금 특검 요구 단식을 중단시켰다. 6·3 지방선거 국면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자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옆에서 대구 서문시장을 돌았고, 방문 요청을 받은 경북, 부산·울산·경남, 충청, 강원 지역을 훑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그의 행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자신의 ‘정치적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광고 “‘과거로의 퇴행’ 그 자체였다”(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는 비판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와서 원팀, 단합을 강조한 것을 보니 부러웠나 보다”며 “(당의 어른에게 예우를 갖추는 것은)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도 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 탄핵이야말로 정치적 탄핵이었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은 반드시 역사 앞에 다시 해야 될 일”이라며 탄핵의 헌법적 정당성마저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장 대표는 지난 26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보수의 시대를 열어갈 책무가 국민의힘에 주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과거로의 회귀 속에서 어떤 ‘새로운 보수’ 시대가 열릴지 의문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또 다른 탄핵당한 대통령이 단상에 올라 강연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