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한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폭염을 이겨낼 대부분의 인프라가 파괴된 가자지구에선 여름철 더위로 인한 고통과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달 유엔은 가자지구에서 2주 만에 9300건의 수두 환자가 발생했다며, 이런 전염병의 증가는 거주지의 83%에서 쥐가 발견되는 등 열악한 위생 상황, 과밀 거주, 의료 인프라 부족, 여름이란 계절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단법인 아디(ADI)와 팔레스타인여성위원회연합(UPWC)의 도움을 받아 전쟁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터뷰를 편지 형식으로 차례로 싣는다. 세월호, 제주 4·3, 제주 해녀항일운동 등을 작품으로 그려 온 김홍모 작가가 마르와 사와르카의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렸다. 그림 김홍모 광고전쟁이 터진 이후 가자지구에서 지내기 좋은 계절을 더는 꼽을 수 없게 됐지만, 제게 가장 힘든 때를 꼽으라고 한다면 여름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저는 마르와 사와르카, 15살이고 가자지구의 한 난민 캠프에서 살고 있습니다. 전쟁 전에는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이후에는 냉방기구를 전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살던 집이 부서졌고, 이스라엘 발전소에서 들어오던 전기가 끊겼기 때문입니다. 이제 전기를 만들려면 소형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데, 부족한 연료는 병원 같은 가장 시급한 곳에 우선 배정됩니다. 저를 포함해 가자주민 대부분이 사는 천막은 여름 한낮에는 햇빛을 받아 불구덩이처럼 달아오릅니다. 천막 안에 있으면 너무 덥고, 끊임없이 땀이 나 마치 오븐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낮에는 대부분 텐트 밖에 나가 그늘을 찾아 다닙니다. 물이 있을 때는 천을 적셔 얼굴이나 머리에 얹기도 합니다. 종이상자 조각을 이용해 부채질을 하지만 잠시뿐입니다. 예전 같으면 바다에 나가 수영이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바다가 오염돼서 그럴 수도 없습니다. 집과 건물과 함께 하수처리 시설도 파괴돼, 더러운 하수가 그대로 방류돼 수영을 하다간 피부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광고 밤이 됐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나아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밤이 더 힘듭니다. 너무 더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다가 수차례 땀을 뻘뻘 흘리며 깨어나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을 찾아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잠을 잘 자지 못한 다음 날에는 피로감과 두통에 시달립니다. 밤을 두렵게 하는 건 더위만이 아닙니다. 어느 날 밤 천막 안에서 잠을 청하는데 이불 주변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버지가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자, 천막을 빠져나가는 큰 쥐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그 뒤로 저는 밤이면 쥐가 나와 저나 어린 동생들을 공격할까 두려워 작은 소리에도 자주 깨어납니다. 휴식을 취해야 할 밤이 공포와 불안의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안전하게 잠드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조차 이곳에선 아득한 꿈이 되어버렸습니다.광고광고 가자지구에선 여름이 되면서 질병도 크게 번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수두에 걸렸습니다. 수두를 앓은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습니다. 처음에는 고열이 나더니 그다음에는 온몸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수두 반점이 얼굴과 머리, 눈썹까지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마치 피부 아래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하루 종일 등 뒤에 햇빛이 내리쬐는 것 같은 작열감이 느껴졌습니다. 피부를 긁고 싶은 강한 욕구가 올라왔지만, 흉터가 남을까 봐 참아야 했습니다. 열감과 가려움증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마르와 사와르카. 팔레스타인여성위원회연합 제공 진료소를 찾아가 오래 기다린 끝에 만난 의사는 제게 다른 가족들과 격리해서 지내라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어렵게 천막을 비워서 혼자 생활했습니다. 저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찾아와 곁에 있으려고 하는 어린 동생들 때문에 마음은 더 아프고 외로웠습니다.광고 어머니는 얼음을 구할 수 없어 천조각에 미지근한 물을 적셔 제게 얹어주셨습니다. 쇠약해진 제게 과일과 고기 같은 신선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했지만, 너무 비싸서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신선한 음식을 먹지 못한 것보다, 딸에게 필요한 것을 해줄 수 없어 무력감을 느끼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가려움증은 가라앉고 반점은 사라졌지만, 수두 자국은 지금까지도 제 얼굴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제 모습이 변해버려서 예전만큼 예쁘지 않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제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통증이 느껴집니다. 가자에서 살아가는 십대인 저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보통의 삶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내일 마실 물이 있을까?’ ‘오늘 밤 맘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이 내일도 무사할까?’ 이전에 당연했던 일상이 이젠 우리의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여러분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우리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고,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희망, 그리고 우리가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입니다.광고 정리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