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2·3조)의 쟁의 대상 범위를 시행령으로 구체화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교섭 의제화’와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요구’가 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쟁의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를 시행령으로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는커녕 되레 부추길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란봉투법상 쟁의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사례나 이런 것들을 규정으로 명확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도 “법원으로 가기 전에 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에 해당하는 지침들을 정리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김영훈 장관은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는 “시행령으로는 만들 수 없다”, “이미 행정해석(해석지침)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답했으나, 이 대통령의 거듭된 압박에 입장을 선회한 모양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을 넘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쟁의 범위를 넓혀놓았는데, 정부가 시행령으로 범위를 구체화해 대상을 축소하면 입법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 더욱이 헌법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결되는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한다. 시행령에는 법률에서 세부 범위를 정해 위임한 사항만 담을 수 있다. 노동쟁의 대상을 좁히는 것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사안이며, 노조법에는 이를 시행령으로 정하라는 위임 규정이 없다.광고 정부가 위헌·위법 논란을 무릅쓰고 시행령으로 쟁의 대상을 좁히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에 근거해 쟁의에 나서고 경영계는 시행령을 근거로 불법 파업이라 주장하는 소모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갈등 완화와 노사 상생이라는 노조법 개정 취지를 역행하는 결과를 자초하는 셈이다. 노란봉투법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사의 자율적인 교섭 경험이 쌓여야 하고,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례도 축적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시행령으로 성급하게 노사 관계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이 작동할 때까지 섬세한 행정지침과 행정지도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다.