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에밀리 정민 윤 시인은 이달 중순 진행된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인은 ‘목격하는 자’로서 단절된 시공간 속에서 연대와 복원의 책임을 지니고 있다”며 자신에게 “모국어는 한국어지만 ‘시적 모국어’는 영어”라고 말했다. 자음과모음 제공 광고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시인 에밀리 정민 윤(35)은 2018년 현지 출간해 2020년 국내 소개된 시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첫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한유주 옮김, 열림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영문 시집의 복판에 되살린 배경을 윤 시인은 “(우리는) 당연히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미국인들의 인식 수준을 높여주고 싶다는 당돌하고 조금은 단순한 포부”로 설명했다. 시적 서사 말고도 이때 시집에서 부각되는 건 ‘분노’라는 “감정적 정보”(미국 페미니스트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다. 이달 출간된 윤 시인의 두번째 시집 ‘내가 우리를 짐승으로 말할 때’는 여러모로 첫 시집과 견줘진다. 2024년 현지 출간된 영문 원서(‘Find Me as the Creature I Am’)와도 달리, 시집을 읽는 방법부터가 족히 세가지는 될 터. 영문과 한국어가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전체 시편에 걸쳐 나란하므로, 첫째 한국어로 보거나, 둘째 영문으로 보거나, 셋째 영문이 한국어로 ―그 어떤 번역 시집보다 크게― 변형된 맥락을 짚어 보는 독법이 그것이다. 영문 시를 원저 삼아 윤 시인이 직접 ‘번역’하여 제3의 시집을 완성한 셈이다. 이때 시집에서는 ‘옮김’ 즉 ‘나아감’의 상태 자체를 추가로 부각하여 감각시킨다. 위안부 피해, 세월호 참사 등의 단일 역사로부터 국가·남성·인종·언어적 폭력에 따른 고통의 기록으로까지 확장되었던 첫번째 시집 속의 존재들이 바야흐로 ‘나아간다’고 해야 할까. 남성 인류가 물려준 ‘인간 중심주의’에 맞선 초월적 시어가 ‘짐승’ 내지 ‘생명체’다. “여자들의 몸=유혹의 저장소”로나 보는 영토에서, “여자의 몸은 곧, 모음”이라며 생명성을 떠안는 총체로 “body”는 번역되고, (아시아 이주 여성도) “나는 이제야 내 몸을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나아가는 것이다. 광고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 l 에밀리 정민 윤 지음, 자음과모음, 1만3000원 어지간히 묘한 발견이다, 저자와 역자가 동일하더라도, 언어는 국경을 넘어 본래의 질량을 필시 유실할 수밖에 없고, 반대로 없던 질량을 더해 또한 풍부해질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킨다. 시의 길이로만 치면, 두꼭지만 빼고 한국어 시가 원시보다 길다. 언어적 특성으로만 노정된 일일까. 아니다. 리듬과 언어유희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시인은 원시의 행과 연도 때때로 달리 조직하고 배열한다. 번역자, 편집자, 학자이기도 한 윤 시인은 한겨레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번역 원칙을 이렇게 말했다. “시의 ‘영혼’이 유지된다면 디테일적인 부분은 바뀌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이란 곧 해석입니다. 다른 번역자가 제 시를 번역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를 정확히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돌봄 행위라고 믿습니다.”광고광고 말마따나, 이번 시집은 시인이 번역자로서 시인의 지난 “의도”를 다시 “깊게 들여다보고” “시의 영혼”을 돌보는 여정이겠다. 가령 “In all the futures I am capable of prayer for,/ you are not alone―you are alive.”가 “내가 기원할 수 있는 모든 미래에서 당신은/ 살아 있다./ 혼자가 아니다.”(시 ‘모든 미래에서’)로 변주될 때, 말하자면 2행에서 3행으로 전개됨으로써, ‘살아 있다’는 결과보다 이제 ‘혼자가 아’닌 과정과 양상이 더 간곡해진다. “서로를 망보는 건 곧 자기 자신을 본다는 것”이다. 그때라야 이 시집 안에서도 특히 ‘정중동’한 한편의 절창이 와 닿는다. “눈으로 따라가라”로 시작하여 한반도에서 자행되는 무참한 생태 파괴적 현장을 “따라가라” “따라가라” “보라. 이 전부를 보라,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라”와 같이 몰아치는 주술로서, 누구도 홀로 두지 않으려는 시 ‘갯벌 이야기’다.광고 1991년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북미로 건너간 윤 시인의 정체성을 압축해 보여주는 꼭지가 ‘아시아를 떠나 아시안이 되다’이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만 10살에 캐나다로 이주한 이래, ‘아시안 페티시’로 대상화하거나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직후 “걔 한국인이던데, 너도 다 쏴 죽일 거냐?” 조소하는 남자들에 둘러싸여 10대를 보냈으며, 시인이 되고선 아시안 여성을 노린 미국 애틀랜타 마사지숍 총기 난사 사건(2021)을 목도한다. 윤 시인은 한류 등과 맞물려 “확실히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 언어, 인종이 문학과 영상 매체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그런 상황이 곧 풍부한 역사적 지식으로 이어지진 않고,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일으키는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케이팝처럼 화려하게 포장된 대중 매체의 단면만 소비할 경우에도, 한국에 대한 일차원적인 환상이나 대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겨레에 말한다. 현재 하와이대학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그가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제가 많은 축하를 받았다”며 웃고서는 바로 남긴 말의 여운이 바로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학부생을 가르치다 보면 겸손해지는 순간을 자주 맞이합니다. 대다수 학생들은 그 소식을 잘 모르고 큰 관심이 없더라고요.” 살상보단 언어폭력이, 폭력보단 차별이, 차별보단 무관심이 나은 것일까. 그럴 리 없다. 무관심이 차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윤 시인은 한겨레에 밝힌바 “첫 시집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악함’에 대해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인간이 자연과 다른 생명체에 가하는 폭력과 죽어가는 환경 속에서, 그래도 사랑하고 행복하고자 하는 나의 욕망과 윤리와 씨름했다.” 광고 첫 시집의 제목을 품은 시 ‘종 이론’은 “영어가 서투르다며 비웃음을 샀을 때, 나는 목을 만져보았다”로 시작한다. 그때 언어는 특별히 잔인하고, 교묘한 거짓이었다. 첫 시집 이래 트럼프와 극우, 가짜, 전쟁과 파괴, 난민과 기후 위기 따위가 시인에게 공포가 아닐 수 없었겠다. 그리고 두번째 시집에 ‘진화론’을 썼다. ‘시의 언어’는 이처럼 나아간다. “‘욕망’은 틀린 단어 같고/ ‘사랑’은 너무 평범하고 ‘헌신’은 너무 성스럽다고 느낀다.// 이 평생을, 당신을 묘사하는 데 쓰겠다.//…// 당신이 있을 곳으로 가고 싶다는 것./ 모래든, 물이든, 모든 가능한/ 짐승의 형태로든.” 그렇게 이 시집은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1997년 창사 이래 처음 개시한 시집 시리즈 첫번째가 되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에밀리 정민 윤 시인은 이달 중순 진행된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민자로서 언어와 정체성을 ‘번역’하는 입장에서 시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면서도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닿고자 하는 그 필사적인 언어적 몸부림, 그 날것의 몸부림에 매료되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비단 디아스포라라는 배경이 없었더라도 시를 썼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미국의 한 대학 내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윤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독하는 모습. UH West Oahu Library 유튜브 갈무리
제 영시를 직접 한국어로…번역하며 나아가는 ‘시의 영혼’ [.txt]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시인 에밀리 정민 윤(35)은 2018년 현지 출간해 2020년 국내 소개된 시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첫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한유주 옮김, 열림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영문 시집의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