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6일 자정께 숨진 11살 아동의 외할머니가 1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들어가고 있다. 김중곤 기자 광고생후 7개월 무렵 입양된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입양 후 271일 만에 숨지는 비극이 일어나며 학대피해 아이를 행위자로부터 즉시 분리하는 제도가 마련됐지만, 약 5년이 흐른 현재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11살 아이가 숨지는 비극은 되풀이됐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5일 저녁 8시49분께 천안에 있는 교회에서 고열과 탈진 증세를 호소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11살 아이가 3시간여 지난 다음 날 0시2분께 숨을 거뒀다. 아이 몸엔 결박 흔적과 멍 자국이 발견됐고, 경찰은 60대 교회 목사와 아이의 외할머니인 50대 여성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교회에서 함께 생활한 성인 1명도 수사하고 있다. 아이는 교회에서 자랐으며 외할머니도 근처에 거주하며 자주 돌봤다. 아이가 학대를 당하는 것 같다는 신고는 2021년 12월과 2024년 3월 각 1회, 올해 8월 2회까지 4차례에 달했다. 2024년 신고부터는 외할머니가 학대 행위자로 지목됐다. 천안시는 2021년과 2024년 신고 접수 후 관련자를 9회 조사해 두 건 모두 아동학대로 판단하고 사례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넘겼다. 2024년 신고의 경우 아이가 다니던 학교 관계자가 넣었고, 외할머니는 처벌까지 받았다. 천안시, 경찰, 아동보호기관, 교육 당국까지 아이의 학대 정황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셈이다.광고 이달에는 지난 2∼3일 교회에서 홀로 나온 아이가 시민의 도움을 받아 경찰서를 찾았고 “할머니가 때려요”라고 직접 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는 보호받지 못했고 마지막 신고 시점으로부터 사흘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연이은 신고에도 아이는 보호시설이 아니라 학대를 당했던 교회로 돌려보내 졌다. 법원도 학대 행위자로 3차례 지목됐던 외할머니가 아이를 못 만나도록 하는 접근금지명령이 불필요하다며 경찰의 신청을 기각했다. 보호 장치가 돌아가지 않은 결과, 아이는 38시간 동안 묶여 있어야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2020년 7월 양부모의 학대로 정인이가 입양 271일 만에 사망한 것을 계기로 2021년 3월 도입된 즉시분리제가 이번 사건에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1년 내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 대해 현장조사 과정에서 학대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가 우려되면, 법적 보호조치 전에 아동을 쉼터 등 보호시설에 임시로 맡기는 ‘일시보호조치’가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즉시분리는 72시간 하고 48시간 더 연장할 수 있다”며 “제대로 이뤄졌다면 (아이가) 온몸이 묶이는 비참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광고광고 아이가 홈스쿨링을 시작한 지 5개월여 뒤 숨졌다는 점에서 교육 당국의 취학 의무 면제 결정이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적장애가 있던 아이는 2024년 8월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로 전학을 갔고, 이듬해 정신 질환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며 학교에 나오지 못하다가, 외할머니의 신청으로 올해 3월부터 의무교육을 면제받고 학교 밖에 놓였다. 공 대표는 “상습적인 학대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학교도 보내지 않고 키우라고 하는 것은 호랑이 굴에 애를 던져놓은 것밖에 안 된다. 그런 아이일수록 공교육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려는 체계 자체는 촘촘히 설계돼 있지만, 이를 각 기관이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 로엘의 박민희 대표 변호사는 “경찰이 현장을 확인해 접근금지를 신청한 것인데 법원에서 존중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고, 경찰도 분리 조치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인데 법원 기각 후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신고가 이미 수차례 들어왔었고 학교도 장기간 나오지 않았던 아이인 만큼 지자체와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왔다면 싶다”고 덧붙였다.광고 아동권리학회 고문인 한유미 호서대 교수(유아교육학) 겸 아동권리학회 고문은 “반복 신고 아동이나 스스로 구조를 요청한 아동에 대해서는 경찰·지자체·교육기관·아동보호전문기관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누적된 위험도를 함께 판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신고가 처리됐는가’가 아니라 ‘신고 이후 아동이 실제로 안전해졌는가’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경찰청, 충청남도 등은 13일 오후 천안시청에서 만나 숨진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와 정보연계 과정 등 현 체계의 한계점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아동보호시설 입소 등 보호 조처가 되지 못했던 제도적 미비점을 되짚어보고, 경찰∙법원 등 사법 절차 연계 과정의 개선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은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안타까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hani.co.kr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박정연 기자 ye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