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20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장교숙소 5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광고심각한 주택난 속에서 주택 가격 안정과 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공원으로 대표되는 도심 녹지를 얼마나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정치권 공방이 거세다. 과거에는 보수정당이 개발에, 민주당계 정당이 녹지 보존에 상대적으로 더 무게를 두는 식이었지만, 주택 공급 부족과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현실과 청년층 지지율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부되면서 기존 논쟁 구도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용산공원 내 녹지 기능이 훼손된 곳을 대상으로 활용 가능 부지를 두루 찾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서울 내 마지막 남은 대규모 녹지인 용산공원까지 도마 위에 올렸다. 용산공원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제정한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라 ‘공원 목적’을 못박은 국내 최초의 국가공원이다. 정부는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환경평가 3~4등급의 그린벨트도 활용하겠다는 태도다. 시장에서는 서울 강남권 그린벨트를 유력 후보지로 꼽는다. 국토부의 주택 공급 방침을 지원사격하는 것은 청와대와 여당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용산(개발) 이야기는 공공이 보유한 토지에 청년들에게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비서관도 방송에 출연해 “금싸라기 땅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들었다.광고 정부가 도심 내 녹지 개발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대규모 주택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신규 택지를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난처한 현실이 놓여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각종 인허가 등을 거쳐야 해 사업 속도를 내기 어려운데다 기부채납 방식 외에 주택 공급의 공공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대규모 부지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그린벨트나 국유지가 정부의 매력적인 카드가 된 이유다. 반면 환경과 녹지 보전의 명분을 쥔 서울시와 야당은 강경 일변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 부지를 아파트 용지로 전용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한번 택지로 개발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린벨트 해제에도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용산구를 지역구로 둔 권영세 의원과 유의동 국토교통위원장 등이 합세해 반대 뜻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광고광고 이러한 논쟁 구도는 17년 전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며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했을 때와 사뭇 다른 그림이다. 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2008년 총선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은 주민 재산권 침해 최소화를 위한 찬성 입장을, 통합민주당은 녹지 훼손을 우려한 반대 입장을 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그린벨트 34㎢를 해제했다. 물론 과거 민주당 진영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도 주택 공급을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검토됐으나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반대에 따라 백지화된 바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핵심 요지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 공급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을 냈다. 그로부터 6년 뒤 이재명 정부는 보존해야 할 녹지와 개발 가능한 훼손지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다.광고 과거 그린벨트 해제 논쟁은 개발 제한으로 재산권 침해를 받는 토지 소유자와 녹지 보존을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대립에 가까웠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녹지 보존이라는 정책적 목표의 조정 문제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특히 용산공원의 경우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미군부대 철수를 통한 국가공원 조성이라는 상징성과 역사성까지 있어 더욱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용산공원 개발 문제는 서울 도심의 신속한 주택 공급과 국가 상징자본의 가치 사이의 정책적 충돌”이라며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상욱 그라운드커넥티드 대표는 “서울 집값이 극심하게 오르고 주택난이 심해지면서, 과거와 달리 부동산 시장 정책이 진영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용산공원과 그린벨트 해제 정도 대책이 아니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없다는 정부 판단과, 이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의 판단이 부딪히면서 기존의 입장과 구도가 바뀌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