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2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지방이전 결사저지를 위한 예금보험공사·금융감독원 노동조합 공동 대응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최동범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다시 뜨겁다.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과거처럼 기관을 전국 각지에 흩어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관 산업을 묶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접근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기관 이전이 지역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정작 옮겨 간 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다소 미진해 보인다.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들의 내부 반발도 적지 않다. 생각지도 못한 낯선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잔류 요구를 단순한 조직 이기주의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기관마다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둘 예외를 인정하다 보면 정작 옮길 기관이 거의 남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잔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이해는 간다.광고다만 금융감독기관의 전격적인 이전에는 우려를 느낀다. 주로 연구해온 분야라 유난히 중요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감독 업무는 입지의 영향을 적잖이 받기 때문이다.금융감독기관은 말하자면 금융시장의 경찰이다. 굳이 이런 기관을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금융업에는 다른 산업과 달리 정부가 명시적인 안전망을 제공한다. 금융 불안이 경제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호장치가 있는 만큼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유인이 생긴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다. 그래서 타 산업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계속해서 살피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규명하고 수습하는 일 역시 감독당국의 몫이다.광고광고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현장의 감’은 여전히 중요하다. 재무 정보나 각종 통계는 어디서든 들여다볼 수 있지만, 감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데이터로 온전히 담아낼 수는 없다. 경영진의 성향이나 조직 문화, 미묘한 이상 징후는 직접 마주하고 현장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금융의 핵심 기능이 여전히 서울에 집중돼 있는 만큼, 멀리 떨어진 감독기관이 이를 제때 파악하고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물리적 거리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전 과정에서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할 우려도 있다. 이들의 서울 선호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금융감독은 높은 전문성과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한다. 특정 업종과 복잡한 상품, 시장 관행을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가의 지식은 인수인계 자료 몇장으로 쉽게 넘겨받을 수 없다. 숙련된 인력이 일거에 빠져나가면 빈자리는 어찌 채운다 해도, 그동안 쌓인 감독 역량까지 단기간에 복구하기는 어렵다.광고미국의 과거 사례를 다룬 연구들은 이런 우려가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연방준비이사회(연준) 소속 연구자들이 2021년 발표한 논문은 제9지구 연방주택대출은행(FHLB) 본부가 1983년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텍사스주 댈러스로 급히 이전한 사례를 분석했다. 이주를 꺼린 감독 부서 인력이 상당수 사직하면서 감독 활동이 정상화되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고, 그사이 관할 기관들은 위험자산을 빠르게 늘렸다. 이는 뒤이은 저축대부조합(S&L) 위기에서 부실의 확대로 이어졌고, 정리에 필요한 공적 비용도 크게 불어났다.미국의 은행감독 현장사무소 폐쇄 사례를 다룬 최근 두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된다. 사무소가 문을 닫아 감독관과의 거리가 멀어진 은행들은 점차 더 많은 위험을 떠안았고, 뒤이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더 큰 부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담당 감독자가 바뀌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경향이 관측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그대로여도 현장에서 멀어지는 것만으로 감독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미국의 경우를 우리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시장 환경이 다르고, 금융기관의 규모와 관행에도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는 데이터의 역할이 커지면서 대면 접촉의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금융 불안이 퍼지는 속도 역시 더 빨라져,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 시스템을 생각하면 감독기관 이전의 득실은 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부실한 감독에서 비롯된 위험은 당장은 드러나지 않다가도 훗날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설령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조직 전체를 옮길지, 시장과의 접점이 중요한 일부 기능은 서울에 남길지 정도는 충분히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